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의 '시'...... 정말 좋은 영화입니다. 밀양과 오아시스도 정말 좋지만, 저는 '시'가 참 좋았습니다. 윤정희라는 흘러간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처음엔 조금 뜨악하니 생각했는데 의외로 잘 어울리는 배역이었죠. 그녀는 나이가 먹어서야 제대로 연기를 하더군요. (어찌보면 '시'에서 전혀 연기를 하고 있지 않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흘러간 배우를 저렇게 딱! 맞게 써먹다니 정말 이창동은 대단했습니다.
이창동의 작품에서는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와 맥락이 있지요. 우리 주변의 선량하다고 인정되는 인간들의 (결코 선량하지 않은) 이중성을 별 큰 사건을 만들지 않고도 수월하게 그려내지요. 그래서 그는 특출하다고 생각합니다. 오아시스를 처음 보고 한동안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던 기억도 나는군요. 밀양은 그 절정이지요? 송강호는 그 영화에서 정말 '끝내줬습니다'.. 어찌보면 이창동의 '제 삼자적(第 三者的) 시선'은 무심한 듯 대상을 객관적으로 그리면서도 자기가 말하고 싶은것은 다 그려넣는 솜씨좋은 장인입니다. 그렇지만 그의 의도하는, 표현하는 인간의 내밀한 심연은 감히 도스또옙스키가 까라마죠프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수준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되고, 손 뻗는데에 도선생의 까라마죠프가 있다면 그중 '대심문관'이라는 장(章)을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까라마죠프가의 형제들'을 읽는데에는 엄청난 인내가 필요하니까(그는 엄청난 잔소리꾼입니다) 전체를 읽어보라는 소린 못하겠고(아이쿠! 읽었으면 어쩌려고!) 그 장만이라도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이창동식 표현법은 그의 글과 많이 닮아있다고 가끔은 느꼈으니까요.
'멜랑콜리아'는 봤습니다. 대체로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는 다 봤습니다. 님포 매니악 까지...... 님포 매니악은 2편으로 되어 있는데, 여 주인공의 연기는 처절하지요.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이게 현실속인지 영화 속인지 간혹 헷갈리기도 했답니다. 어둠속의 댄서에서 비욕의 연기가 그랬던 것처럼.....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이런 늙은이를 위해 글을 주시는것만 해도 감사한 일인데..... 감사히 보고 즐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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