여행 이야기

(6)운농의 뉴질랜드 자동차 여행

운농 박중기 2013. 7. 27. 12:25

 

2011년 2월 28일,  (와이토모 케이브 - 로토루아)

 

와이토모 동굴을 떠나 로토루아로 오다.

오는 길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뉴질랜드 도로의 정수를 보이는, 흔히 출발 전에 사진으로 보아왔던 아름다운 길이 운전을

즐겁게 한다.

시원하게 뻗은 길과 멀리있는 나무들, 목장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나 양 들, 풍경들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광대하다.

이렇게 넓디 넓은 땅이었던가?  참으로 부러운 땅이다. 조그맣게 떠 있는 지도위의 작은 섬나라가 이렇게 대단한 넓이로 시야를

압도하다니..... 우리는 오장육부가 죄다 확 비워지는듯한 통쾌함을 느꼈다.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좁은 땅덩이에서 살고 있는건가. 허무하기까지 하다.

하늘은 이상하리만치 넓고 환하다. 우리네 하늘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다.

 

도로의 표면은 그리 좋지 않다. 우리네 도로는 아스팔트의 표면이 반지르 하지만 여기는 마치 마지막 마무리를 하지 않은것 처럼 거칠다. 그래서 차 안에서 느끼는 차량 밑바닥 소음이 굉장하다.

오클랜드 시내는 그렇지 않았는데 시외지역으로 나오자 확연한 차이가 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일부러 표면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는 것인데, 표면이 거칠면 눈, 비에 차의 제동력이 좋아져서 그렇단다. 하지만 너무 바닥소음이 심해 차 안에서     음악을 듣기에 다소 거슬릴 정도다. 

도로는 굽이가 있으나 우리네 처럼 길가에 가로수나 전주가 전혀 없고, 시야가 완전히 틔여있어 운전하기에는 그야말로

최상이다.

이상한것은 , 우리네로 치면 60킬로 정도 시속이 적당한 길을 100킬로 제한속도로 대부분 표기되어 있고, 실제로 그들의 자동차

역시 100킬로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곳곳에 세워져 있는 속도 표지판이 50 또는 70킬로로 표시된 곳이 나타나면

여지없이 속도를 낮춘다.

이 원칙은 어찌보면 우직스럴 정도로 지켜지고 있다.

상대의 차를 추월할 때도 앞 차가  깜박이를 켜 줘야만 추월한다. 그렇지만 속도를 늦춰서 100킬로 도로를 70킬로 정도로

천천히 운행중인 차를 꽁무니에 바짝 붙어 따라오다 '짜식아, 추월해!' 하고 깜박이를 켜 주면 쏜살같이 추월해서는 저 멀리

멀어진다. 참 착하지만 악동같은 운전자들이다.

그렇지만 이런 도로는 운전하는 재미가 최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 커다란 오토바이 타는 사람들이 많은듯 하다.

 

로토루아는 인구 7만명 정도의 뉴질랜드에서는 상당히(!)크고 깨끗한 도시다.

살아있는 온천이 있는 도시라는 설명을 가이드 북에서 읽었지만 도시를 들어서니 유황냄새가 코를 찌른다.

북섬 최대의 관광도시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들어서는 입구에서 부터 모텔이 줄을 지어 있는데 다양한 건물의 형태와 예쁘게

꾸민 조경과 깜끔한 잔디밭들이 마치 모텔촌이 아니라 여유있는 중산층 가정처럼 산뜻하다.

우리네 모텔촌을 상상하면...... 여긴 우리네 모텔촌과는 너무도 다르다. 격이 있고 품위가 느껴지는 건물들이다. 로토루아는

도시 전체가 관광으로 먹고 산다고 한다. 도심의 한가운데 안내소(인포메이션 센터, 도시마다 몇개씩 있다)가 인상 깊은 건물로

자리하고 있다.

건물들 마다 서로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모양을 낸 작은 간판들이 조심스럽게 걸려있다.

우리는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가 콜링우드 게이블 모텔 이라는 특이한 이름에 끌려  차를 몰고 들어갔다.

모텔에 일부러 묵기로 한 것은 이 지역이 온천지대라 모텔의 객실마다 온천시설이 되어 있다는 얘기에 솔깃해서였다. 

 

대충 짐을 풀고 레드 우드 삼림욕장을 향했는데, 그 입구에서 부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거대하고 울창한, 문자

그대로 붉은 줄기의 거목들이 하늘을 찌르고 도열해 있는 광경은 우리 생전 처음보는 놀라운 광경이다.

도심 인근에 이런곳이 있다니......!

그 거대한 나무들 사이를 조깅하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 아이들과 뛰어노는 가족들의 풍경은 아하! 이곳이 천국이라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한다.

숲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는 안성마춤인 정말 맘에 드는곳이다.

조깅이나 산책코스를 개인의 체력에 맞게 30분 부터 8시간 까지 다양하게 소개해 놓은 코스 지도가 안내소에 커다랗게 붙어

있고, 자신에 맞는 코스를 고르면, 그 코스 고유의 색깔이  표시된 길을 들어서면 코스를 돌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 두었다.

놀랍게도 이 어마어마한 산림욕장은 무료입장이다.

우리는 2시간짜리를 골라 이 굉장한 숲을 기분좋게 걷다 저녁나절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이 로토루아를 섭렵해 보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