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5일 오클랜드 맥켄지 로드
우리는 새벽에 오클랜드공항을 빠져나와 '트래블 에어 모터 인" 이라는 긴 이름의 여관(Motel)에 투숙했다.
공항에서 가까운 곳이고, 공항 안내대에서 전화를 해 주어 모텔에서 데리러 와 주었다. (미리 숙박조건에 있었다)
모텔이라는 숙박형태를 우리의 일정에 끼워 넣으리라는 계획은 없었지만 도착한 첫 날 부터 싼 숙소를 찾아 해멜 수는 없다.
공항에서 가까운 이 모텔은 한국인이 경영하는 곳이라 차량 렌트와 쌀 구입 등등을 도움 받으려고 인터넷으로 수소문하여 미리 한국에서 예약하고 온 곳이다.
하지만 솔직히 그리 달갑진 않다. 여태까지의 해외에서의 경험에 의하면 대개의 교민은 결코 친절하지도 않았고, 살갑지도 않으며
배려심 같은것은 더구나 없었다. 민족성의 문제일까? 아니면 한국에서의 삶의 여정이 너무나 각박했던 탓일까?
대개의 경우 우울하고 찡그린 표정들이 많았고 사람을 경계하는 태도들이었다. 그렇지 않은 이도 물론 있었지만 대개가 그런
인상이었다는 얘기다.
우리의 첫 여행지인 피지에서는 한국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가이드 북에 실린 또 다른 한국식당을 찾느라 주인에게 위치를
문의하니 '모른다' 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가 찾는 식당은 바로 그 식당의 맞은 편에 있는 식당이었다.
바로 도로 맞은 편에 있는 같은 교민의 식당을 '모른다'니...... 우리는 첫 해외 여행지에서 다소 황당하고 묘한 기분에 서로
쓴 웃음만 지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의 우리는 해외에서는 가급적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이나 숙소에는 가지 않는다.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불쾌한
기분을 피하려는 것과, 바깥에 나가서 까지 한국 음식을 먹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입맛도 아니고, 또 외국에서의 한국 음식이란
대개가 그 곳 식재료로 만든 한국 흉내 음식이라 별로 입맛에 맞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그 나라에 갔으면 그 나라 음식을
먹는것이 제대로 된 여행이라 믿는 고집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아침 저녁식사는 쌀을 사서 전기 밥솥에 해 먹기로 했다...... 사람의 손이 가는 식당의 음식은
너무 비싸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출발전에 인터넷으로 2인용 밥솥을 구입했는데, 이게 참 유용했다. 크기가 작은 커피포트 만한 것으로 전기 콘센트에
꽂아 놓으면 이십여분 만에 밥이 되어 나오는 요술 솥 같은 것이라 기가 막힌 아이템 이었다고 생각한다.
체크인 때에 없던 주인(한국인)이 뭔가를 가지러 안내대에 간 나를 불러 세운다.
지금 당신이 있는 방이 사실은(!) 99불 짜리니 하룻밤에 19불씩 더 내란다. (우리는 이미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80불을 지불한
터였다). 그리고 아침 8시쯤에 체크인 했으니 그것도 감안해서 더 내란다. 아니 이 무슨 뚱딴지?
아침 8시에 체크인이 안된다는건 세계 각 국의 공통된 상식이라 모르는바가 아니므로 우리가 처음 도착 했을때 근무중인
마우리 원주민인 처녀에게 체크인 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우리 짐을 좀 맡기자고 하니(이 또한 세계 각국의
숙소에서는 다 맡아준다) 그 처녀애가 우리를 안내 하면서 방이 비었으니 그냥 짐을 풀라기에 우리는 배려로 받아들였는데
이게 무슨?......
잔뜩 찌푸린 주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으나 이 양반 꿈쩍도 않는다. 결국 부화가 슬그머니 치밀어 오르는데...... 폭발하고
말았다.
"아니, 우리는 한국에서 요금을 지불하고 예약을 했고, 그 사실을 당신 숙소에 얘기하니 당신 종업원이 확인하고는 우리를
방으로 안내했고, 우리는 짐을 풀었다. 그리고 당신들이 인터넷에 올려 놓은 방의 사진과 우리가 안내된 방이 별 다르지
않다. 또, 우리는 체크인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짐을 맡아 달라고 했지만 당신 종업원이....."
흥분하면 언성이 높아지는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라 침을 튀기며 눈을 부릅뜨자 언쟁중인 우리 곁에서 인터넷 사용중이던
뉴질랜드 처녀가 흘큼 흘큼 우리 눈치를 본다. 또 안내대에서의 일이라 지나던 투숙객들이 힐큼거린다.
'저 녀석들은 보아하니 제 나라 녀석들인 것 같은데 왜 핏대를 세우는거야?' 하고서......
이런 상황에 주인은 그만 내게 항복을 하고 말았다. 자기네 종업원의 실수에 화풀이를 하려다가 내 적극적인(!) 어필에
그만 당황한 듯 하다. 그렇지만 이 양반은 많은 한국 여행객들을 평소에도 이런식으로 대한것이 틀림없다.
뉴질랜드의 첫 날부터 기분이 영...... 지진으로 출발부터 찜찜했던 터라 이 첫 날의 불쾌한 다툼은 그런 기분을 더욱 부채질
한다.
시차 적응을 하느라 방안에서 빈둥대다 저녁나절 어슬렁거리며 나가니 안내대에는 근무자가 바뀌어 젊은 한국 청년이다.
차량 렌트에 관한것 등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이 친구가 내가 퇴직전 근무하던 직장 동료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참 세상 정말 좁다! 이 친구는 여기서 아내와 둘이서 이 모텔에 시간제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오클랜드 대학에 재학 중이라
한다. 즉시 이 친구가 제 아버지에게 통화를 하더니 나를 바꿔준다. 죄 짓고는 이 세상 못사는거야...... 우리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 친구의 도움을 받아 렌트카(APEX Rental)를 인터넷으로 계약하고, 우리는 하루 더 충분한 휴식을 갖기로 하고 모레부터 차량을 인수 받아 모험을 시작하기로 한다.
(렌트카는 보험료가 하루에 10불, 렌트비가 하루 43.13불, 남북섬 왕래 사람과 차량 도선료가 두사람 276불, 해서 1,498불
인데 당시 환율로 하면 23일 렌트료가 백이십팔만원 정도였다. 물론 장기(長期)렌트라 약간의 할인이 적용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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