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9일
간판없는 가게의 모녀표 카오소이(아침 쌀국수, 저녁 쌀국수는 '카오삐약') 한 그릇을
땀을 흘려가며 비우고 배낭을 꾸려 준비를 끝낸후 9시 미니버스를 탔다.
그러나 버스가 달리는 길은 고행이었다.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 가는 길은 아스팔트 포장은 되어 있으나 산허리를 돌아가는
굽이 굽이 길로 쉴새없이 승객을 흔들어대고, 좁고 앞을 예상하기 힘든 길임에도
운전자는 과감하게 추월하여(그는 길을 잘 알아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겠지만) 승객
들의 간담을 끊임없이 시험한다.
미니버스 안에는 12명의 승객중 한국인이 나를 포함하여 5명, 라오스인 3명, 서양인이
4명이다.
정작 방비엥에서는 한국인 여행객을 만나지도 못했는데 버스 안에는 한국인이 절반
가까이나 타고 있었다.
오랜 직장을 퇴사하고 부인과 같이 여행을 왔다는 50대 중반의 부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경치는, 비엔티엔에서 방비엥으로 오던 길과는 달리 무척 아름답다.
굽이치는 도로의 울렁거림만 아니라면 정말 멋진 풍경이다. 방비엥의 산을 닮아 작은
계림 같은 산줄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루앙프라방에 도착하자 한국인 끼리 툭툭을 불러 다 같이 타고는 예약한, 또는 마음에
두고 있는 숙소를 향했다.
50대 중반의 부부는 호텔을 예약했다 하고, 40대 부부는 메콩강변에 게스트하우스를
점찍어 두었다하고, 나 또한 미리 검색한 '쑥티웡 게스트하우스'를 향했다.
툭툭기사는 노련한 인상과는 달리 숙소를 찿지 못해 계속 헤매고 우리는 조금 답답하기
시작했는데 먼저 내 눈에 '쑥티웡'의 간판이 보인다.
나흘을 우선 예약했다. 하루 10만낍을 불렀으나 나흘을 예약할테니 깍아 달랬더니
하루 7만낍으로 하겠단다. 7만낍이면 만원 정도.
쑥티웡은 야자나무 숲속에 자리하고 있고, 일반 객실과 방갈로, 신관 등이 있는 규모가
상당히 큰 게스트하우스다.
루앙프라방의 한가운데 위치한 푸시산이 맞은편에 있어 숙소의 발코니에서 보면 정면
으로 산이 보인다.
여행객이 몰려있고, 역시 볼거리도 몰려있는 푸시산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번잡하지 않고 어느 정도는 루앙프라방의 서민생활을 엿볼수 있겠다싶어 점찍었지만
여러 정보나 볼거리를 위해서는 20분 정도를 매일 걸어서 나가야 한다.
저녁을 먹고 비스켓을 사고, 거리를 걸으면서 우선 루앙프라방의 분위기를 살폈다.
이번 여행의 중심으로 잡은 루앙프라방......방비엥과는 완전히 다르다.
방비엥은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지만 정작 라오스의 문화나 전통, 또는 사람들의
삶을 조망할 수는 없는 곳이었다. 여행객들이 점령하고, 여행객들을 위한 시설들이
있고, 여행객들을 위한 사람들만 사는 곳, 그것이 방비엥이었다.
그렇지만 루앙프라방은 다르다.
'신성한 불상의 도시'라는 도시 이름 같이 많은 사원들이 도시 곳곳에 위치하고 있고,
란쌍왕조때에는 이 나라의 수도였으며, 한때는 '황금의 도시' 라는 '씨앙통(Xieng
Thong)으로 불렸다고 한다. 위쑨왕(King Visoun)때는 신성한 불상인 '파방(Pha Bang
〓 프라방)을 가져 오면서 '루앙프라방'으로 도시 이름이 바뀌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다.
천년의 유구한 역사가 있는 도시 루앙프라방. 도시 곳곳에 사원이 가득하고,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건축된 건축물들이 가득한 이 도시에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짐을 풀고 발코니에 나서니 아차! 엄청난 소음이 귀를 때린다. 바로 옆 건물이 초등
학교 건물이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미친듯이(정말 미친듯이 였다) 소리를 지르며
난리법석이었고 교사는 보이지도 않는다.
이거 큰일이군, 이런 숙소를 멋모르고 나흘이나 계약을 해 버렸으니...... 방을 볼땐
왜 몰랐을까? 그땐 수업시간이라 조용했었나?
그렇지만 방과후면 조용해지겠지.
저녁으로 카오삐약을 먹고 돌아오니 정말 조용했다. 에너지 덩어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크고, 신축해서 깨끗한 방의 침대에 누우며 루앙프라방의 첫 밤을 맞았다.
천정을 보며 소로우의 말을 중얼거린다.
"내가 월든 호숫가에 간 목적은 그곳에서 생활비를 덜 들여 가며 살거나 또는 호화롭게
살자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내 개인적인 용무를 보자는 데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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