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반에 일어나 벼르던 아래 밭 풀 제거에 들어갔습니다.
이즘의 농사일은 어디 한 낯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지요. 그렇잖습니까?
예초기를 메고 밭 가장자리부터 베고 나가니 흙은 튀고, 돌은 허벅지를 탁탁 때립니다.
그렇지만 기분은 상큼 합니다.
새벽의 공기는 언제나 달디 답니다. 아침 운동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무우 씨앗을 심으려면 어쩔 수 없지요.
한참을 돌리고나니 이마쪽이 이상합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이마를 장갑낀 손으로 문지르니 어라! 피가 묻어나옵니다.
예초기를 끄고 집으로 들어와 화장실에서 얼굴을 보니 이마쪽에서 피가 흐릅니다.
한 두군데가 아닙니다. 이마에 네 군데, 얼굴에 두 군데에서 일제히 피가 흐릅니다. 벌써 십원짜리 동전만하게 부풀어
오르기도 했고요.
아하! 저들의 임시 보금자리를 무지막지한 칼날로 마구 베어 넘겼으니 복수전이 시작 된겁니다.
그런데 무슨 독한 넘일까요? 어떻게 피가 흐르도록 찔러댄걸까요?
강바닥을 파헤치고, 온갖 패악질을 한 넘들에게 복수하듯 녹조가 새파란 강물이 떠오릅니다.
그래도(!) 나머지 풀들을 베어넘깁니다.
내일은 또 새벽에 삽으로 땅을 뒤집어야 합니다. 또 그 다음엔 거름을 넣고, 그 다음엔 이랑을 만들고 씨앗을 심고......
새벽에 일어나 일을 하다보면 동쪽 산마루에서 해가 솟아 오릅니다.
그 햇살에 밭의 작물들 사이로 옅은 안개가 피어 오릅니다. 옅은 분무사이로 햇살이 눈부십니다.
작물들은 일제히 햇빛에 환호합니다.
마치 여기가 극락인양 황홀합니다.
아침마다 이 옅은 안개를 보려고 해가 뜨기를 기다립니다.
이보다 더한 아름다움은 없습니다.
저녁은 좀 더 처연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괭이질을 하다말고 노을이 피어오르는 서쪽 산마루를 올려다 보는 시간은
갑자기 눈물이 글성일 때도 있을만큼 아름답습니다.
이런 아름다움 때문에 고독한 이곳 생활을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사는 기쁨은 우리가 발견하는 아름다움에 비례합니다.
많이들 발견하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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