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14일 (모스크바 - 상트 뻬쩨르부르그 - 인천 - 함양)
모스크바에서 탄 고속열차는 680Km의 산 하나 없는 들판을 달린다. 구릉도, 언덕도 없다.
단풍은 아직이지만 곳곳에 성급한 나무들이 있긴 하다.
창밖으로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한다.
이번 여행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여태까지 내 속에 있던 '주의(主義)'를 다시 꺼집어내어 수정해야 하지않나 하고 생각했다.
그 '수정'은, 내가 가졌던 전반적인것을 부정하는 것일거라는 생각보다는 좀 더 넓은 범위의 사고(思考)가 필요하고,
좀 더 통찰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일거라는걸 느끼고 있다.
인간의 근원적인 한계에 기인한 본성을 다시금 고려해야 하고, 다시 한번 치열하게 고민해 봐야한다고 느낀다.
어쩌면 그 '주의'라는것이 전혀 필요치 않은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어쨋던 이번 여행은 내가 가지고 있던 어떤 '편협함'을 곰곰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느낀다.
도스또옙스키의 무덤을 찾았던 벅찬 감동이나, 파스테르나크의 집필실을 찾았던 그 설레임은 두고 두고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같다. 러시아를 찾은 이 두가지 목적을 이루었으니 다른것은 모두 덤으로 보고,
느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그런 점에서 성공적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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