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두번째 이탈리아, 그리고 부다페스트(3)

운농 박중기 2018. 5. 27. 12:26

4월 7일 (토) 로마


로마는 여전히 활기차다.

그렇지만 활기찬 이들은 외부에서 유입된 여행객들이고, 현지인들은 2년전과 같이 지쳐

보이고 조금은 남루해 보였다. 특히 로마의 테르미니 역 근처가 그렇다.

성당 문전의 걸인들도 그대로이고 포폴로 광장(Piazza Popolo) 입구의 지하철은 여전히 박쥐가

나올것 같이 음산하다.

시내 버스 기사들은 한결 같이 거칠어서 정류장을 물어 보기에는 너무 무뚝뚝하고 '내게 말을

걸지마!' 하는 얼굴이다.

버스안에는 도착하는 정류장을 나타내는 작은 전광판이 있지만 고장이다.

공원과 역전, 지하도들은 여전히 지저분하고 관리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로마는 여전히 굉장하다.

이 모든 결함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큼 굉장하다.

곳곳에 우뚝 서있는 오벨리스크, 동상들, 성당과 그 꼭대기의 쿠폴라는 이 너저분함을 상쇄

하고도 남는다.

이래서 로마에 꾸역꾸역 모여드는게지.


테르미니에서 버스를 타고 나보나 광장((Piazza navona)에 가서 분수를 구경하다 판테온(Pantheon)

으로 갔다. 로마에 오면 가장 먼저 보고 싶은 것이 판테온이다.

판테온은 역시 어마어마하다. 2천년전에 저런 구조물을 짓다니 도대체 믿기지 않는다.

어떻게 저런 건축물을 지을 엄두를 냈을까?

판테온을 볼때마다 느끼는것, '인간은 대체 어느 꼭지점 까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이다.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 윗쪽 성당안에서 쉬다가 나와서 바라 본 로마 시내의 전경은

한마디로 '역사' 였다.

체코의 프라하 처럼 아름다운 지붕색과 잘 손질된 건물과 거리는 아니지만 '역사의 거대한 흐름이 

휩쓸고 지난간' 흔적이 그대로 보인다. 멀리 성 베드로 성당((basilica di San Pietro)의 쿠폴라가

그 거대한 돔 위에 자리한 것을 보는 광경도 '역사' 였다.

유럽의 문화 전체를 이끌었던, 그 당시 열정의 역사가 이제는 희미한 먼지 냄새를 풍기며 서 있는

그런 광경 같았다. 로마는 그런 유럽문화의 출발점이니까......

사람들은 그 속에서 그 '옛것'의 흔적을 찾고 있다.

사람들은 '미래가 어떤 모습일까?' 보다 왜 옛것에 더 흥미를 느끼는걸까? 미래는 실체가 없기

때문일까? 그러고 보면 여행의 목적은 주로 옛것을 보기 위함일 경우가 압도적이다.

열정과 열광의 흔적이 강했던 곳일수록 '현재의 사람들'이 많이 찾고, 그런 흔적이 전혀 없는 곳은 

'자연스러움'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찾는다.

르네상스의 태동기, 메디치가(家)의 지원에 힘입어 그 당시 사람들이 열정을 다해 건축물을 짓고,

벽화를 장식하며, 조각상을 세우고 신전을 세우는 그런 시기에 살아 봤으면 좋겠다.

다빈치가 설계도를 들고 건설현장을 지휘하고, 라파엘로가 거대한 성당 천정에 그림을 그리고,

젊은 스물네살 미켈란젤로가 피에타를 조각하고 있는 그런 시절 말이다. 

그래서 하루 일과가 끝나고 메디치 가문의 정원에서 거나한 연회를 열어 그들을 격려할때의 저녁

민찬에 참석하고 싶다.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