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 않는 사람들, 러시아'를 연재하면서
러시아 사람들은 잘 웃지 않았습니다. '잘 웃지 않는'게 아니라 아예 웃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TV에서 러시아인이 다른이들과 대담 하는것을 봤는데, 러시아 인들은 헤프게(!) 웃으면 '아주 이상한 사람'
이라고 표현 한다더군요.
괜시리 웃는것은 좀 덜 떨어진 사람이고, 함부로 웃는것은 상대를 무시할때라고 까지 합디다.
과연 그랬습니다. 모스크바와 상트 뻬쩨르부르그에서 웃는 사람을 보지 못했습니다. 식당과 호텔, 수퍼마켓,
입장료를 징수하는 사람들...... 아무도 웃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젊은 20대 여성들은 제가 길을 물으면 친절히 가르쳐 준 뒤 미소를 보였습니다. 젊은 여성들에게 주로 길을
물어 본 것은 그들이 아름답기도 했거니와, 영어가 통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젊은 남성들은 여성보다는 잘
웃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거리의 30대 이상 러시아인들은 거의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습니다. 그들의 시대에선 영어가 전혀 필요하지
않았겠지요.
러시아에 가고자 했던 목적은 앞서 얘기한 적 있었지만, 도스또옙스키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를 만나기 위함이
첫번째 였습니다. 도스또옙스키는 쉽게, 파스테르나크는 무지 어렵게 만났지만 어쨌던 만났습니다. 가장 큰
수확입니다. 도스또옙스키의 묘지 흙을 조금 가져왔고, 파스테르나크의 집필실 책상을 쓰다듬는 사진을 가져
왔습니다. 나는 이제 부자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택시를 한번도 타지 않았습니다. 기차와 지하철과 버스, 트롤리 버스만 이용했습니다.
택시비가 무지 비싼 탓도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것이 그나마 그 도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보통사람들의 행위'일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물론 이런 모험(!)은 처음엔 상당한 스트레스였지만 일주일쯤 지나니 뭐 별거 아니게 되더군요.
지하철은 모스크바가 10개 노선, 상트 뻬쩨르부르그가 5개 노선이었습니다.
엄청 많은 지하철 환승역의 혼잡과 복잡은 예전에 가 본 서울과 비슷했습니다.
식사는 주로 레스토랑이나 카페, 노점 등에서 했습니다. 음식은 대체로 입에 맞았고, 향신료 때문에 고생한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짜지도 않았고요. 음식은 주로 감자, 닭고기, 붉은 무우 스프 등이 가장 많았습니다.
음식값은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모스크바와 상트 뻬쩨르부르그를 다니는데엔 무척 많은 '걷기'가 요구되었습니다.
특히 상트 뻬쩨르부르그는 계획도시라 블럭의 길이가 무지 길어서 엄청나게 걸어다녀야 했습니다. 택시를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걷기는 단단히 각오해야 합니다.
이제 연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제목을 '웃지 않는 사람들, 러시아'라고 했지만 이번 여행이 러시아라는 거대한 나라의 전부를 보고 얘기한건 물론
아닙니다. 러시아라는 나라를 두루 섭렵한다는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또한 두 도시외에는 경험한 지역이
전혀 없었고, 이번 여행엔 모스크바와 상트 뻬쩨르부르그, 두 도시만 경험한 것입니다.
그곳에서 끄적여 둔 메모가 그리 충실치 않아 어떨지 모르겠군요.
(도스또옙스키 흉상, 상트 뻬쩨르부르그의 알렉산드르 넵스키 수도원내 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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