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28(수) -안탈리아-
이곳 '문첸 팬시욘'은 꽤 괜찮다. 오래 된 오스만 시대의 가옥을 보수하여, 아마 최근에 공사를 마친
것 같다.
아래층의 정원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데, 먹거리도 좋고 석축으로 둘러쳐진 벽이 아름다워서 분위기가
아늑하고 편안하다. 주인 가족들의 미소가 순박하며 조심스럽다.
'내가 고른 숙소가 어때? 아고다의 예약 사이트 보다 훨씬 괜찮지?' 하고 아내에게 우쭐한다.
우리는 일단 구시가지의 방향을 잡으려고 칼레이치 시계탑을 기점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큰 도시는 여행자를 긴장하게 만든다.
뉴질랜드의 여행중에 항상 편안하고 느긋했던 것은 중소 도시라야 우리네로 치자면 읍(邑) 정도이고,
거쳐가는 도시가 거의 면(面)단위 정도여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있었다.
사실 그 정도의 도시가 사람 살기엔 최적인 것이다.
우리는 일단 트램을 타고 '뮤즈'역으로 가서 '안탈리아 고고학 박물관' 부터 보기로 했다.
인근에 있는 페르게, 아스펜도스, 파타라, 시데 등 고대 도시에서 발굴한 유물들을 전시해 둔 곳인데,
보수공사로 문을 닫은 셀축의 박물관을 보지 못한터라 터키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안탈리아의 박물관은
꼭 보고 싶었다.
입구에 작은 배낭을 맡기고 비싼 입장료(통상 어느 나라건 박물관 입장료는 상당히 싼 편인데 터키는
그렇지 않다)를 지불하고 들어서니 과연 '탁월하게 빼어난 소장품' 운운 하는 가이드 북이 허풍이
아님을 알겠다.
선사시대, 황제들의 전시실, 신들의 전시실, 석관 전시실 등이 화려한 유물들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대리석으로 조각한 로마 황제들이나 헤라클레스를 비롯한 신화속의 신들의 조각상은 극 사실주의
조각으로 천년이 넘은 조각들이 마치 살아있는듯 느껴진다.
석관(石棺)들도 대단한데, 죽은자의 무덤에 저토록 정성을 기울였다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정교한 조각
들이다.
두 시간 정도 관람하고 우리는 박물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콘야알트 해변'으로 향했다.
난생 처음 지중해를 접하는 것이다.
해변은 우리의 몽돌해변 처럼 모래 대신 작은 자갈들로 이뤄져 있어서 깨끗하다. 우리의 거제 몽돌
해변보다는 작은 자갈이고 색깔도 다양해서 훨씬 아름답다.
물빛은 청녹색을 띄고 깨끗하고 맑다.
우리는 지중해에 발을 담그고 어린애 처럼 즐거워 했다.
안탈리아의 옛 항구는 2세기경 로마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옛 모양대로 복원해 놓아 제법 옛
로마시대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선박도 거의 대부분 옛 선박의 형태로 만들어 운항한다.
우리는 1시간 동안 유람선을 타고 안탈리아 해변을 돌아 보았다.
구시가지는 참 아름답다.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에서 느꼈던 아름답고 정감이 가득한 골목들의 느낌이
이곳에도 있다.
오스만 시대의 건물들이 복원을 거쳐 멋있게 늘어서 있고 작은 골목들은 마냥 걷고 싶은 유혹이 있다.
그렇지만 도시의 대부분이 해변과는 접근이 불가한 절벽이 많아서 그 점이 아쉽다.
콘야알트 해변 말고는 바다와 면한 도시 전체가 절벽으로 이뤄져 있어 접근 자체가 되지 않는다.
팜필리아 최대의 항구도시였던 시데에 가면 해변의 접근이 용이하고 바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고
하지만 안탈리아에서 75Km나 떨어져 있어 엄두가 나질 않았다.
우리는 숙소 앞의 여행사에 들러 내일 카파도키아(괴레메)행 버스표를 예매하며 안탈리아에서는
그만 머물기로 작정했다. 숙소 앞에서 픽업해서 오토가르 까지 가서 버스표를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150리라를 지불했다. 150리라면 우리 돈으로 치자면 7만3천원 정도인데 1인당 3만 7천원 정도니
거리를 감안하면 우리의 교통비와 거의 비슷하다.
휘발유 가격이 우리보다 비싸 (우리는 리터당 1,800원대, 터키는 2,200원대) 우리보다 조금 요금이
싸다고 보면 될까? (2인 150리라중 픽업을 포함한 서비스료가 30리라)
하지만 9시간이 넘는 장거리임을 감안하면...... 계산이 복잡해 진다.
저녁을 먹는 식당에서 의자 밑 고양이가 먹을것을 나눠 달라고 채근한다. 한 점 줬더니 금방 먹어 치우곤
급기야 의자에 두 발을 올리더니 그 중 한발로 내 바지를 끌어 당긴다. 한점 더 달라는 얘기다.
터키 전역에는 수없이 많은 고양이들이 있다. 어딜가나 이 고양이들은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고 가까이
온다. 개도 많다. 개는 귀에 표식이 달려 있는데 아마도 당국에서 관리를 하는것 같으나 커다란 개들이
별 위협없이 흔히 길거리를 배회한다.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9)달과 별이 그려진 선홍빛 나라 터키 (0) | 2014.06.25 |
---|---|
(8)달과 별이 그려진 선홍빛 나라 터키 (0) | 2014.06.24 |
(6)달과 별이 그려진 선홍빛 나라 터키 (0) | 2014.06.22 |
(5)달과 별이 그려진 선홍빛 나라 터키 (0) | 2014.06.19 |
(4)달과 별이 그려진 선홍빛 나라 터키 (0) | 2014.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