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21(비엔티엔-방비엥)
방비엥으로 가는 길 역시 6년전이나 3년전이나 전혀 변함없다.
도로 곳곳은 깨진채 그대로이고 차도와 인도의 구분은 물론 없고 먼지 투성이의 가게와 길가
집들도 그대로다.
도로를 보수하거나 할 여력은 이 나라엔 아직 없나보다.
우리를 태운 미니버스는 아슬아슬하게 앞차들을 추월하며 거의 네시간 반을 달려 방비엥에
도착했다. 방비엥을 그냥 스쳐 지나고 싶지만, 초행인 일행 둘 때문에 그러진 못하고 일단 며칠
묵기로 했다.
방비엥은 좀 변한게 눈에 띈다.
현지인 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 이 작은 마을의 특성상 숙박업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 있었고,
3년전에 묵었던 숙소는 증축을 했다.
전에 없던 버기카 인지 뭔지 하는것이 굉음을 내며 골목길들을 다니는 것이 영 거슬린다.
왜 저 따위것을 도로에 풀어놓을 생각을 했을까?
도로를 마치 깡패들이 휘젖고 다니듯 으르릉거린다.
루앙프라방을 가기 위해 할 수없이 들르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초행인 일행은 계림 같은
풍광에 즐거운 표정이다.
어쨋든 친한 이웃과 함께 온지라 둘러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내일은 1일 투어(동굴탐사, 카약킹,
블루라곤)을 하기로 했다.
이 나라가 언뜻 보기에도 꽤 세월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발전(!)이나 개발(!)이 되지 못하고
인프라가 여전히 빈약한 것은 가이드북에 의하면 사회주의 국가였고, 외부세계에 나라를 개방한 것이
몇 년 되지 않은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사회주의라는 것이, 또 폐쇄라는 것이 국민의 소득수준을 형편없게 하고, 국가 재정도 별
볼일 없어서 인프라가 빈약하다는 얘긴데 사회주의 국가라는게 그래야만 하는걸까?
우리가 보기엔 정치체제는 사회주의라 해도 인민들의 생활상을 보면 완벽한 자본주의 체제인데
아무래도 이 나라 리더의 무능이 원인이 아닐까?
아니면 역시 이 나라도 분배에 심각한 문제가 있던지......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이기도 하고, 프랑스의 식민지이기도 했고, 이웃나라의 침략과, 베트남 전쟁때
미국 녀석들의 수년간의 폭탄투하로 인해 상채기를 입었다 하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런 나라들이
모두 라오스 처럼 형편없진 않으니 꼭 그런 이유들만은 아닐수도 있겠다.
하지만 6년전 루앙프라방에서 이들의 생활상을 관찰한 바 경쟁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 가족 경영
형태의 생업 운영 등으로 적어도 우리네 보다는 행복지수는 높은 듯 했다.
하지만 국도변의 남루한 주택들과 사람들의 몰골 등을 보면 꼭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없는 것도 사실
이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형편에서 보자면 그것은 과연 내 머릿속의 이루지 못할 사치스런 사고에서
기인한 자만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 씁쓸해진다.
사민주의를 지향하는 북유럽 국가들은 나름대로 성공한 국가들이라고 공인 받고 있지 않은가.
라오스 곳곳에 벌어진 공사 (무슨 큰 건물을 짓는다거나 비엔티엔에서 방비엥 쪽으로 건설하고 있는
도로 등 토목공사)의 현장에는 '중국의 지원'이라고 크다랗게 씌여져 있고, 간혹은 '한국의 지원'
이라는 글귀도 더러 눈에 띈다.
한쪽은 사회주의, 한쪽은 자본주의 국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형편인 것이다.
낫과 망치가 그려진 붉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는데 그 깃발이 왠지 초라해 보여 살짝 민망한 기분이다.
남의 나라에 들어와서 괜한 기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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