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3)달과 별이 그려진 선홍빛 나라 터키

운농 박중기 2014. 6. 16. 22:00

2014. 5.24(토) -셀축 (에페스)-

 

장장 11시간 30분을 달려 에페스(에페소스) 유적의 도시 셀축에 도착했다.

버스는 고속도로인지 국도인지 모를 길을 시속 70-80Km 정도로 서행하며 모든 중소도시를

거치는 바람에, 우리네 라면 6-7시간 정도의 거리를 11시간 반이나 걸렸다.

터키의 도로는 고속도로와 국도의 경계를 우리로선 알 수가 없고, 워낙 국토가 방대해서

곧게 뻗은 포장도로가 끝없이 이어져 있다가 갑자기 이차선 도로가 되었다가 또 왕복 4차로가

나타나는 등 우리네 도로 상식과는 다소 달랐다.

하이패스 같은 장치가 도로에 나타나기도 했지만 교통 표지판이 우리네 처럼 촘촘히 있는것도 

아니고,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지도 않고, 버스는 일정하게 서행으로 달린다.

우리네 처럼 각종 도로 교통 표지판이 촘촘히 있지도 않고, 아니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당초 도로사정에 대한 정보를 듣기로는 터키의 운전자들이 다소 거친 운전을 한다고 했지만

시내 주행중이나 시외 주행중 그런 거친 운전의 행태는 목격하지 못했다.

곧게 뻗은 시원한 도로를 왜 그렇게 서행을 하는지는 우리로선 알 방도가 없지만 아마도 장거리

운행이 다반사인 터키의 운전자들은 우리네 같은 100Km 이상의 운행은 피로도가 높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 것 같고, 버스 회사도 그런 사정 때문에 운전자에게 서행을 요구하는지도 모른다는

짐작을 했다.

간간이 버스 운전자가 운행기록을 체크하는 기록표를 수시로 점검하는 것으로 보아, 회사에서

속도 기록을 체크한다는 우리의 짐작이 맞을거라고 생각한다.

터키의 버스는 상당히 좋다. 주차장에 서 있는 버스 대부분이 벤츠였는데,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 터키는 자동차 전량을 수입할 수 밖에 없겠지만 유달리 버스는 90% 이상이 벤츠 제품이다.

승차감도 좋고 좌석은 딱딱하지만 장거리 운행에도 불구하고 아주 편안하다.

또한 터키의 버스는 '직행'의 개념이 없다고 한다. 모든 버스는 대부분의 주요 도시를 경유하고

승객을 내려주고 태우는 방식이라 이런 시스템이 더욱 시간적인 소모가 많지만, 느긋하게 이

나라의 국토를 살피며 다니고픈 우리에겐 오히려 좋은 점이다.

우리네 처럼 시외 버스 터미널에 가서 어디 어디행 표를 구입하고 개찰구로 나서면 어떤 회사

버스가 기다리든 올라 타서 목적지로 가면 되는 그런 시스템이 아니다.

여기선, 일단 시외 버스 터미널이라는 '오토가르'에 가서 셀축행을 타려면 꽤 많은 셀축행 버스

회사 창구가 있는 매표소에서 마음에 드는 회사를 골라야 한다.

말하자면 우리네 처럼 '공영제'가 아닌것 같다.

버스가 터미널에 들어설때 차단기가 내려지고 운전자가 요금을 지불하고(그게 주차료인지

터미널 사용료인지는 모르겠다) 들어가는 것이 전국 어디나 같아서 우리는 공영제가 아닌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버스 회사간의 경쟁이 꽤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세르비스'라는, 우리네는 없는 제도가 있다. 이 세르비스란 영어의 '서비스'를 터키식

으로 발음하는 것 같다.

버스의 터미널이 주로 도시의 외곽에 있어 터미널과 도심간의 이동 수단이 이 '세르비스'다.

