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영화 '군함도', 그리고 '오아시스'(편지)

운농 박중기 2017. 8. 2. 11:51

무지 더운 날입니다.

습도는 높고 하늘은 우중충하며, 후덥한 공기는 온 몸에 거머리 들어붙듯 합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의 날씨 참 싫습니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 일부, 동남 아시아 일부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러고 보면 유럽지역은 참 복 받은 땅 같았습니다.

태풍 없지, 지진은 이태리 말고는 거의 없고, 습도도 높지 않고...... 이들이 옛부터 안정되고 번영을 누리며

좋은 문화유적을 많이 남긴 까닭은 이런 이유도 분명 있을겁니다.


해발 480미터의 우리집이 이렇게 더운데 도시의 더위는 어떨까요.

읍에 내려 갔더니 36도였습니다. 우리집으로 올라오니 31도. 무려 5도 차이가 났습니다.

5도 차이라면 굉장하지 않습니까?

도시란 에어컨 틀고, 건물들로 바람길을 막아놓고,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 자동차.... 더울수밖에 없겠지요.


엊그제 요즘 한창 시끄러운 '군함도'를 봤습니다.

군청 예술회관에서 4,000원에 상영합디다.(나이 먹었다고 1,000원을 할인해서)

그런데 류승완 감독의 특색이 그대로 나오더군요. 배우들은 그 죽을 고생인 지옥의 작업장에서 모두들

활기찼고(고생하는 얼굴들이 아닌, 마치 활극에 동원된 신나는 얼굴들이었고) 주인공 몇몇은 그 지옥 같은

작업장에서도 여전히 '똥폼'을 잡고 있었으며, 황정민을 비롯한 주인공들은 기존 자신들의 출연작에서 보였던

그대로를 이 영화에서도 연장해서 연기하고 있다고 보였습니다.

심지어 위안부로 들어 온 여자 배우마져 그 어이없는 환경에서도 노련한 여장부의 역활을 하는것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군함도를 재현한 세트는 굉장하고 디테일에서도 수준급이었지만 그 비참한 세트 안에서 배우들은(엑스트라

들 마저도) 마치 익숙한 동네 바닥을 휩쓸고 다니는 건달들 같이 의기양양한것이, 도무지 역사적 배경과,

놓여진 상황과는 동떨어진거 같아서 보는 내내 씁쓸했습니다.

오히려, 송중기라는, 제 이름과 같은(발칙하게도!) 배우는 그냥 별볼일 없는 아이들과 드라마 홀릭 아줌마들의

선망의 대상인 '어린아이'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이 영화에서 상황에 맞는 표정을 하고 있어서 그나마

괜찮아 보였습니다.

악역으로 나오는 조선인 작업반장역을 한 배우는 자기역활과 어울리는 연기를 하는 유일한 배우로 보였습니다.

전체적인  느낌에서, 감독은 100만 어쩌고 하는 한국적 흥행에만 관심이 있는것 같아 보였다는 얘깁니다.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부어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솔직히 저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껄끄러운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와 TV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를 다시 봤습니다.

류승완 감독에게, 또는 그 양반의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아마도 군함도의 10분의 1도

들어가지 않은 제작비로 만든 오아시스가 훨씬 좋았습니다.

각자의 취향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세지에서도,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의식과 제기에서도,

극중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정과 몰입에서도 저는 이 작은 영화가 군함도 보다는 100배 정도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일방적, 편협적 생각일까요?

가슴속에 남는 영화와, 머릿속을 쿵쾅거리며 돌다가 극장밖을 나오면 사라져 버리는 영화..... 

지금  우리사회는 너무 '100만 영화'를 과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돈을 내고 그 대열에 참여했지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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