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가을을 지나다(편지)

운농 박중기 2016. 10. 29. 10:25

창밖의 단풍이 절정입니다.

올해는 유달리 아름답군요. 지난 여름의 혹독한 더위가 무슨 작용을 한 것일까요?

다행히 우리 집 근처에는 단풍나무가 많아, 옮겨 심은 뜰의 단풍과 함께 경연하듯 붉게 빛나네요.

이런 가을이 얼마되지 않는다는게 참 아쉽습니다.

두어달 계속되는 몸살 기운도 이런 단풍의 향연에는 잠시 멈추어 설 정도로 좋군요.


'밀정'은 영화관에서 봤습니다.

송강호의 번뇌외 이중성이 재미 있더군요.

김기덕 감독은 말씀대로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이지요?

주제를 심연까지 끌고 들어가 파헤치고, 자신이 무얼 말하려는지를 확실하게 보여 주지요.

그런데 그 '끌고 들어가는 방식'이 잔인하거나, 너무 비상식적이거나 현실을 과하게

표현하므로서 거부감을 주기도 하는거 같습니다.

무엇이든 과하면 현실감이나 떨어지니까요.

연극이라면 모르겠으나 영화에서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대한 많은 부정적 시각을 가진 제게도 그의 방식은 그리 '적합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 또한 영화인의 한 부류이자 '표현 방식이 별난' 한 감독으로 자리매김 하겠지요.

그래서 그의 방식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부산에 2박3일을 갔었습니다.

피치 못할 결혼식도 있었고, 자주 가던 병원에서 간기능 검사도 받을겸 해서였지요.

초음파와 혈액검사 결과 별다른 문제는 보이지 않아 다행입니다만 그렇다면 왜 이런걸까 하는

의구심은 더 증폭됩니다.

내일은 한의원에 다시 가 볼참 입니다. 햇빛 쪼이기도 많이 하고요.


우리집 큰 개 뭉치는 부지런히 구워다 바친 고기를 잘도 먹더니 어제 부터는 다시 단식에

들어 가는군요. 이제 곡기를 끊고 저 세상으로 갈려고 하는걸까요?

아침엔 제법 큰 소리로 짖어대기까지 합니다. 마지막 외침일까요?


따뜻하게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