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20일
이곳에 온 후 처음으로 햇볕이 내렸다. 듬성 듬성 구름이 있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다.
이런 날엔 야외로 나가는게 좋을 것 같아 생각해 두었던 예류(野柳 地質公園)로 가기로
했다.
지하철 레드라인을 타고 타이베이 중앙역(台北車站)에서 내려 인근에 있는 시외버스 터미널
에서 진산(金山)행 1815번 버스를 타고 가다가 예류에서 내렸다.
타이베이 북부에 있는 예류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지만 버스가 시내의 주요 정거장에 모두 정차
하면서 운행하는 바람에 1시간이 훨씬 넘게 걸렸다.
마을 입구는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다. 집어등을 잔뜩 매달고 있는 어선들이며 우리네 처럼 횟집
같은 상가들이 쭉 도열하고 있다.
우리네 처럼 회를 먹는진 모르겠지만 가게에 나와 있는 아줌마들의 옷차림이나 바깥에 수족관을
내어 놓은 광경들이 우리와 흡사했다.
장화를 신고 고무 앞치마를 두른 아줌마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호객행위를 하는것 까지......
공원 입구에서 입장권을 사서 들어서니 해변가에 펼쳐진 기이한 석상들이 눈길을 끈다.
타이베이에 온지 일주일이 지나서야 '우리와 다른, 우리 한테는 없는 풍경'과 마주쳤다.
예류 지질공원은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해변가에 돌출된 묘한 바위들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기묘한 형상, 풍화되어 밑둥이 가늘어진 석상들이 마치 버섯처럼, 혹은 종양처럼 서 있다.
TV에서 가끔 보긴 했지만 넓은 해안가를 실제로 보니 충분히 눈길을 끌만하다.
길게 뻗은 사암(沙岩)으로 된 바윗길 해변은 푸른 바닷물과 어우러져 멋진 풍광이다.
기묘한 바위로 치자면 터키의 카파도키아의 스케일에 비할바는 전혀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바위
형상들이 마치 길고 커다란 바위위에 누워있는 수많은 물개떼 같다.
매번 남의 나라를 여행하면서 저녁엔 그날의 감상이나 에피소드, 느낌, 단상 등을 썼는데 이상
하게도 이 나라에선 그런 특별한 단상이 없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이 나라는 우리네와 너무나 똑 같아서 어떤 이질적인데서 생겨나는 특별한
느낌들이 없다.
우리네와 다른 시스템, 우리네와 다른 정서, 무언가 이질적인 것에 대한 소회 같은것이 없는 탓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음식이 마음에 드는 우리와 똑 같은 나라' 라는 느낌인 것이다.
심지어 청소년들에게서 받는 느낌, 노년과 장년층들에게서 받는 느낌, 젊은 여성과 청년들에게서
받는 느낌이 우리네와 똑 같이 느껴진다.
본토 중국인들에게서 받는 느낌과는 전혀 다른......
마치 쌍둥이 나라에 온 것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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