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2)운농의 뉴질랜드 자동차 여행

운농 박중기 2013. 7. 27. 12:11

 

2011년 2월 24일 - 25일  일본 오사카

 

첫번째 경유지인 일본.  간사이 공항에서 환승을 위해 비행기에서 내리자 마자 뉴질랜드행 승객을 안내하는 도우미가 표시판을

들고 기다린다. 왜? 간사이 공항이 다소 복잡해서 그런가?  아기자기 하게(!) 생긴 일본 아가씨가 잰 걸음으로 우리를 에스코트

해야 할 정도로 환승을 위한 이동은 복잡하긴 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 갔다가 좁은 통로를 빠져 나가기도 하고, 공항내

전기차를 타기도 하고......

일본을 올때마다 느낀바지만 이 간사이 공항은 참 어지럽다.

도우미 아가씨에게 물어보니 이곳에서, 이 시간에 뉴질랜드 행은 우리 둘 밖에 없단다.

이틀전에 뉴질랜드를 강타한(정확하게는 뉴질랜드의 남섬에 있는 크라이스트 처치를 강타한) 진도 6.3의 강진은 도시를 엉망으로 파괴했을뿐 만 아니라 뉴질랜드 여행을 계획한 이들의 간담을 이미 서늘하게 해 놓은터라 승객이 있을턱이 없겠지.

그럼 우리는?  '간 큰 한국인' 으로 그 도우미 아가씨는 우리를 보고 있는건 아닐까?

 

출발을 이틀 앞두고 우리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었다.

외신을 타고 전한 뉴스는 크라이스트 처치 시내의 처참한 모습과 불안한 시민들의 멍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던 것이다.

아내와 나는 처음엔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아무런 말을 못했다. 하필(!) 크라이스트 처치 행으로 비행기를 예약해 이미 항공권을

발권 해 놓은 상태일 뿐더러, 약 6개월 전부터 남섬과 북섬을 여행할 계획을 제법 세밀하게 수립해 놓은 이 마당에......

잠시 감정의 공황상태에 빠졌지만 잠시후엔 나에게 엉뚱한, 아니 엉뚱하기 보다는 당연한(이게 문제다!) 호기심이 뻗기 시작

했다.

내 평생 이런 구경꺼리를 놓칠 수 없지 하는 강렬한 호기심 말이다. 그렇지만 이런 박중기 만의 호기심을 슬쩍 감추고 아내와

상의를 시작했다. '아니, 이런 판국에 그 나라를 꼭 들어가야해?' 하는 아내와 '지진이라는게 어느 한 지역만 때리는거지 어디

나라 전체를 때리는게야? 우린 뉴질랜드 전체를 일주 하겠다는 사람아냐!' 이런 논리로 서로 다툼과 갈등을 하다 결국 내 논리가

먹혔는지, 아니면 6개월 전부터 준비해 온 나의 노력을 감안한 아내의 '측은지심'인지 우리는 계획대로 감행하기로 했다.

즉시 항공사에 연락하여 크라이스트 처치 행 표를 오클랜드 행으로 바꿨는데, 이렇게 이틀전에 쉽게 바꿀 수 있었던 것도

뉴질랜드 행 패케지 여행을 무더기로 해약한  우리나라의 그 많은 여행사 덕분이었던것 같다.

어쨋던 우리는 이런 우여곡절 끝에 이 간사이 공항에 있는 것이다.

"이 여행이 순조롭지 않을 징조일까?  가지말아야 할 곳을 가지 말라는 조상님의 계시일까?" 어쩌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예의

강렬한 호기심이 빙긋이 웃고 있었던 것이다.

 

37번 게이트에 도착하니 서른명이 넘는 기자들이 TV 카메라 등 보도장비로 무장한채 대기하고 있다. 아마도 크라이스트 처치의 지진 현장을 취재하러 가는 것 같다.

오후 2시 30분에 출발하는 오클랜드행, 뉴질랜드로의 여정이 시작된다. 이틀전 지진이 강타하여 뉴질랜드 초유의 사상자를 낸

땅에 들어가는 것이다. 무모하다고들 할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