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한국의 좀비, 그 무서운 세력들.

운농 박중기 2013. 8. 10. 16:33

 

 

 

얼마전 영화관에서 '월드 워 Z'라는 영화를 관람했다.

'세계 전쟁 Z'라는 제목이 대체 뭐야 하고 살폈더니 Z(Zombie), 즉 좀비와의 세계전쟁이라는 얘기다.

그러면 좀비가 뭔가하고 찿아 봤더니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되살아난 모습인 시체' 또는 '송장이나 다름없는 녀석' 뭐 대충 이런 서양적 의미란다.

컴퓨터 그래픽이 난무하는, 흔한 영화와 별 다를 것 없는 B급 영화인데 그 줄거리는, 세상에 갑자기 변종인류가 생기는데, 이 변종인류는

서로를 물어뜯는 것으로 전염을 시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게 된다. 이 좀비들은 엄청난 힘과 죽음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 족속들이 되어

전 세계에 만연하게 되어 세상은 극한의 공포와 함께 아수라장이 되고만다.

이에 주인공이 (물론 미국인이다!) 천신만고 끝에 이들 좀비들의 약점을 알아내고 백신을 개발, 해결해 나간다는 황당무계한 얘긴데 이 영화

역시 '미국인이 전 세계를 구한다'는 미국 지상주의는 어김없다.(미국이 전 세계를 구하는 영화는 수없이 많다!) 

스토리 전개중 주인공은 이 좀비들의 최초 발원지로 한국이 지목되어 급히 한국으로 가지만 단서를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가는데, 왜 하필

한국이 최초 발원지로 지목됐는지는 명확한 설명이 없으나 영 찝찝(!)하다.

내가 이 글을 적으리라 미리 짐작한건가 ^ ^

아니면 나 말고도 한국의 대저 대중의 평소 패턴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인간이 헐리우드에 있었든가......

이 좀비들에겐 공통적인 행동 패턴이 있는데 주위가 조용할 때는 가만히 서 있다가 어떤 소리가 요란하게 나는 곳이 있으면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는 그 소리나는 쪽으로 우루루 몰려가선 멀쩡한 인간들을 마구 물어뜯어 오염 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멀쩡한 인간은 이 좀비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선 어떠한 소리라도 내서는 안되는 것이다.

철통같은 이스라엘의 장벽안에서 '우리는 끄떡없다'며 환호하는 유대인들과 이 환호하는 소리를 들은 수많은 좀비떼가 그 엄청 높은 장벽을 서로

짓밟고 타고 올라, 환호하는 유대인을 덮치는 장면은 모골이 송연한 장면이다.

 

왜 난데없는 좀비 얘기냐고?

요즘의 우리 사회에서 그 좀비와 너무도 흡사한 사람들이 들끓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

여름철 TV를 보고 있으면 그 좀비를 닮은 사람들이 어느 곳이나 목격된다.

유명계곡, 유명 해수욕장, 유명 유원지, 유명 호텔 수영장, 유명 캠핑장 등등 이른바 '유명 000'에는 어김없이 새까만 인파가 몰려있다.

모 방송국 잔디 마당을 개방하여(물론 도심 한가운데의 방송국) 캠핑장화(化) 했더니 수십개의 텐트가 설치되어 모두들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는 광경도 있다.

도심 한가운데의 방송국 마당에 그 불편한 텐트를 치고 삼겹살을 구워 먹을바엔 자기네 집에서들 구워 먹는게 훨씬 편안하지 않을까?

말하자면, 이렇게 유명한, 그래서 '소리가 요란한' 곳에는 어김없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별로 '유명하지 않은' 곳에는 아예 사람의 그림자도 볼 수 없는 것이다.

우리집 옆의 계곡은 소박하고 물이 깨끗해 '제발 여기는 유명하지 말았으면!' 하고 비는 곳인데, 어느 날 남녀 둘이서 물에 젖어 올라 오더니

"야! 사람이 없어 재미없어! 우리 지리산으로 가자!" 이러고는 차를 빼더니 짐을  싣고는 횡하니 가버린다.

기특하게도 떠나주니 고맙긴 했지만 '고 녀석 시끄러운데가 좋나보군, 저 녀석도 좀비 아냐?' 하고는 피식 웃고 말았다.

한국인들은 '조용한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족들이 자기네 끼리 조용히 즐기는 아늑하고 소박한 곳은 성에 차지 않는 것이다.

도심의 그 소란함과 악다구니 같은 경쟁사회에서 심신이 지쳐 휴가를 얻었건만 그 머릿속을 비울 '조용한 곳'은 기피하는 것이다.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그리고는 소란한 곳을 찿아 뛰어들어 마시고, 굽고...... 월드 워의 좀비들 처럼.......

(좀비들의 행동 패턴이 꼭 같은 것처럼  굽고 마시는 것은 거의 공통적으로 '삼겹살'과 '소주'이다)

 

가까운 인월에 맛있는 국수를 파는 가게가 있어 자주 이용했는데 어느날 부터 손님이 들끓어 (특히 주말에는) 이제는 주말을 피해서 가야만 

했다.

갑자기 이 촌구석 국수집이 왜 이렇게 됐지?..... 1박 2일 이라는 TV 프로가 이 지경을 만들었다는게다.

조폭같은 깍두기 머리와 찢어지는 갱상도 사투리의 호동이라는 녀석과 그 일행들이 지리산 둘레길에서 촬영을 하고선 이 국수집에서 식사를

했다나?

그 뒤로 이 TV프로를 시청한 '좀비'들이 이 소란한 곳을 향해 '진격'을 개시했던 것이다.......

주말을 피해 이 국수를 먹어러 와야하는 우리로서는 그 깍두기 머리의 덩치 큰 녀석을 쥐어박아 버리고 싶지만 .......

국수집 주인이 이 글을 본다면? '은인을 쥐어 박는다고? 심통주머니 같은 녀석!' 할테지.

결론적으로 한국의 좀비들은 '소란한 곳'을 향해 진격하는 떼거리 같다.

여름의 휴양지, 부동산 시장, 주식 시장, 유명 음식점, 아랫도리 다 내어놓고 수상한 춤추는 걸그룹 주변, 정치 패거리들.......

소란한 기미만 있으면 귀를 쫑긋 세우고 진격을 준비하는 우리네 좀비들.

하긴 세상 어느 곳이 우리와 크게 다른 곳이 있을까마는.... 한국..... 너무 심하다. 그리고 무섭다.  

 

쉿! 조용해야 한다. 좀비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