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부부와 같이 떠난 베트남 하노이와 라오스 루앙프라방 여행,
간간히 여행을 시작한지 십 수년만에 처음으로 일정을 중간에 접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우리의 일정은 베트남의 하노이로 입국, 몇 일을 보낸 다음, 인근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으로 날아가 나머지 일정을
보낸 뒤 귀국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황당한, 그리고 급작스런 일이 발생하고, 그에 더해 현지의 기현상(?) 까지 일어나 쫒겨나다시피, 혹은
어쩔 수없이, 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 복잡하게 생겨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 입국해서 하노이의 구시가지와 인근의 하롱베이를 여행한 후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으로
옮겼는데, 같이 동행한 친구 부부가 일정을 당겨 귀국해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친구와 저는 루앙프라방 시내의 항공사(라오스의 '라오 항공') 대행업체에 가서 그들 부부 두명의 이티켓을
제출하며 일정을 변경하는 신청을 했습니다.
다행히 남는 좌석이 있어 대행업체에서는 두 명분의 변경 수수료를 받고 비행일정을 당겨 변경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만 나머지 일정을 루앙프라방에서 보내고자, 예약기간이 끝난 숙소가 다른 예약이 밀려 연장이 되지
않는다 하여 다른 숙소를 알아보러 다녔지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소규모 게스트 하우스를 비롯해 레지던스, 빌라 등으로 이름 지어진 비싼 숙소는 물론 호텔
까지 단 한군데의 빈 방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숙박업소 문 앞에는 전부 'Full'이라고 써붙혀 놨습니다.
대체 이게 왠일인가 했더니 우리와 명절이 겹치는 중국의 단체 관광객 때문이었습니다.
춘절을 맞은 중국인들이 국경을 넘어 차를 끌고 내려오고, 단체 버스를 타고 개미떼 처럼 몰려온 것이었습니다.
수백개의 루앙프라방 숙소는 동이 나고만 것이지요.
기가 막힌 우리는 이 나라에서 '잘 곳이 없어 쫒겨나야 하는' 지경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동분서주 하다가 결국 친구 부부와 함께 귀국해야 한다는 희한한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배낭 여행객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체 관광객들의 인해전술에 우리는 그만 두 손을 들고 말았지요.
한국에서든 외국에서든 우리 같은 자유 여행자들이 가장 싫어하고 두려워 하는것이 관광차를 앞세우거나 깃발
뒤에 몰려있는 단체 관광객들 입니다.
이들이 몰려들면 숙박업소나 음식점 등은 신이 나겠지만 우리 같은 자유 여행자들은 단체로 예약된
테이블에서 밀려나 한 구석에서 식사를 해야 하고, 숙소 잡기도 어려워지고 값은 오르고.....
그런 여행관련 업소들에서 자유 여행자는 천덕꾸러기가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여행지에서 패케지 여행을 온 단체 관광객을 발견하면 '이크, 빨리 피해야겠군!' 하지요.
지난번 러시아 여행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에게 혼이 났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붉은 광장을 입장하기 위해 매표소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고, 주변 음식점은 북새통이 되어 거의 '얻어
먹다시피' 해야 했으니까요.
어쨋던 우리는 이곳에서 쫒겨나야 할 지경이 된것이지요.
그래서 다시 우리의 이티켓을 들고 항공사 대행업체를 찾았습니다.
컴퓨터를 응시하던 직원이 '아니, 이미 변경되어 있는데 왜 또 변경?' 하는 것입니다.
무슨 소리? 다시 확인 해 봤지만 똑 같은 대답이었습니다. 친구와 나는 다시 친구 부부의 항공권을 변경해 준
업체로 달려갔지요.
당초 변경해 준 여직원은 보이지 않고 다른 직원이 확인 하더니 일행 모두 변경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분명히 둘의 항공권만 변경해 달라고 했는데 무슨 소리냐?'니까 그건 모르겠다는 겁니다.
그 직원은 일행으로 되어 있는 예약분을 모두 변경해 버렸던 거지요.
그러면서 두 명분의 변경 수수료만 받은 것이고요.
결과적으로는 변경해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니 잘 된게 아니냐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정말
황당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상상하면 모골이 송연하지요.
왜냐면, 숙소를 구할 수 있어서 여정을 계속했다면 귀국을 위해 공항에 갔을때 당연히 우리 티켓은 없어진 후
였으니 무지 곤란한 상황이 되고 말았을것이고, 더구나 귀국 비행편 출발시간이 00시 20분이었으니 그 밤중을
공항에서 보내야 함은 물론 중국인들로 인해 숙소도 구할수 없고......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은 그 뒤에 벌어졌습니다.
그런 뒤죽박죽의 일이 생기고 있는 와중에 한국에서 긴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병석에 오래 누워 계시던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다는 겁니다.....
친구 부부와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추가된 것이지요.
인천공항에서 부산행 KTX를 출발 3분전에 간신히 타고 내려가서 장례를 치른후 어제 돌아왔습니다.
참 세상일은......
이렇게 아귀가 딱 맞아 떨어지는 이상한 일이 다 있더군요.
추운 함양 백전을 떠나 잠시라도 따뜻한 나라에서 보내려고 했던 계획은 사실 하노이에서부터 깨어졌더랬습니다.
하노이는 추워서 내복을 입고 다녀야 했습니다. 믿어지나요?
그것도 아침 저녁나절만 그런게 아니라 하루종일 그랬습니다.
이상기후 탓인지, 아니면 이 계절의 하노이가 원래 그런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심지어 하롱베이에서 배에서 있을땐 목도리를 두르고, 방한용 복면까지 해야 했습니다.
루앙프라방은 그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만 아침 저녁은 싸늘했습니다.
한국의 겨울에서 아열대의 나라로 떠나야 했으니 가벼운 바지와 윗옷을 입을 수밖에 없었으니 내복을 안에
껴입고 간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이번 여행은 엉망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교훈이 있었습니다.
'중국' 입니다. 이제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중국인이 가득합니다. 중국의 명절을 염두에 전혀 두지 않고 인근
나라를 가면서 대비가 없었다는 잘못이 큽니다.
심지어 저는 루앙프라방엔 '숙소가 널렸다'고 하면서 예약도 않고 갔으니까요.
루앙프라방이 두번째인 제가 가이드 노릇을 해야하는데 사전 준비가 없었으니 제 불찰입니다.
그렇지만 중국인이 라오스까지 점령할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한국전쟁땐 인해전술로 밀고 내려왔다고 하지만, 이제는 인해전술로 해외여행을 하는 무서운 나라가 중국
입니다.
재미있었나요? ^ ^
이제 푹 자야겠습니다.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보내주신 영화와 음악,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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