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1(일) -카파도키아-
오늘은 계곡 탐방을 하기로 했다. 화이트 밸리. 괴레메 마을의 서쪽으로 우츠히사르에서
차우쉰 마을을 잇는 길다란 계곡이다.
우리는 우츠히사르로 올라가서 터키석 등을 파는 보석가게 '오즐레르'를 끼고 화이트 밸리
입구에 들어섰다.
그곳에서 우리와 비슷한 연배의 부부와 만났는데, 그들은 서유럽에서 부터 동유럽 쪽으로
옮기며 여행중이라고 하는데, 그리스를 직전에 들렀는데 어떻더냐고 물었더니 손사래를
치며, 음식이 짜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물가가 너무나 비싸서 그런것 외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다며 진저리를 쳤다.
보석가게에서 일하는 한인 여성과도 얘기를 나누고 보석가게를 구경한 다음 본격적으로
계곡 탐방에 나섰다.
하얀색 절벽이 4Km 정도 이어져 있어 화이트 밸리라고 부른다는데, 과연 풍화된 기이한
형태의 절벽이 마치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 처럼 늘어서 있다.
남자의 거시기를 닮은 바위들이 쭉 늘어서 있어 '러브 밸리'라고도 부른다고 하는데 과연
그렇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이한 모습의 바위들을 만들까?' 하고 고심한 걸리버 석공들이 작업
한 것 같은 계곡은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모퉁이를 돌때 마다 나타나는 각기 다른 모양의 석탑들이 계속해서 나타났고, 우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화이트 밸리는 일일 투어를 하는 여행사가 없고, 루트가 길어 여행객들이 별로 오지 않는
곳이라 우리가 계곡의 끝머리로 나올때 까지 단 네 명만 만났을 뿐이다.
이런 훌륭한 풍광의 계곡을 보지 못하는 것은 카파도키아에 온 여행객에게는 실로 엄청난
손해(?)가 될거라는 생각까지 했다.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훌륭한 풍광을 꼽으라면 이곳을 꼽겠다.
화이트 밸리를 빠져 나오자 멀리 차우쉰 마을이 보인다.
여기서 숙소가 있는 괴레메 마을 까지는 자동차로 6-7분 거리. 걷기에는 우리는 많이
지쳐 있었다.
차도가 있는 곳까지 나왔지만 지나가는 버스가 없다. 우리는 한참을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차를 세워 보기로 했다.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아내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노년에 접어 들기 시작한 여성의 향기가
무슨 역활(?)을 할 수 있을까?
마침 터키인 부부가 차를 세워준다. 그들은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지만 엄청 낙천적인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유쾌하다.
이번 여행은 어찌보면 참 '일기에 쓸 거리'가 없는 여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풍경을 보는 위주의 여행이다 보니 사람들과의 접촉이나 교류가 적고, 눈은 풍경에만
머물다 보니 그러하다는 얘기다. 다른 여행에서는 좀체 경험하지 못한 일이다.
이곳에는 '터키를 여행하다 눌러 사는' 여성들이 많이 눈에 띄였다.
괴레메 숙소의 여주인도 여행하다 터키 남자와 결혼해서 숙박업을 하는 경우였고, 오늘
옮긴 숙소의 여주인인 일본 여성도 그런 경우이고, 보석상 종업원을 하고 있는 한국
여성도 그런 경우라고 한다.
다른나라에 여행을 가서 이국의 이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감행(!)해서 그곳에
눌러 산다는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지만 그런 사람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꽤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참으로 용감한 여성들이고 대단한 결단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듣자니 터키 남성들은 대체로 한국인 여성을 상당한 선망의 대상으로 본다는 얘길 듣긴
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나로선 알 수 없지만......
우리가 보기에 터키의 남성들은 잘 생긴 남자가 많았다.
심지어 우리는 이스탄불에서 삶은 홍합을 조그만 수레에 얹어 놓고 파는 행상들이
멀쩡히(!) 잘 생긴 총각들이라는데에 놀라곤 했었다.
우리네 보다 키가 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동서양의 특색이 섞인, 짙은 눈섭과 검은
턱수염 등은 극동 지방의 여성들로서는 매력적인 남성상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런 여성들이(다른 나라에서도 느낀것이지만) 대개는 부지런하고 성실해 뵈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하긴 얼마간의 도전정신이 있는 사람들일테고 나름대로 자신의 주관이 있을테고, 또 낯선
곳에서 정착하려니 더 부지런해야 했을테고......
계곡 탐방으로 몸은 지쳤지만 두 눈을 너무도 황홀하게 한 터라 뿌듯하다.
나름대로 감을 잡고는 화이트 밸리 탐방을 고집하던 아내가 고맙기 까지 하다.
저녁에는 소나기가 한차례 내리더니 뇌성이 골짜기 전체를 밟고 다닌다.
숙소 옥상에 널어 둔 빨래가 다 젖겠지. 그냥 놔두자. 내일 적당히 행궈서 다시 말리면
되겠지.
비가 시작되면 늘어 둔 빨래가 젖을까봐 기겁을 하고 밖으로 뛰어 나가는 아내지만 여기
서는 나처럼 태연하다. 여행지는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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