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8) 낯설지 않은 타이베이

운농 박중기 2018. 1. 4. 14:46

2017년 12월 20일


온전히 남은 하루. 내일은 돌아가는데 하루를 보내야 한다.

오늘은 대만 국립박물관과 대만 역사 박물관을 다녀왔다.

두 박물관은 넓은 실내를 채울 유물이 없어 곤충 채집본과 말린 물고기 등을 매달아 두었거나,

일제 강점기 때의 흑백사진들과 수채화, 유화 작가들의 작품들로 채워 놓았다.

박물관의 유물이 빈약한 것도 우리네와 닮았다.

별다른 유물없이 개성있는 화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우육면(牛肉麵)집 뉴뎬(牛店)엘 다시 가서 30여분을 기다려 국수 한그릇을 먹었는데 역시

맛이 훌륭하다.

호출되기를 기다려 두번째 알현(!)한 국수!

이 음식이 이곳을 떠나 대만을 생각할때 가장 먼저 떠오를거라고 여겨진다.

독일을 떠나 뮌헨을 생각할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것이 호프 브로이의 맥주이듯이......

오스트리아를 떠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것이 길가 와이너리의 하우스 와인이듯이......

프라하를 떠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것이 벨벳 맥주이듯이......

라오스를 떠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것이 카오삐약이라는 국수이듯이......

뉴질랜드를 떠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것이 삶은 푸른입 홍합이듯이......

여행에서 돌아와 당시를 추억하면 '인상 깊은 음식'이 먼저 떠오르는것은 신기하다.

미각이 제일 깊은 인상으로 남는다는 사실이.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할때 이곳의 음식이 생각나서 타이베이를 다시 찾을 것 같다.


타이베이는 어떤 색깔로 내 머리에 남을까?

'연한 회색'이다.

이곳에 오기전에 타이완에 대한 막연한 선입관은 '무채색'에 가까웠는데 신기하게도 이곳에서

8일을 지내고 돌아보니 역시 '무채색'이다. 

별 개성이 없는 사회 분위기, 별 개성없는 사람들, 별 개성없이 느껴지는 정서들......

그래서 타이베이는 내게 '연한 회색'으로 남았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