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중늙은이의 그림 그리기

운농 박중기 2014. 3. 20. 22:06

소년시절 꼬맹이들 사이에서 나는 꽤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였다.

도화지를 내게 내밀어,

'라이파이 그려 줘!' 하거나 '로보트 그려 줘!' 하면 쓱쓱 그려 선심쓰듯 던져 주곤 했었다.

소년시절을 지나 청년시절이 되자 머릿속은 복잡하고, 센티멘탈에 빠지고, 군 입대를 하고 직장을 다니고....

그러면서 그림은 내게서 잊혀졌다.

누구도 내게 그림을 그려 달라는 이도 없었고, 그릴 일도 없었고 그림이라는 자체를 잊어버렸다.

그러면서 중년이 되고..... 이제 중늙은이가 되었다.

아랫집 동네 꼬마가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자 잊혀졌던 그림을 떠올리고 어설픈 그림을 몇장 그렸다.

연상능력이라고 하던가?  그런 능력이 남아있던 탓인지 짐승이며, 탱크며, 로봇을 그 녀석이 얘기하는대로

그려주었다.

 

그림을 그린다.....

한번 해 볼까?

수채화를 해 보고 싶었다. 군청 복지회관 수채화반에 등록했다.

스케치북에 연필 데상을 하란다. 그림이나 사진을 주면서.

선생은 그림이나 사진을 줄 뿐 별 간섭을 하지 않는다. 언듯 한마디씩 할 뿐.

그렇지만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참 좋다. 집에서는 도무지 그려지질 않고, 나가서 스케치북을 펼쳐야 그림이

된다.

 

그러다 라오스행.

라오스에서 펜으로 쬐그만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니..... 어라? 행복하다!

이렇게 행복한 작업이 있다니......

그래 그림을 한번 맘먹고 그려보자.

잘 그리면 뭐하랴, 또 잘못 그리면 어떠랴. 이 나이에 화가로 나설것도 아니고...... 즐기기만 할 수 있다면

족하지 않은가.

 

그래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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