우리네 처럼 터미널 인근에 지하철이 있거나 시내 버스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르비스를

무료로 타고서 도심의 목적지로 다시 이동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세르비스가 모두 있는 것도 아니다. 버스회사 별로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그러니 승객은 목적지에 도착해서 세르비스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만 주요 관광지나 작은 도시는 세르비스를 운행하지 않고 도심 까지 버스가 직접 들어

가기도 한다. 말하자면 도시의 사정에 따라, 버스회사의 사정에 따라 다 다른 것이다.

 

이스탄불을 빠져 나온 버스가 항구로 향하더니 큰 도선에 올라 1시간여 바다를 건널때는

색다른 기분에 갑판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사람들은 모두 다 버스에서 내려 갑판 위에서 터키식 차이(차(茶))를 마시기도 하고 간단한  

요기를 하기도 했다.

이스탄불에서 셀축간의 버스길은 구릉지와 벌판이 대부분이라 넓디 넓은 평원이 이어질때는

그 광활함이 우리네 땅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여서 새삼 우리가 너무나 협소한 땅에서 살고

있구나 하고선 한숨을 쉬었다.

버스에는 승객외에 보조 운전기사 1명과 서비스하는 총각 1명이 동승했는데, 11시간 넘게 이

총각은 승객들에게 10잔이 넘는 차이와 초콜렛, 아이스크림 등 온갖 먹을거리를 계속해서 주는 

바람에 도중의 식사 시간에 뭔가를 먹기가 싫을 정도였다.

버스 회사간의 서비스 경쟁이 이런 다소 과한 대접으로 나타나는듯 하다.

 

에페스(에페소스;Ephesos) 유적이 인근에 있는 셀축의 거리는 많이 실망스럽다.

다소 누추하고, 인간에 의한 오염이 눈에 보일만큼 초라한 작은 도시다.

인터넷으로 미리 예약한 호텔은 우리에게 또 한번 실망을 안겨준다.

우리 돈으로 6만원 정도를 지불한 호텔은 이스탄불이나 진배없이 좁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세계 호텔 예약 사이트인 '아고다'를 이제 부턴 믿지 않기로 했다.

다음 여정부터는 직접 숙소를 찾아가 방을 보고 값을 흥정하려고 마음 먹는다.

그럴듯한 사진과 미사여구를 동원한 홍보물을 보고선 예약을 했지만 전혀 다른 형편의 숙소는

은근히 분노마져 치밀게 했다.

엄청난 유적과 볼거리를 갖고서 세계인을 불러 관광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의 숙소

수준이나 그 속의 서비스 설비의 부재가 다소 황당하기까지 하다.

물론 고가의 숙소는 이보다 훨씬 잘 갖추고 있겠지만, 이 정도의 금액이면 이 나라의 소득수준으로

보아 평균적, 중간 레벨의 숙소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형편없다.

'아고다' 사이트의 엉터리는 라오스 여행때도 마찬가지 였는데, 오히려 직접 찾아가 방을 훑어보고

얻은 숙소가 훨씬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낯선 땅에서 숙소를 찾아 헤매야 한다는 것과, 더구나 흥정을 해야 한다는것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혹 숙소가 동나 짐을 풀곳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기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인데, 나라 별로

본다면 서유럽이나 패키지 여행객이 들끓는 특정 관광지 말고는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사실상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뉴질랜드의 경우는 달랐다. 우리같은 배낭여행객의 숙소가 비싸기도 하고 협소한

곳도 있지만 그 안에 배치해 놓은 편의시설은 거의 완벽하여 별로 불만을 제기할 소지가 없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터키의 중간 정도의 숙소의 시스템은 여행객의 편의를 고려한 흔적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은 앞으로의 여정을 더 지내봐야 겠지만, 아무튼 많이 실망스럽다.

 

에게해 연안에 있는 거대한 고대 도시 유적, 성경에서는 '에베소'라고 부르는 소아시아 7대 교회 중

하나로 초기 기독교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라는 셀축.

우리는 비좁은 방에 짐을 이리저리 배치하고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