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7) 발리, 그리고 우붓

운농 박중기 2017. 11. 6. 19:47

2017. 10. 18 (우붓)


오늘 숙소를 비워주려 짐을 싸서 일단 주인에게 맡기고 아궁라이 아트 뮤지움(Agung rai art museum)

으로 향했다. 미술관은 근사했다.

아궁라이 라는 이름의 부부가 소유한 미술관 겸 리조트, 레스토랑 등 복합 공간이었는데, 그 규모와

정원, 그리고 수목, 연못 등이 나무랄데 없이 훌륭했다.

미술관은 세개의 건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네카 미술관보다 규모는 컸지만 소장품의 규모와 질은 비슷

했다.

인도네시아인들의 섬세한 붓놀림과 디테일한 묘사, 그리고 색감의 사용은 상상 이상으로 훌륭하다.

그림을 그린답시고 붓을 가끔씩 들고 있지만 , 세상에는 이리도 특출한 화가들이 수없이 많은데

나까지 거들것 뭐 있나 하는 생각마져 든다.

이런 이, 저런 이의 그림들을 살펴보고 그것들을 즐기면 되는것을 굳이 나까지......

내가 그들보다 잘 그릴 재주도 없고.


우붓의 그림들은 크게 두가지다.

단색과 그것과 비슷한 색감을 조합하여 전체적인 색감의 통일을 이루어 조화롭고 세련된 화면을

이루는 양식과, 은은한 색감을 조합하여 화사하면서도 깔끔한 아름다움을 추구한 화면의 양식.

숱하게 분포되어 있는 갤러리들은 각자의 개성을 한껏 발휘하고 있었고, 공통적인 것은 선(線)들이

엄청 섬세하다는 것이다.

가로 2미터가 넘는 대작들도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깨알 같은 섬세한 묘사로 가득하다.

여기에다 '우부디언'으로 자칭하는 다른나라 장기체류자들 까지 합세하여 우붓 회화의 한 세계를

아루고 있다.

결국 그림이라는 것도, 하나의 틀의 하모니가 이루어지고, 시대적인 배경과 또 그것을 즐길 줄아는 

사회적 수준 등이 합체되어야 발전하고 또 그것이 향유되는 것이 아닐까?. 

광주 비엔날레에 가서 그 수많은 설치미술들을 봤을때 느끼는 생뚱 맞음. 그리고 묘한 이질감을

잊지 못한다.

왠지 미술활동을 하는 그들과, 그것들을 보는 관객들이 따로 노는것 같은 느낌 말이다.

한편으로 들었던 생각은 좀 웃기는 얘기지만 '아니, 자기만 아는, 도무지 뭔지도 모르겠고, 무슨

느낌이 드는것도 아닌 저런걸 왜 만들었담. 아마 저들은 돈 많은 집 자식들이 미술대학에 가서 별

재능이 없는지라 이상한거 만들어 놓고는 개똥철학 같은 제목을 붙혀 놓은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예술, 특히 회화는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름답지 않으면 뭐하러 예술을 하고 그림을 그린다지?


다만, 미술관마다, 갤러리 마다 관람객은 나 혼자라는 사실이다.

우붓은 젊은 신혼부부와 연인들의 놀이터가 된지 오랜데 나는 아직 미술관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큰 방에서 혼자 여유롭게 그림을 느긋하게 감상하는 특혜같은 호사를

누리는 즐거움도 있었다. 

하지만 미술관마다 냉방시설이 갖춰진 곳은 없어서 땀을 삐질삐질 흘려야 한다는 점이......

습기 관리도 되지 않고,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열어놓은 미술관에서 작품들이 온전히 관리될지

모르겠다.

우리의 경우 온습도 관리는 물론, 카메라 플래쉬도 터뜨리지 말라고 하고 조명마져 조절해서 관리

하는 곳이 많았는데, 그게 다 지나친 노파심이었나 하는 생각마져 들게 한다.


Suryadina에서 짐을 찾아 예약한 집엘 갔더니 미안하다며 방이 나갔다고 한다. 아니, 나하고 예약

하고 약속하지 않았냐니까 연신 미안하다고 머리를 조아린다.

필경 누군가 먼저 지불해 버린게지. 선금 얘기가 없어 그냥 약속만 하고 나온게 불찰이었다.

좀 더 떨어진 호텔 두아나 사리(Hotel Duana sari)에 들러 방을 잡고 종업원의 오토바이로 짐을

날랐다.(45만 루삐)

이 호텔은 꽤 넓고 수영장도 있었다.

이 호텔의 인근에는 식당도 없고 논 만 있어 시내의 큰 마켓 '코코마켓'에서 산 신라면과 망고,

망고스틴, 치즈 한조각을 맥주와 함께 먹는 것으로 저녁식사를 떼웠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9) 발리, 그리고 우붓  (0) 2017.11.09
(8) 발리, 그리고 우붓  (0) 2017.11.09
(6) 발리, 그리고 우붓  (0) 2017.11.06
(5) 발리, 그리고 우붓  (0) 2017.11.03
(4)발리, 그리고 우붓  (0) 2017.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