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두번째 이탈리아, 그리고 부다페스트(21)

운농 박중기 2018. 6. 14. 18:45

4월 25일 (수) 베네치아 - 부다페스트


아침, 짐을 싸서 집주인 부부와 작별 인사를 하고 트래비소 공항으로 향했다.

베네치아의 주(主) 공항인 '마르코 폴로'는 15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지만, 라이언 에어가 출발하는

트래비소 공항은 규모도 작고, 거의 한시간이 걸리는 저가 항공이 주로 취항하는 공항이다.

도착해서 보니 예상대로 조그만 공항이고, 동양인 승객이라고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라이언 에어는 여행 블러그에서 보면, 까딸스럽고, 여러가지 옵션을 만들어 괴롭힌다고 들어서

큰 가방의 짐을 줄여 딱 20Kg에 맞춰 놓았다. 

좌석을 미리 지정하면 따로 돈을 내야 하고, 20Kg 짐이 조금만 초과해도 돈을 내야 하고, 기내 가방은

두께가 20Cm를 넘지 않아야 하고, 보딩패스는 메일로 보내주면 탑승객이 직접 출력해서 지녀야

하고, 지참하지 않으면 벌금이 50유로 정도 된다는둥 여행 블러그들에서 라이언 에어는 혹평 일색

이었다.

온갖 잡다한 룰을 정해두고 승객의 호주머니를 털며, 기내에서 물건을 파느라 북새통을 벌이는 통에

도착할 때까지 쉴 수가 없다는 얘기도 있었다.

유럽의 저가 항공은 처음이라 이들의 행태가 어떤 정도길래 그렇게 악명이 높은지는 겪어봐야 알

일이다.


하지만 트래비소 공항에서 탑승한 라이언 에어는 뭐 별로 다른 일반 항공사들과 다르지 않다.

승객들의 기내 가방과 배낭등이 천차만별이었지만 무게를 측정하거나 길이를 재는 등의 절차는

없었다.

다만, 공항이 소규모다 보니 탑승전 승객 대기실이 좁고 탑승구없이 직접 계단을 올라 탑승했고, 음료수

등을 사 먹어야 하는것 외에는 별 다를게 없었다.

괜한 불편사항을 침소봉대해서 젊은 애들이 무슨 무용담 처럼 블러그 등에 옮긴 것 같다.

조금 까다로운 룰을 평소와 조금 다르다고 특별한 불편처럼 늘어놓은 것이다.

젊은애들의 여행 블러그들을 보면 온갖 풍진 경험을 한 것 처럼 글을 올려 놓곤 하는데 실상은 별다른

일들은 그리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 아닌 것이다.


비행기가 헝가리 부다페스트 '리스트 페렌츠' 공항에 도착하자 모두 내려 차양막을 친 통로로 빠져 나갔다.

저가 항공 전용통로인데 가방 찾는 곳까지 10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출입국 통과는 없고, 바로 공항 밖으로 빠져 나왔다.

공항 밖에서 공항 셔틀버스를 타고 30여분을 달려 'Astoria' 지하철 역 앞에 내려, 구글 지도에서 검색해

두었던 숙소를 찾았다.

입 구(口)자로 된 규모가 큰 아파트 인데, 숙소 주인이 보내준 메일대로 입구에서 코드를 입력해서 철문을

열고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 두 코너를 돌아 검은 박스의 다이얼식 열쇠 번호를 맞추자

뚜껑이 열리고 열쇠가 나왔다.

마치 퍼즐을 다 맞혀 성공을 한 것처럼 안도했다.

겹문을 열고 들어서자 뭔가 불길하다.

리모델링을 한지 얼마되지 않아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단장해 두었으나 앞서 숙박한 이들이 떠난 그대로다.

흐트러진 이부자리,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타올들, 쓰레기는 이곳 저곳에 쑤셔박아 놓은채로이고, 바닥은

도무지 언제 청소를 했는지 먼지 보풀들이 굴려 다니는.......

기가 막힌다.

겨우 한장 남은 시트를 찾아내어 이부자리를 펴고, 타올들과 시트들은 세탁기에 넣고 작동 시켰지만 잘

되지 않아 끙끙거리다가 겨우 이럭 저럭 작동했다.

걸레를 찾아내어 한시간여 청소를 하고 나니 사람 사는 집 같다.

이 아파트는 예상한대로 주인은 부다페스트에 살지 않고, 예약자와 메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운영하는 

그런 숙소였던 것이다.

그래도 묵었던 손님이 떠나면 정리나 청소는 해 놓아야 하는데, 도무지 이런 방식의 운영을 이해할 수 없다.

메일로 이런 저런 사정을 보냈지만 답이 없다. 네 알아서 하라는 얘기다.


이렇게 해서 부다페스트의 첫날이 시작 되었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 도시 부다페스트.

여기선 온천과 괜찮은 카페 등을 순회해 볼 생각이다. 그동안 경비를 아끼는 여정을 계속 했지만 여기서는

그동안의 피로도 풀고 느긋하게 빈들거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