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로마 - 함양)
주인장과 이별하고 테르미니 역 옆의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로마 치우미치노 공항으로......
공항에 도착하자 귀를 찢는 알람소리가 연신 울려댄다. 무슨 일?...... 그렇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공항내의 경찰도 전혀 분주한 기색이 없다. 그런데 알람소리는 그치지 않고 시끄럽게 울리고 있다.
비행기를 타야 할 C14 게이트에 당도하니 휘발유 냄새가 코를 찌른다. 무슨 좋지 않은 사태가 생긴건
아닐까 하고 걱정이 앞선다. 스피커에서는 이탈리아어로 안내방송이 필요 이상으로 크게 울려대고 어수선한
소음과 냄새가 긴장하게 하지만 사람들의 움직임은 별다른 동요가 없다.
한참 후 이유를 끝내 알 수 없는 알람소리는 멎었지만...... 치우미치노 공항은 그리 쾌적한 공항은 아니다.
올때와 마찬가지로 핀랜드 헬싱키 공항에 도착해서 잠시 대기하다가 환승구역에서 인천 행 비행기를 탔다.
내일이 돼야 함양에 도착할 것이다.
이탈리아는 회색이 섞인 주황색으로 머릿속에 남는다.
이 나라 지붕 색깔들이 그러하기도 하지만, 엄청난 화려함이 이룩 되었다가 이제 그 잔재가 남은 이 나라의
색깔이기도 하다.
진한 주황색에 세월의 이끼인 회색이 내려앉은 그런......
여행은 내게 있어 어떤 의미일까를 다시 생각한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다' 라고 한다. 떠나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인지, 여행을 위해 떠나는 것인지......
호기심을 충족키 위한 여행이든지, 판에 박힌 일상을 탈출하기 위한 여행이든지, 그것이 어떤것이든 내게
무한한 에너지를 주는것은 틀림없다.
인간이 이룩한 대단한 위업들을 이탈리아의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 시에나, 아시시에서 목도 했지만 그런
건축물들에 감동한 것은 아니다. 그것을 이뤄낸 인간들에게 감동한 것이다.
그것을 지시한 황제니 교황에게 존경심을 갖는게 아니라, 그것을 설계하고, 깍고, 세우고, 깐 장인들에게 감동
하는 것이다.
신영복은 '담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행이란 떠나는 것입니다. 익숙한 공간을 떠나고 자기의 성(城)을 벗어나는 것이 여행의 가장 첫번째
의미입니다. 그 다음이 '만나는 것'입니다. 자기를 떠나지 않고는 새로운 것을 만나기도 어려운 법
입니다. 여행은 떠나고 만나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종착지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 오는것. 변화된
자기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비단 여행에서만 확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하면 여행만 여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
하루 하루가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통과 변화는 모든 살아있는 생명의 존재 형식입니다. 부단히
만나고, 부단히 소통하고, 부단히 변화하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회색이 짙게 낀 주황색의 나라, 이탈리아를 떠난다.
18일은 이탈리아에서 너무나 짧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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