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16) 로마를 찾아서

운농 박중기 2016. 4. 12. 21:09

3월 16일 (아시시 - 로마)


알베르고 안 카자니에서 아침을 먹고 짐을 꾸렸다.

오늘은 단체 손님이 오므로 리셉션을 비우지 않고 하루종일 매니저가 있다고 해서 안심하고 짐을 맡겼다.

이제 로마로 돌아가 다음날 아침 비행기로 귀국하는 일정만 남았다.

아시시를 떠난다는게 아쉬워 이 아름다운 마을을 좀 더 눈에 담고 싶어 산 프란체스코 성당을 한번 더 둘러보고

마을을 한바퀴 빙 돌았다.

'이 사람들이 이런것을 만들때 우리 조상들은 무얼하고 있었을까?' 하는, 항상 드는 생각은 어쩔 수 없다.

이곳은 물론 터키, 네팔,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심지어 베트남, 라오스, 인도 에서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워낙 '올드'를 싫어하고 '뉴'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성 때문일까?

우리에겐 '남아있는 것'이 너무 없다. 


아시시 역에서 로마 행 기차를 타고 로마의 테르미니 역에 내렸다.

테르미니는 이제 익숙하다.

처음 숙박했던 '둥지민박'에 들어서니 주인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들어서다가 뜻밖의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식사때면 소규모 뷔페처럼 접시에 반찬을 조금씩 옮겨 담고, 밥을 같은 접시에 담아 먹었던 터라, 식탁위에

깔끔한 접시들에 온갖 반찬, 그리고 포도주와 치즈, 살라미 까지...... 격식을 한껏 차려 낸 밥상이다. 

연변에서 부터 같이 내려온 친한 이웃 동생이 최근에 고향을 다녀와 그곳에서 가져온 반찬이라며 곰취 절임도

있다.

주인장은 나와 같이 먹으려고 특별히 준비했단다.

처음 로마에 왔을때 5박 6일 동안 주인장과 많은 얘기를 나눴고, 그녀의 고생담을 들어준 것이 그녀는 많이 고마

웠다고 했다. 마침 손님도 없고해서 둘이서 먹으려고 마음 먹었다고......

이제는 이탈리아에서의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남편과 자식들과 여생을 보내는 것을 고려해 보겠노라고

한다. 내 조언을 심각히 생각해 보았다고도 했다.

나는 그녀에게, 이제 나이도 오십대 중반으로 무엇보다도 노후를 편안히 보낼 방도를 적극적으로 궁리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는데, 객지에서 지금의 나이를 넘겨 버리면 가족과 영영 서먹해져 버릴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내 말이 가슴에 남아, 이 생활을 접고 고향 행을 깊히 생각해 보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생활력이 강하고, 당차고 도전적인 삶을 살아 왔지만 이제 고향이 그리울 나이가 된 것이다.

그녀가 고향으로 돌아가 편안하고 안온한 가정에서 이제까지의 역경을 이겨낸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 

둘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와인 한 병을 다 비웠다. 모처럼 즐겁고 풍족한 만찬이었다.

나로서는 이제 여행을 끝내고 내일 귀국하는데 좋은 마무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좋다.

그녀는 나에게 따뜻함을 느꼈던것 같고, 나는 그녀에게서 귀한 체험담을 들었으니......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밤은 기억에 남을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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