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얼마전 부산엘 다녀 올 일이 있어 차를 공영주차장에 두고 지하철을 탔더니 기이한 광경(나에겐!)이 눈앞에 펼쳐진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들 코를 박고 스마트폰을 내려다 보며 양 손의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이 기이한 광경은 내릴때
까지 그대로 고정되고 있었는데 그 느낌은 참으로 나에겐 생경했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들으니 대도시의 지하철이나 버스안에선 어김없는 풍경이라는게다.
말하자면 나같은 산골 촌놈이 이제야 발견한 광경이지 진즉 '벌써부터' 라는게다.
어떤이는 뉴스를 보기도 하고, 어떤이는 친구와 문자를, 어떤이는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듣고, 어떤이는 주식시세를, 어떤이는 게임을.....
여하튼 이런 기이한 풍경은 스마트폰이라는 이상한 물건이 출현하면서 생겼다는 것이다.
덧붙여 얘기 하자면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도 밥이 나오기 전에 모두 코를 박고 있고, 회식을 해도 몇몇은 코를 박고 있다는 것이고, 학교
에서, 직장에서, 일터에서 모두들 이 스마트한(!) 기계에 푹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건희는 좋겠다.
그는 사람들이 자동으로 코를 박는 요술기계를 만들어 무진장 팔아서는 글로벌 어쩌고 하는 회사의 꼭짓점에 앉아 있지 않은가.
또 한가지, 오랜만에 대도시의 지하철 안에 있게 된 나의 눈에는 검은 옷이 유달리 눈에 많이 띈다는 것이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고, 검은 상의를 입고 있는 것이다. 왜?.... 모르겠다. 에디뜨 삐아프를 흉내내는 걸까?
민주주의의 퇴행을 저항하는 의미? 불확실성의,그래서 암담한 한국을 상징하는? 무한경쟁에 내몰리는 한국인들의 어두운 마음속?....
뭐 이런 해석이 가능한가? 아니면, 난데없이 70대 쌩뚱맞은 무개념 그 옛날 노인을 '비서실장'에 떡하니 중용하는 이 나라 빅브라더(!)의
어처구니 없는 검은색 마음을 상징하는?
그곳을 얼른 벗어나 이 산골로 귀환한 나에겐 모두들 코를 박고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 온통 검정색 옷의 사람들만이 뇌리에 박혀있다.
끔찍한 장면이다. 조지 오웰의 '1984'에도 이런 장면의 묘사는 없었다.
가까운 누구는 그랬다. 스마트폰의 카카오 톡과 카카오 스토리는 실시간으로 주고 받는 소통의 수단으로는 아주 그만이고, 또 서로에 대한
유대나 밀착감이 대단하여 블로그나, 카페에 비해 훨씬 현실감과 현장감이 뛰어나서 선호하는 편이라고,.......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 '소통'을 굉음속의 지하철 안에서 검은 옷을 입고 앉은 괴이한 모습으로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는 형태라면..... 사양하겠다.
그 소통의 기능이 아무리 직감적이고 유용하다고 해도.
통신회사에 다니는 후배의 권유로 나도 이 스마트폰이라는 우스꽝스런 괴물을 손에 넣게 되었다.(의무 보유기간이 이제 5개월 남았다!)
자! 그럼 이 괴물안에 대체 뭐가 있을까..... 차근차근 보기로 하자 마음먹고 거의 하루를 투자해서 기능을 익히고 유용한 정보를 얻고,
어플은 어떤것이 있으며, 나에게 어떤 편리함과 요술을 선사할 것인가를 살폈다. 전직 통신회사 출신답게....
편지, 내비게이션, 문자, 일기예보, 신문 뉴스, 카카오톡, 알람시계, 즉시 일기예보 보기, MP3 기능, 영어사전, 카메라...... 대충 이러한 것들이
'주로 사용하는 것들'이 되었는데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이 물건이 나에게 무슨 요술을 부렸는지, 아니면 내게 무슨 이익을 줬는지, 아니면
내게 어떤 위로를 주며 타인과의 소통에 기여해 줬는지 아니면 어떤 다급한 내 욕구를 충족시켜 줬는지..... 아무런 '얻음'이 없다는 것만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나에겐 아무런 소용이 되지 않는 '별볼일 없는 물건'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별볼일 없는 물건이라기 보다는 그속에 들어있는 내용물들을 (각종 어플, 컨텐츠 등등) 살펴 본 바......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흥! 웃기고 있네! 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어떤 유용한 것들이 있는지 겨우 1% 정도밖에 알지도 못하면서 흥!' 하면... 할 말 없다.
그렇지만 그 1%만으로도 이 물건은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 차리는데는 부족함이 없다는 것이다.
신문 뉴스?... 아침마다 PC켜서 3개 신문사 뉴스 제목 훑어보는것으로 일과를 여는 내겐 아무런 별볼일이 없고, 메일 역시..., 네비게이션?
일년에 서너번 이용하니 그 활용도라는게 별볼일 없고...... 기타 등등 모두 내겐 별볼일 없는 것 투성이.
자, 이쯤되면 내겐 이 요상한 물건이 전혀 별볼일 없는 물건이라는 판정인데, 한달 7-8만원을 주면서 지니고 있어야 하나? 아뿔사! 계약
하며 5만 몇천원의 요금제에 동의하고, 기기 값이 2년 동안 할부해서 매월 몇만원.... 이걸 해약하면 위약금이...... 그러면 내년 1월이 지나
도록 기다려야 한다는 것.
뉴질랜드 자동차 여행을 계획하며 정말 별볼일 없는 영어 실력을 어찌어찌 보완해 보려고 영어 통역 기능이 있는 어플을 이용하려다가
엄청난 데이터 요금(해외)이 겁이 나서 사용해 보지도 못했고, 그나마 차에 없는 내비게이션 기능만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유일한
이유가 되어 버렸다.
결론은 나에겐 이 스마트폰이라는 물건이 거의 필요없는 물건이라는 것이다.
소통?.... 얼굴을 마주하며 상대의 표정과 억양을 보며 해야 한다는 것.
길찿기?.... 가끔은 잘못된 길을 들어 허둥대기도 하는 추억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것.
일기예보? ....가끔은 우산없이 길을 나섰다가 소나기를 만나 흠뻑 젖은 옷으로 남의 집 처마밑에서 옛사랑을 추억할 때도 있어야 한다는 것.
뉴스보기?.... 가끔은 TV를 켰다가 대형 여객기가 빌딩을 들이박는 어처구니 없는 광경을 목도하기도 해야 한다는 것.
도시의 지하철 안에서 울굿불긋 다양한 옷차림에 어떤이는 책을 펴고 앉았고, 어떤이는 옆사람과 나직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고, 어떤이는
졸고 있고, 어떤이는 강아지를 다독거리고 있는 ... 그런 풍경을 보고싶다.
뮌헨의 지하철 안에서 느꼈던 그 다양함이 보고싶다. 우리처럼 온통 검은 옷 입고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있는 사람들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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