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금) 로마-오르비에토
한인 민박집(한인 민박이라지만 한국인들은 아니고, 로마의 대부분 한인 민박집 운영자는 거의
모두 중국 동포 출신들이거나 그들의 2세이다)은 초보 여행자에게는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말이 통한다는 것' 외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투어를 신청하거나 시내 곳곳의 정보를 쉽게 들을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대부분의 운영자들은
딱히 친절하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같은 민족이라 못마땅한 점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곤란을
겪을수도 있다고 본다.
적어도 내 경험에 의하면 세계 각국에 꽤 많이 분포하고 있는 한인 민박집의 운영자가 고객에게
특별히 친절하다거나, 같은 동포로서 특별한 배려를 한다거나 여러가지 편의를 봐 주어서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본다.
오히려 야박하게 굴거나 작은 이익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 않은 특별한 사람도 없진 않았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얘기다.
그래서 다른이에게 한인 민박집을 권하진 않는다.
다만 내 경우, 로마의 한인 민박집을 선택한 것은 아침과 저녁밥을 해결할 수 있다는것 외엔 다른
이유가 없다.
뭐, 꼭 한식을 먹어야겠다는 이유도 아니고......
이탈리아인이 운영하는 호텔은 물론, 호스텔, 또는 게스트 하우스, B&B 등에서 저녁까지 제공하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인 민박이라고 모두 아침과 저녁밥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로마에는 워낙 많은 여행객들이
몰리는 곳이고 우리네 여행객도 당연히 많으므로 한인 민박집이 일종의 경쟁이 되어 저녁까지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탈리아는 그렇다고 한다)이지만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편법을 쓰는 민박집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인 민박집은 철저히 문단속을 하는데, 외부인이 들어와 저녁밥을 제공하는것을 보면 당국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하튼 이번에도 한인 민박집을 식사 때문에 선택 했다가 싸늘한 냉골에서 자야 했고, 식사는 별 성의
없는 대접을 받아야 했다.
그래서 이후의 여행에서는 한인 민박집을 다시는 이용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생각해 보면 이곳 로마 뿐만이 아니라 러시아, 이탈리아, 네팔, 터키, 피지 등에서 한인 민박을 이용해
봤지만 네팔 이외엔 만족한 곳은 없었고, 오히려 다소간 불쾌 했던 기억만 남아 있다.
다시 찾았던 로마를 떠나며 이곳에 대해 별로 좋지 않은 것들로 다소간 지친 마음이 되어 있었다.
유적지 등 관광지의 그 행정력 부재(不在)로 인한 무질서와 지저분함, 편의시설이라곤 전혀 없는 이상한
도시에 좀 허탈하고 지친 기분이다.
'도대체 왜 이 지경이냐?'고 하니, 현재 로마 시장이 여성인데 몇 년전 부터 이런 저런 일로 부정에 연루
되어 시장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지금 로마 시장도 시장이지만 이런 로마 시내의 꼴이
1-2년 된 것이 아닌바 언젠가 부터 로마 관료조직의 시스템이 다 무너진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그 넓디넓은 테르미니 역사에서 화장실을 찾아 한참을 헤매다가 결국 포기하고 가게로 갔던 기억과,
지하철 승강장 입구의 티켓 자동판매기에 '고장' 이라고 종이에 아무렇게나 써서 붙혀 놓은 지저분함,
버스마다 모조리 고장난 채로 방치되어 있는 정류장 표시판, 정류장을 물으면 '모른다'며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며 신경질을 부리는 운전 기사 등등.......
이들의 조상들이 이룬 찬란한 위업을 보고자 다시 찾은 로마는 그렇게 좋지 않은 기억을 남기고
말았다. 다시는 찾지 않을 것같아 이 좋지 않은 기억이 '로마'로 각인될 것같은 안타까움만......
테르미니 역에서 오후 1시에 출발하는 오르비에토(Orvieto)행 열차를 타려고 전광판을 보니, 로마에
도착하는 열차들이 적게는 10분, 20분, 많게는 70분 연착한다고 떠있고, 출발 열차 역시 10분에서
30분 딜레이 되고 있다고 표시된다.
아니, 저렇게 연발, 연착이 잦으면 나중에 시에나(Siena)에서 베로나(Verona)로 갈때 세번을 갈아
타야 하는데다 갈아타는 시간이 12분에서 14분밖에 되지 않는데 대체 어떻게 되는건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자세히 보니 주로 나폴리(Napoli)로 가는 열차와 그곳에서 오는 기차가 연발, 연착되고 있는것 같아
그 구간에 문제가 생겨 그런게 아닌가 하는 짐작도 하지만 역시 신경 쓰이는건 어쩔수 없다.
이미 각 도시간 열차는 다 예약해서 메일로 출력한 상태인데......
오르비에토 행 13시 출발 열차는 13시 07분에 출발했고, 14시 20분 도착 예정인데 14시 29분에
도착했다.
이런 식이면 시에나에서 베로나 행이 걱정되지만 '뭐 잘 되겠지!' 하는 수 밖에 없다.
오르비에토에 도착, 역 앞의 푸니쿨라를 타고 언덕을 거슬러 올라갔다.
오르비에토는 언덕위에 시가지가 있으므로 푸니쿨라를 타야 한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로마에 있다가 오르비에토에 당도하니 살 것같다.
조용하고, 느슨한 분위기가 안도감을 준다.
예약한 두오모(Duomo:대성당) 뒷편의 비엔비(B&B)는 쉽게 찾았다.
2층에서 영감님이 내려와서 1층의 문을 열고서 방안의 조리기구, 화장실, 조명, 간식등을 설명한다.
푸근하고 깔끔한 영감님이다.
방은 넓고, 화장실은 깨끗해서 대체로 만족했고, 숙소 주변도 조용하다.
수퍼마켓 부터 가서 쌀, 딸기, 소고기 구이용 팩, 샐러드용 채소, 맥주와 치즈 등을 샀다. 엄청 싸다.
소고기는 우리네의 !/3, 치즈 역시 1/3 정도의 가격이다.
조리되지 않은 식재료는 우리네 보다 싸고, 조리된 음식은 무지 비싼, 유럽식 가격이 여기도 마찬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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