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21 (우붓)
숙소 주인장이 열심히 설명하며 권하는 일일 투어를 외면하기 힘들었다.
신청한 일행을 위한 승합차의 운전자가 큰 길에서 나를 부른다. '미스터 팍!'
프랑스인 4명과 독일인 2명, 그리고 동양인은 나 혼자.
번잡한 시내를 벗어나 교회로 달리자 장사꾼들이 아닌 발리인의 모습들이 보인다.
고아 가자(Goa Gajah) 사원입구 매표소에 다다르자 장사꾼 아줌마들이 우르르 우리를 에워쌌다.
그들은 사원에 들어갈때 필히 입어야 하는 치마 같은 옷감을 들고 우리에게 사라고 난리다.
그게 없는 사람은 사원 입구에서 빌려 주기도 하는데, 일일 투어 아침이라 좀 어리벙벙한 참에
발리 말로 마구 떠들어대니 얼떨결에 얼마냐고 물으니 큰 소리로 알 수없는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주머니에서 인도네시아 화폐를 꺼냈더니 마음대로 뽑아간다.
가이드는 저만치 가고 있고, 마음이 급한 사람들은 돈을 셈해 보지도 않고 거의 뺏기다시피
주고는 질이 형편없는 천을 하나씩 받아들고 가이드 뒤를 따랐다.
'혼 빼서 돈 뺏기'......
나를 비롯한 7명이 순식간에 당했다.
가이드는 일부러 부리나케 들어가 버리고......
고아 가지 사원은 이런 식으로 관광객의 주머니를 터는 곳이다.
모두들 쓴웃음을 짓고는 사원으로 들어 갔지만 별 감흥이 없는 곳이다.
구눙 까위(Gunung kawi)는 발리 최대의 유적이라고 하는, 바위를 파내어 탑들을 조각한 사원
이었다.
인근의 띠르따 음뿔(Pura Tirta Empul) 사원은 '성스러운 샘이 솟는 연못'이 있고, 연못에서 쏟아
지는 물을 사람들이 맞는 특이한 사원이었다. 연못에서 나오는 30개의 출수구(出水口)가 있는
욕장에 들어서자 모처럼 시원한 기운이 있어 상쾌하다.
독특하고 볼만한 사원이다.
왼쪽 산등성이에 크다란 현대식 건물이 내려다 보고 있어 물어보니 예전에 수카르노 대통령의
별장이라 한다. 그 친구는 이 '성스러운 샘물'이 흐르는 사원을 굽어 볼 만큼 대단한 친구였나
보다.
일일투어라곤 해도 여행사의 흉내를 내는지 루악커피를 파는 농장에 들러 한바탕 요란한 홍보를
하더니 커피를 시음하게 하곤 판매에 열을 올린다.
화산이 분출 되었던 지대를 보기 위해 낀따마니(Kintamani) 전망대를 오르는데 길가에 차를
세우더니 입장료를 받는다.
전망대가 따로 있는것도 아니고, 길가에 차를 세우고 아래를 내려다 보는 외국인에게만 입장료가
아닌 통행료를 받는다니 참 웃기는 친구들이다.
차에서 내려 길가에서 조망하는 값이란다.
바뚜르(Batur) 호수와 바뚜르 산이 솟아 있는데, 산 아래로는 화산폭발로 형성된 용암이 흘러
황폐화된 시커먼 지역이 광대하게 펼쳐져 있다.
돌아오는 길엔 뜨갈랄랑(Tegallalang)이라는 계단식 논을 구경하고 우붓으로 돌아왔다.
이 코스는 띠르따 음뿔 사원과 낀따마니 전망대만 봐도 될 것 같아, 여러명으로 인해 복잡한 차 안
에서 옆 사람의 뜨뜻한 맨살이 닿아야 하는게 싫다면 차 한대를 빌려 두군데만 가볍게 다녀오는것이
좋을성 싶다. 경비 차이도 별로 없는것 같고.
뜨갈랄랑의 계단식 논을 보고 올라오는 내게 운전기사 녀석이 '어때. 아름답지?' 하길래 '우리나라
계단식 논하고 똑 같애!' 하니 머슥해 한다.
이 녀석은 고아가자 사원을 보고 올라오는 내게 매춘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던 것이다.
음탕하게 웃으며 말하는 그에게 '넌 나쁜 녀석이야!' 하고 정색해서 말했더니 낄낄거리고 웃었다.
인도네시아인 대부분이 이슬람 교도들인데, 발리인들 만이 대부분 힌두교도들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십수년을 남의 나라를 기웃거렸지만 매춘을 권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뭏튼 서양인들과의 단체 투어는 별로 즐겁지 않다.
터키에서의 일일투어에서도 그런 기분을 느꼈었다.
이 젊은이들은 자기네 끼리 신나게 떠들어대지만 대화에 별로 끼지 못하는 우리 같이 영어 짧은
영감들은 괜시리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기 때문이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 발리, 그리고 우붓 (0) | 2017.11.11 |
---|---|
(11) 발리, 그리고 우붓 (0) | 2017.11.10 |
(9) 발리, 그리고 우붓 (0) | 2017.11.09 |
(8) 발리, 그리고 우붓 (0) | 2017.11.09 |
(7) 발리, 그리고 우붓 (0) | 2017.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