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22)운농의 뉴질랜드 자동차 여행

운농 박중기 2013. 7. 27. 18:08

2011년 3월 16일 (크라이스트 처치 - 와이파라 - 함머 스프링)

 

우리는 깔끔하고 세련된 집들이 아름답게 늘어 선 함머 스프링에 들어왔다.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1시간 40분의 운전이었다.

오는 길은 코발트 색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강물과 먼 산이 싱그러운 길이다.

'스프링'이라는 지명에서 처럼 이곳은 뉴질랜드에서 유명한 온천 휴양지다.

함머 스프링은 뉴질랜드의 주택들 중 가장 잘 가꿔진 전형을 보여주는 동네다. 잘 손질된 잔디밭(이 잔디밭은 뉴질랜드 전역에 

있다. 가정이든, 관공서, 공원, 도로 주변 등등 어디에나 가장 흔하게 보인다)이 있고, 세련된 주택의 색상들, 아름드리 나무들,

잘 가꾼 도로주변들이 '세련된' 주택가의 최고점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어떤면에서 보면 이 사람들은 마치 '자기 집을 가꾸는 것이 일생일대의 과제' 인 것 처럼 보인다. 

'대체 어떻게 저 많은 꽃들과 식물들을 저토록 아름답게 가꾸지? 저 양반들은 밥 먹고 할 일이라곤 저것 밖에 없는 것 아냐?'  할

정도다. 언젠가 오스트리아의 할슈타트에서 본 호숫가의 아름다운 주택들과 비슷하다.

할슈타트의 주택 가꾸기에 혀를 두른 기억이 난다.

 

우리는 도착하자 홀리데이 파크의 부엌이 있는 케빈에 짐을 풀었다. 71불, 1불은 뭐야? 모르겠다. 어쨋던 71불이란다.

우리는 스파게티 면을 삶아 야채와 고추장을 섞은 비빔면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하고는 온천 풀장으로 갔다.

1인당 18불에 큰 타올 1장 빌리는데 5불, 들어가서 옷을 보관하는 작은 함에 2불짜리 동전을 또 넣어야 한다.

이 치들은 철저히 장삿속을 보이고 있다.

자세히 살피니 옷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벗은 옷을 한쪽 구석에 둘둘 말아 포개놓은 것도 많이 보인다.

여행객들은 카메라며, 휴대폰이 있으니 그럴 수도 없고, 현지인들이 주로 그런 방식으로 한쪽 귀퉁이에 옷을 말아 두는데, 대체

이들은 가장 기본적인 보관함 마저 돈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으니 인심 사납게 보인다. 하지만 또 어떤 곳들은 우리네로 치면

울타리 쳐서 입장료를 받을만 한 곳도 무료로 개방하는 곳이 많아서 이들의 '요금 지불 원칙'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저녁을 지어먹고 홀리데이 파크를 벗어나 산책을 나서니 하늘엔 여태껏 본 적이 한번도 없는 연두빛 구름이 마치 SF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산 위에 걸려있다. 황홀한 장면이다.

산책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서니 캠프밴 한대가 서있고 앞바퀴에 세워둔 팻말이 보인다.

'친구 환영, 어느때나!'

이 친구도 이렇게 캠퍼밴을 끌고 다니면서 어지간히 외로운가 보다. 아예 팻말을 나름대로 잘 만들어서 앞바퀴 앞에 세워 둔 품새가 나돌아 다닐때마다 저렇게 하는것 같은데, 좋은 대화에 목마른 사람인가 보다.

결국 인간이란 인간속에서 살아가야만 하고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어머님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몇일 전에 전화한 며느리 음성이 좋지 않던데 무슨 일 있냐?'고 하신다.  국제통화 요금 아끼려고

서둘러 통화를 마무리 하려는 아내의 조급함에서 무언가 불안을 감지 하셨다는 얘기다.

나이들면 직감적 감지능력이 생긴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온천물에 몸 한번 담그겠다고 4-5만원씩 지불하면서 몇천원 아끼

려고 노모의 심기를 어지럽혀서야...... 한심한 우리다.

이국에서의 씀씀이는 우리네 화폐의 감각과 다르고, 환율이라는 것이 중간에 개입하며, 어정쩡한 분위기 등으로 감이 잘

잡히지 않아서 지출의 규모를 가름하지 못할때가 많다.

코스모폴리탄이라고 우긴적도 있지만 이럴땐 어쩔수 없는 타국의 이방인일 뿐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