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5) 발리, 그리고 우붓

운농 박중기 2017. 11. 3. 20:48

2017. 10.16 (우붓)


숙소를 옮겼다. Griya도 그럭저럭 괜찮았고 특히 아침식사가 산뜻하니 좋았었다.

주인장에게 경험 삼아 이웃 숙소로 옮긴다고 하자, '오! 그 집도 좋은 숙소다'며 다른 내색은 하지 않는다.

그는 나름 영업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호텔닷컴과의 조식 문제 때문에 마음에 걸렸는지 내 메일로 호텔닷컴과의 질의, 응답 내용을 보내왔다.

명쾌한 사람이다.

이웃으로 옮긴다는게 좀 걸리긴 했는데 그의 명쾌한 태도 때문에 마음이 가벼워졌다. 


기대했던 네카 아트 뮤지움(Neka art Museum)은 기대가 충족될 만했다.

지도를 보곤, 걸어 갈 만하다 싶어 나섰더니 만만한 거리가 아니었다.

약 2시간쯤 윗도리의 반이 땀으로 흠뻑 젖은 다음에야 도착했는데, 길을 걸으면서 몇몇 이에게 물어보니

각각 소요시간이 제각각이다.

가게에서 생수를 사며 젊은이에게 물었더니 '걸어서 30분 정도'라고 했는데 불과 1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였고, 2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물으니 앞으로 10분은 더 걸릴거라 했다.

시간의 장단에 대한 관념이 다들 별로 없다.

하긴 우리네 처럼 시간에 목숨거는 이들이 또 있을까.


뮤지움에 거의 다 왔을때 길가의 원두막에 앉아있던 40대 남자에게 위치를 물었는데 이 친구 냉큼 일어

나더니 앞장서며 따라 오란다.

큰 길이 아닌 샛길로 보이는 좁은 오솔길인데, 이 친구는 '이리로 가면 네카 미술관이 나와! 이 길로 가면 

경치도 좋고 좋은 사진도 찍을수 있어' 한다.

좀 수상쩍은 기분도 들었지만 인상이 선해서 잠자코 따라 갔더니 논길로 이끈다.

5분쯤 가다가 돌아서더니 '발리에 처음 왔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자기는 가이드 일을 하는데

자기와 함께 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아하, 이 친구......

'나 가이드 필요없어, 네카 뮤지움은 큰 길가에 있는거 아냐?' 하니 획 되돌아 가버린다.

'어이, 어디로 가야 하는거야!' 하니 이 친구 논 가운데 길을 가리키더니 횡하니 가버렸다.

인도네시아에도 저런 녀석이 있군.

왔던 길을 되돌아 나오다 젊은 여자애가 있어 물으니 큰 길가로 나가서 쭉 올라가면 된단다.

아이고, 이 친구는 도대체 무슨 심보로 나를 논 가운데 길로 데리고 갔을까?

큰 길로 나와 녀석이 있었던 원두막에 눈길도 주지 않고 걸었다.


네카 아트 뮤지움은 발리 우붓 회화의 정수를 보여 주는듯 했다.

우붓인과 우붓에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그들 스스로 '우부디언'이라고 한다)들이 그린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독특한 방식의 그림이라 흥미있게 관람했다.

장기 체류 외국인들이 유별나게 많은 우붓이 회화가 발전하고 흥했다니 재미있는 일이다.

그들이 찾는 색상이 이곳 우붓에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특히 젊은 여인네들을 많이 그렸는데, 그들의 시선은 인도네시아인 특유의 아름다움에 매료

되었던듯 하다.

이곳 여인네들은 대체로 여타 동남 아시아인들과는 좀 달라서 용모가 좀 펴진 얼굴 형태다.

보통 베트남이나 태국 여성들은 얼굴의 눈과 입, 코 등이 몰려 있고, 입술이 돌출된 형이 많지만

발리 여성들은 좀 달라 훨씬 괜찮은 인상을 지녔다.

뮤지움은 내가 관람하는 세시간 가량 아무도 관람하는 이가 없었고, 나 혼자였다.

네카 뮤지움 근처에는 개인 갤러리도 많았다.

규모가 제각각이었지만 각기 개성이 있어서 들어 갈때마다 기대로 가슴이 설렜다. 

확실히 우붓은 회화가 특화된 도시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가는곳마다 관람객은 나 혼자여서 이제 우붓의 회화는 뒷전이고 이곳의 예술적 명성을 접한

젊은이들의 이색적인 놀이터가 된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수 없었다.


저녁 나절은 더위를 피해 있던 사람들이 몰려나와 엄청 복잡하다.

외국인들이 많이 몰리는 곳 특유의 번잡함과 들뜸, 난립하는 가게와 식당들, 온갖 잡동사니가 쌓인

상점들, 여느 나라와 비슷한 분위기다.

태국의 카오산 로드, 네팔의 타멜, 인도의 빠하르 간지, 일본 교토의 기온거리 등등......

이곳의 진정한 매력을 찾아 보기로 하자.

내일은 외곽의 논과 밭이 있는 쪽으로 가서 이들의 진짜 생활이 어떤 모습인지 겉모습이라도 보기로 

하자.

하긴 진짜 모습을 이 며칠로 어찌 알겠는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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