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일본 나들이 (4)

운농 박중기 2017. 7. 21. 11:18

2017. 5월 17일 (교토)


교토는 단정하고 화사하고 깨끗하고, 이쁘다.

젊은시절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밤새워 읽었었는데 그 소설의 배경 금각사에 늘 한번 가보고 싶었었다.

버스를 타고 금각사에 도착해서 티켓을 끊고 누각이 보이는 입구에 들어서자 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너무나 아름답다!

연못 중간에 떠 있는 황금빛의 누각은 주변의 신록과 멋지게 어우러지며 그 화려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보기드문 아름다움이다. 누각 자체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구조로 섬세함이나 정교함은 전혀 없었지만 그 단순한

구조가 연못과 잘 가꿔진 정원속에서 홀연히 빛나고 있다.

마치 무수한 꽃밭속의 백자 같은 당당하고도 미끈한, 그러면서도 품위있는 아름다움이 주변을 압도하고 있었다.

서양의 건축물과 정원의 아름다움과는 전혀 다른 동양적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생각했다.

눈내린 겨울의 금각사를 꼭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차분히 주변을 살펴보니 정원은 일본인 특유의 섬세하고 깔끔한 손길이 엿보인다.

연못의 물속에 피어있는 난초는 푸르게 빛나고, 수목들은 더없이 멋스런 자태를 뽐낸다.

수목들 아래 이끼와 풀들은 정성스런 손길을 받아 주단처럼 미끈하게 깔려있다.

수목들이 온통 연두와 초록색 일색인 요즘보다 가을 단풍철이 되면 이곳은 더욱 아름다울것 같다.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속에서 자신의 내부 갈등속에서 짓눌려하던 주인공이 너무나 아름다운 누각(금각사)에

불을 질러 그 질투심을 발현하던 장면이 생각나 주인공의 질투가 이 누각을 상대로 불태울 정도였다는 것을

이해하고(!) 싶기 까지 하다.

다만 수년후 미시마 유키오가 극우적인 활동과 발언을 일삼다 활복자살을 했다는 기사를 읽었을때 그 황당했던

기억도 새삼스럽게 든다.


청수사(키요미즈데라)로 올라가는 길 주변의 상점들은 일본 특유의 기막힌 색감과 간결한 디자인의 상품들이

진열된 가게들로 아름답다.

우리네 사찰 주변의 천편일률적인 가게들과는 너무도 다른 풍경이다.

청수사는 관람시간이 넘어 표도 사지 못하고 외양만 둘러보고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들른 산넨자카와 니넨자카

양편으로 늘어선 옛 일본가옥들과 가게 역시 대단히 아름답다.

어쩌면 저리도 깔끔하고 단정하게 오랜 세월을 관리해 왔을까. 우리는 저런 건 배워야 한다.

그림 소재로 좋을것 같아 사진을 많이 찍긴 했지만 복잡한 구조의 지붕선들이 교차하는 거리가 잘 표현 될지는 

모르겠다.

정갈하면서도 화사하고 또 간결하다. 체코의 프라하, 이태리의 베네치아에 늘어섰던 가게들에 견줄만큼 아름답다.


금각사와 청수사, 산넨자카와 니넨자카를 내려오면서 아! 일본에 여러차례 오고싶어 할 것같군! 하고 생각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지하철은 복잡하다. 역명이 귀에 잘 입력이 안되는데다 우리처럼 1, 2호선으로 표기된게 아니고

무슨 선(線)으로 표기 된것이 영 불편하다. 러시아 모스크바나 뻬쩨르부르그에서 역명에 헷갈려하던 기억이 난다.

젊은애들에겐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 같은 중늙이들에겐 불편하기 그지없다.

유럽이나 러시아에서 별로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던 대중교통이 가까운 동양의 이웃나라에서 더 불편하게 느껴지니

좀 뜻밖이다.

더구나 이 나라의 대중교통 요금이나 전철요금은 음식이나 상품가격과 대비하면 이상하리만큼 비싸다.

택시는 요금이 너무 비싸 탈 엄두를 못낸다고 하니......

대체로 음식이나 숙박시설의 요금은 우리네와 크게 차이가 없는것 같지만 교통요금은 의외로 비싸다.

좀 호사를 누리자고 들어선 괜찮은 음식점의 아사히 맥주가 아주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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