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7일
아침부터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들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으슬거리며 약간 춥고, 습기가 있는 차가운 날씨다.
오늘은 룽산쓰(龍山寺)와 인근의 재래시장 등을 돌아 보기로 작정했다.
용산사에 들어서자 왠지 아주 익숙한 느낌이 훅 하고 다가온다. 왜 이런 느낌이지? 하고 이 세밀한
조각의 절을 둘러보니 마침내 머릿속에 떠오르는것이 있다.
네팔 카트만두 어썬 바자르 속의 사원 세토 머친드러나트(Seto Machhendranath Mandir)다.
내 머리채를 쥐고 흔드는것 같은 그 충격의 사원.
지옥의 입구 같았던 세토 머친드러나트 만큼은 전혀 아니지만 입구 천정과 기둥의 모습이 비슷해서
그런 느낌이 다가온 것 같다.
어썬 바자르의 사원 세토 머친드러나트는 아직도 내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나보다.
용산사는 생각보다 정교했다.
돌을 사용해서 오랜 시간 다듬은 건축물은 아니지만 정교한 조각들과, 화려한 색감을 입혀 단장한
절이다.
특히 지붕이 세밀한 구성을 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건축물을 만들때 유별나게 지붕에 공을 들이는것 같다.
참배객들이 많아 이리저리 부딪힐 정도였고, 그들의 불심은 깊어 보였다.
용산사 인근의 약령시장과 박피가(剝皮街)는 뭐 그런대로 한번쯤 스쳐지나가도 되고 그냥 지나쳐도
별로 후회는 없을듯 하다.
풍족하지 않은 문화재를 애써 복원해서 관광지화 하려는 노력은 있지만 아직까진 많이 허술해 보인다.
역사가 깊지 않은 나라로선 어쩔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중국인 특유의 꼬질함은 별로 없어서 거부감은 없다.
이럭저럭 돌아 다니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해서 쉴겸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호텔측에 나머지 5일을 연장하기로 하고 숙박비를 지불했다.
남의 나라 숙소에서 한 곳에 이렇게 오래 머무는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순전히 이 숙소에서 아침식사때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따뜻한 두유(豆乳) 때문이다.
깔끔하고 심플한 아침식사도 나쁘지 않지만 이 두유는 정말 아침 음료로는 최고인 것 같다.
달지도 않고 텁텁하지도 않으며, 싱겁지만 신선한 맛의 이 아침음료는 이 숙소의 작은 불만도 다 상쇄
시킬만큼 좋았다.
오늘도 괜찮은 음식 한가지는 먹어보자고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뉴뎬(牛店)을 찾아 나섰다.
지하철 그린라인과 블루라인이 만나는 셔먼(西門)역에서 젊은이들에게 물어 찾아 간 가게 앞엔
사람들로 북적였다.
타이베이 거리를 걷다보면 음식점 앞에 줄을 선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데 이 집은 대기자의
줄이 아주 길다.
대기자 명단을 외부에 적어놓고 기다리면 종업원이 나와 미리 주문을 받고, 가게안에 손님이 비면
불려 들어가는, 마치 우육면(牛肉麵)을 알현하러 들어가는 기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소고기 우린 국물에 면을 담고 그 위에 고명으로 두툼한 여섯 조각의 각기 다른 부위 소고기를 얹어
내오는 국수인데 그 맛은 알현(!)하러 들어갈 만 했다.
포만감과 만족감을 뒤로 하고, 이곳을 떠나기 전 이 집은 한번 더 오게 되겠다 생각했다.
내일은 함선생과 블루라인의 중샤오푸싱(忠孝復興) 역에서 10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휴대폰 로밍을 하지 않았지만 숙소의 와이파이 상태가 굉장히 좋아서 카톡 무료통화로 할 수 있어
좋았다.
늘 보던 양반이지만 타국에서 만나 보는것도 색다를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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