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8일
이곳에 도착 하는 날 하루 빼고는 날씨가 똑 같다.
이슬비라고도 할 수 없는, 오는듯 마는듯 하는 비가 흩뿌리고 하늘은 잔뜩 흐리다.
매일 똑 같은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우산이 필요 없기도 하고, 또 필요할 때도 간혹 있다.
그래서일까? 이곳의 건물은 아케이드(Arcade)로 된 상가가 많다.
일반 건물도 아케이드로 된 긴 통로가 많다.
그래서 길을 걷다보면 아케이드를 통과하는 경우가 많아서 비를 한방울도 맞지 않고 걷는
구간이 숱하다.
이렇게 비가 잦은 날과 또 여름철의 뜨거운 햇살을 막기 위해 이런 구조들이 발전되고
생겨났는지도 모르겠다.
10시쯤 중샤오푸싱(忠孝復興)역에서 함선생 내외를 만났다.
늘 화실에서만 보던 양반을 타국에서 만나니 반갑다.
두 분은 하나 있는 딸이 대만인과 결혼해서 타이베이에 사는 탓에 자주 이곳에서 장기체류
한다고 들었다.
사람 좋은 두 분과 차를 마시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지하철 역에서 회화전을 보고 헤어
졌다.
소문난 만두집에서 사 주신 만두를 지하철 역에서 두유와 같이 점심으로 먹고 임가화원
(林家花園)에 들렀다.
임가화원은 근대시대 부호의 잘 꾸민 가옥이었는데, 상당히 넓은 부지에 정자와 연못이 있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부를 쌓은 집 답게 호화스럽다.
당시의 가옥형태와 생활상 등을 미루어 짐작하기 좋은 가옥이었다.
그곳을 나와 지하철 블루라인을 타고 궈푸지녠관(國立國父記念館)에 당도했다.
국립국부기념관은 손문을 기념하기 위한 건물인데 장개석을 기념하는 중정기념당 보다 동상
이나 건물은 조금 작다.
장개석 동상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위병의 교대식을 보려는 사람들이 많다.
위병의 교대식은 어느 나라건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거 같은데 왜 사람들은 그런 행사를
보기를 즐기는지 잘 모르겠다.
주로 옛 권력자의 기념관을 지키는 위병들은 화려한 장신구와 번쩍이는 철모나 칼, 총검을
들고 교대식을 하던데, 권력자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갖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은 구경
꺼리로 보기엔 거부감 같은 것을 갖고 있어서 되도록 외면하는 편이다.
여하튼 장개석과 손문은 이곳 사람들에겐 굉장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것 같지만 뭐 그들의
속마음은 알 길이 없다.
이 두사람을 위한 기념당은 너무나 규모가 방대한데, 나는 어느 곳에서도 죽고 없는 인간을 위해
이렇게 큰 기념 구조물이 있는 곳을 보지 못했다.
인도의 타지마할도 장개석의 기념당 규모에 비하면 그 넓이에 있어선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에서 느낀것 하나는 타이베이 사람들이 무척 조용조용 하고, 친절하고 순하다는
것이다.
본토 중국인과 같은 민족임에 틀림없는데 그들과는 판이하게 느껴진다.
함선생의 얘기로는 여기 타이완 사람들은 본토 중국인을 아주 싫어 한다고 한다.
본토인들을 혐오하고, 그들에 비해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자부심 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함선생의 사위가 타이완인이니 그런 의견을 들었으리라.
그러고 보면 본토 중국인들의 유별난 소란함, 고성, 안하무인격 행동, 남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뻔뻔함 등이 이곳 타이베이 사람들에게선 전혀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본토인들의 그런 문제는 '대륙인'으로의 기질 탓이 아니고 무지한데서 오는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나쁘게 말해 '무식의 소치'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타이완인 모두가 교양인이고 본토인은 전부 무지한 인간들이라는건 너무 과한 얘기
겠지만 어쨌던 본토 중국인과 이곳 타이완인은 달라도 너무 다른, 완전히 다른 나라 사람 같다는
얘기다.
십여년 세계 각 국을 돌아다니면서 중국인의 횡포(!)에 워낙 질려 이런 쓸데없는 비교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되도록 그들이 있는 근처로는 접근을 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번번히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들이
너무 많았던 탓인 것 같다.
하지만 어제 만두집에서 점심을 먹다가 목도한 한국 단체 관광객 20여명, 아! 그들도 본토
중국인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요즘 들어 많이 달라졌다고 여겼는데 그건 젊은이들 얘기고, 5-60대 우리네 동족들의
행태는 본토 중국인을 능가하면 능가했지 덜하지 않았다.
가이드 녀석은 젓가락을 가져 가면서 그 복잡한 식당에서 사람들을 마구 밀치며 뛰어다니질 않나,
아줌마들은 아귀 같이 서로 한마디씩 하겠다고 떠들어대고......
신기한 것은 이 한국 아줌마들의 이해불가한 능력인데, 한 사람씩 얘기 하는게 아니라 모두들
동시에 얘길 하는데도 대화가 된다는 점이다.
남의 나라에서 괜한 알레르기를 일으켜 기분을 망치기 전에 얼른 먹고 그곳을 빠져나오는게 상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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