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12 (김해 - 상해 - 덴파사르)
백운리에서 내리기 시작한 가랑비는 상해 푸동 공항에 도착할 때도 내렸다.
굵은 비는 아니었지만 상해에 환승을 위해 올때마다 날씨는 언제나 우중충했거나 비가 내렸다.
중국인들의 수다는 끝없이 이어져, 환승구역에 승객이 얼마 없기도 해서 그들에게서 멀찌감치
옮겨 앉았다. 이들의 억양과 말투는 언제 들어도 정감이 가지 않는다. 그들에 대한 별로 좋지 않은
선입견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우리네의 억양과 말투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지 무척 궁금하다.
중국 동방항공은 아무렇지도 않게 20여분을 연발하더니 그렇다고 상해 도착을 정시에 하지도 않는다.
대기 시간이 짧은 환승승객은 기겁을 하겠지만 늦게 도착한 데에 어떤 언급이나 사과멘트도 없다.
공항 창밖엔 뿌연 안개와 함께 보슬비가 내리고 있다.
며칠전부터 시작된 몸살기운은 여전하다.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 도착하면 내일 00:30분쯤. 숙소로 옮겨 씻고 짐을 정리하면 02:30분.
또 잠을 설치게 생겼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잠이 부족했는데......
왠지 요즘은 6시간 이상을 자기가 어렵다. 우주의 흐름과 내 몸의 흐름에 어떤 불협화음이 생긴것 같은
기분이다.
보딩타임은 17:15분. 발리까진 6시간 30분의 비행시간이 남았다.
늙는다는건 끔찍한일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김해에서 두 시간 못미쳐 비행후에 상해에 도착해서 비행기를 빠져나와 환승구역으로 향하는데 환승하는
승객이 거의 없어서 혼자서 직원의 안내를 받아 다시 짐 검사를 하고, 환승구역으로 나왔는데 게이트의
현재시간 전광판을 보니 14:10분이었다. 아 참, 시간을 고쳐놔야지 하고는 손목시계를 풀어 2:10분에
맞춰야 할것을 4시 10분에 맞췄다. 속으론 어? 환승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네, 하며.......
맞춰진 시계로는 아직 2시간 가까이 남은 것으로(실은 4시간이나 남았는데) 여기고 맥주가게에서
맥주 한잔을 제법 느긋하게 마시고는 아, 이제 거의 탑승시간이 다 됐군! 하고는 티켓에 적힌 18번
게이트로 갔다. 그런데 즐을 선 이가 아무도 없다.
이게 뭐야? 줄을 서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데스크에는 뚱뚱한 젊은 중국인 청년이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티켓을 보여주며 '여기서 탑승하는거 아냐?' 하니 이 녀석, '게이트가 바뀌었어' 하는거다.
황당해서 '그럼 몇번으로 바뀌었어?' 하니, 이 녀석 노골적으로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티켓을
뺏다시피 하더니 211번이라고 적어준다.
공항 출입 15년 만에 이런 퉁명하고 불량한 녀석은 처음이다. 역시 여긴 중국 인것이다.
다시 211번으로 가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탑승하고 있다. 그런데 전광판에는 15:55분 출발 타이페이
행이라고 되어있다.
아니, 덴파사르는 어디가고 타이페이야? 하고 전광판 현재시간를 보니 15:30분이다.
맞춰논 손목시계를 보니 5시 15분, 그러니까 17:15분이다.
아뿔사, 나라가 바뀌었으므로 손목시계를 맞춘다는게 14시를 4시로 보았던걸 그제사 알아챘다.
그럼 그렇지, 상해에서 5시간 가까이 대기해야 하는데 어쩐지 시간이 빨리 간다했더니......
아, 나는 이제 늙어서 그 숱한 공항에서 한번도 하지 않던 실수를......
이런 착각은 별게 아닌게 아닌것이다. 손목시계를 잘못 맞추면 비행기를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실수는 환승해야 하는 공항에서는 치명적일수 있는 것이다.
시간을 잘못 입력해서 비행기를 놓치기라고 한다면 그 낭패는...... 새로운 비행기 수배, 시간적 손해,
예약한 호텔의 취소, 환불과정, 그 보다는 허둥대며 받아야하는 스트레스, 끔찍하다.
이제 그만 타국을 떠돌라는 신호일까?
몸살기운이 떨어지지 않은 몸을 이끌고 강행한 이번 여정이 무사히 끝날수 있을까?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발리, 그리고 우붓 (0) | 2017.11.03 |
---|---|
(2)발리, 그리고 우붓 (0) | 2017.11.03 |
일본 나들이 (5) (0) | 2017.08.23 |
일본 나들이 (4) (0) | 2017.07.21 |
일본 나들이 (3) (0) | 2017.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