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24 (빠당바이)
내일은 오후 늦게 공항으로 가서 모레 01:30분에 떠나는 비행기를 타야하니 오늘이
인도네시아에서 보내는 온전한 하루다.
동남 아시아는 이제 크게 끌리는 점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여행 경비가 비교적 싸고, 분명치는 않지만 나름 대접 받는 우월적 느낌을 받기도 하며, 또
이질적 요소가 서양에 비해 덜하기도 하고, 언어 소통에 있어서 어려움이 덜하다는 메리트가
분명히 있다.
취향의 문제이긴 하지만 이런 메리트에도 불구하고 동남 아시아는 어딜 가도 거의 똑 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과도한 인공물(人工物)의 개입을 굉장히 싫어 하면서도, 또 멋진 공력이 첨가된 인공물에는 과한
호기심을 보이는 내 성향상 이제부턴 옛부터의 인공물이 있는, 장인들의 건축물들을 당분간 보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 해야겠다.
모스크바나 뻬쩨르브르그, 로마나 피렌체, 베네치아, 시에나, 프라하, 아그라, 바로셀로나, 그리고
아씨시, 세비야......
그런 인공물의 도시들을 누빌때 가슴속이 꽉 찬 느낌이었던 것은 내 성향이 그런 옛 인공물 취향
이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라운딩의 추억은 내게 가장 특별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발하기 전에 발리와 몰타를 두고 좀 갈등했는데 이번 선택은 실패한거 같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가나이 료타 박사와 그의 지도교수(이름은 잊었다) 팀이 커런티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의 헤드라인 '진보와 보수, 뇌 구조가 다르다' 가 생각난다.
정치적 성향이 뇌구조와 깊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힌 논문이다.
정치적 태도에 대해 9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들의 뇌구조를 자기공명영상
(MRI)으로 촬영한 결과 정치적 성향에 따른 뇌의 특정부위 크기와 두께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
했다는 것이다.
보수 성향의 학생들은 공포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의 오른쪽 부분'이 두꺼운 반면, 진보성향의 학생들은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고 외부정보에 대해 반응하는 '전대상회' 부분이 두꺼웠다는 것이다.
편도체의 오른쪽은, '공포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생존을 위한 행동에 민감하며, 위험한 상황에서
공포를 느껴 도망가거나 분노를 느껴 스스로를 보호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전대상회'는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으며, 외부자극에 대한 학습에 민감하며
습관적이 아닌 새로운 자극에 반응할 때 활성화 된다' 고 한다.
또, 보수적인 것을 설명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을 잘 받아 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무시
하면서 신념을 보호하려고 한다'고 했다.
보수와 진보주의자는 태어 나면서부터 구분되어져 나온다는 내 평소의 생각을 증명해 주는 논문이라고
여겨 늘 머릿속에 있었던 것이다.
정치적 문제를 제외하고서도 나라는 인간은 '전대상회'가 발달한 쪽이어서 이런 떠돔을 지속하고 있고,
끝없이 자신의 뇌의 본성에 충실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된다.
블루라곤 해변에서 스노클링 장비를 빌려 바다로 들어 갔다가 죽을뻔 했다.
해변에서 20미터쯤 들어 간 바닷속은 뜻밖에도 물고기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산호초가 굳어 있는 것도
있고, 바위도 있어서 피지의 잔잔하고 모래밖에 없는 해변과는 달라 좀 겁을 먹고 있는 차에 갑자기
파도가 몰아쳐서 무릎이 바위에 부딪치고 물을 먹는 바람에 허우적대며 해변으로 헤엄쳐 나오니 기진맥진
했던 것이다.
'전대상회'가 과도하게 발달한 늙은이가 옛날 피지 바다의 황홀이 그리워 제 나이도 잊은채 뛰어 들었다가
혼쭐이 난 것이다.
두어 시간의 스노클링은 그렇게 끝났다.
한동안 해변의 모래사장에 누워 '아! 이제 나는 늙어 버렸어!'했지만 한편으론 피식거리며 웃음도 났다.
'그래, 이제 늙음을 인정하자. 젊은애들 흉내를 내거나 분수를 잃고 까불다간 남의 나라에서 객사하는
수가 있어!'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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