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27(화) -안탈리아-
오늘은 미리 버스표를 사 둔 안탈리아 행.
정오 가까운 시간에 출발하는 차편이라 서둘 것 없다.
아침 식사를 하고 체크아웃을 하고선 셀축 시내를 어슬렁 거리다가 오토가르로 향했다.
오토가르에는 노인네들이 하릴없이 앉아 차를 마시기도 하고 이발소 앞 의자에 모여
앉아 한담을 나누고 있다.
터키에서는 유럽의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특이한 광경이 있는데, 남자들 끼리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수다 삼매경에 빠진 모습을 어디서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시내의 찻집이든, 그늘이 있는 골목이든 가게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아주
열정적이다. 큰 제스추어는 물론 흥분해서 큰 소리를 내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그런 모습들이
아주 신기해서 물끄러미 그들의 대화를 엿듣기도 했지만, 그들 얘기의 주제가 뭔지 우리로선
물론 알 길이 없다.
이발소는 우리의 시골 이발소와 흡사하다. 큰 거울이 몇 개 걸려있고, 익숙하게 보아 온
의자하며, 머리를 감기는 세면대, 이발하는 사람에게 둘러놓은 하얀 보자기 까지......
그래서 흡사 우리네 시골, 또는 도시의 몇 개 남지 않은 이발소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정겹다.
안탈리아 행 버스는 6시간을 달려야 한다. 데니즐리를 거쳐 안탈리아로 가는 길은 광활하고도
아름다운 길이다. 이렇게 광활한 땅을 보기는 뉴질랜드 여행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길은 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고, 거칠것이 없지만 버스는 시속 90Km를 넘지 않는다.
우리네 라면 110-120Km로 달려도 전혀 위험할 것 같지 않은 도로를 지나치게 느긋하게
달린다.
안탈리아가 30Km 남았다는 이정표 이후 길은 여태까지와 전혀 다른 경치를 보여 주며
달린다. 여태까지의 평원은 없고, 험준한 바위산 틈을 달리다 갑자기 숲이 시작되더니 시내
외곽의 오토가르에 당도한다.
버스 회사에서 제공하는 세르비스(오토가르와 시내 중심가를 무료로 운행하는 미니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가로 가다가 퇴근길 교통 정체를 만났다. 엄청나게 차는 밀리고, 꼼짝도 하지
않으니 버스 기사는 우리더러 내려서 걸어 가란다. 10분 밖에 걸리지 않을거라며.
우리가 당도하기로 마음먹은 구시가지 시계탑 까지 사람들에게 묻고 물어 30분만에 겨우
당도할 수 있었다. 트램 레일이 있는 시계탑 아래 벤치에 아내를 앉혀 두고, 홀로 숙소를
찿아 나섰다.
안탈리아는 대도시로, 설혹 미리 숙소를 예약해 두었다 해도 찿아 가기가 쉽지 않기도 하거니와
'아고다'의 예약 사이트가 실망을 계속 안겨주어 이번엔 직접 숙소를 물색해 보기로 작정
했던 것이다.
낯선곳에서 숙소를 찿고, 흥정하는 것이 번거롭지만 이 편이 훨씬 '아고다'의 예약 사이트
보다 만족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안탈리아의 구시가지는 숙소와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등이 밀집되어 있다고 들어 별 어려움이 없을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시계탑에서 구시가지로 향한 세갈레 길에서 중앙 골목으로 무작정 내려 갔다.
숙소를 찿아 헤매다 길을 잃을 수도 있지만 시계탑이 이 구시가지의 랜드마크 역활을 하므로
찿기가 수월할거라는 계산도 있었다.
한참을 헤매다 구시가지의 중간 쯤에 괜찮을 것 같은 숙소를 발견 했는데, '문첸 팬시욘'.
방은 작지만 엄청 깨끗했고, 방 앞에는 공동 거실이 있어 좋았고, 가족이 운영하는 숙소라
믿음이 간데다 대문 안쪽 정원의 가장자리에 근사한 석축이 쌓여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안탈리아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큰 도시였다.
여태까지 거쳐온 도시들 보다 세련되고 깨끗해 보이지만 외곽에서 시내 중심지로 들어오는
길은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길 옆으로, 혹은 그 안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전부 아파트였다.
동과 동 사이가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닌 다닥다닥 붙은 12-13층 쯤 되어 보이는 아파트가
정말 볼품 없이 들어서 있는 거였다.
사이 사이에 단독 건물이 전혀 없는 이 기이한 아파트 군(群)은 '아파트 공화국'에 살다 온
우리가 보기에도 끔찍했다. 그기에, 베란다는 모두 도로쪽으로 돌출된 형이라 아주 불안정
해 보이고, 아파트들의 옥상에는 태양열 온수기가 무질서하게 설치되어 있고 그 모양이
고물상 같아서 보기에 흉측했다.
어느 나라에서도 우리는 이런 괴이하게 생긴 아파트를 보지 못했다.
지중해의 푸른 물결을 지척에 둔 근사한 해변 도시를 떠올렸던 터라 적지 않게 실망했다.
그렇지만 저녁식사후 구 시가지를 돌아 항구가 보이는 언덕에 다다르자 밤인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아파트 천지는 아니구나 하고 느껴지긴 했다.
'고스란히 복원된 오스만 시대의 도시', 또는 '지중해의 아름다운 항구 마을' 이라는 이곳의
면면을 내일부터 차근히 살펴 보기로 하자.
고대에는 팜필리아(Pamphylia)라고 불렸고, 로마의 손에 넘어 가서는 135년 하드리아누스
황제에 의해 이 지방 중심도시가 되어 번영을 누렸다는 안탈리아. 중세 성벽 안의 구시가지는
셀주크 시대와 오스만 시대의 유적들이 산재해 있고, 구시가지는 세계 복원협회의 금상을
받았을 정도로 훌륭하게 시가지를 복원해 두었다고 하니, 아까의 아파트는 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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