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화) 베네치아
오전은 숙소에서 쉬고 점심을 지어 먹고 'Ferovia(본 섬 버스 정류장)'로 가서 바포레토를 타고
무라노 섬으로 건너 갔다.
무라노(Murano) 섬은 베네치아 본 섬에서 유리공방들이 옮겨 간 마을이라 한다. 불을 많이
다루는 공방들의 특성상 화재의 위험이 있어 공방들을 전부 무라노 섬으로 이주시켜, 지금은
이탈리아 유리공예품의 본산이 된 섬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무라노에 내리자마자 온통 유리공예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고, 유리공예 체험장도
보였다.
무라노의 유리 공예품이 유명하다고 익히 들었지만 밀집해 있는 전시장과 판매점의 물건들은
정말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것 이다. 굉장히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
남자인 내가 봐도가지고 싶은 물건이 많은데 여성들에겐 굉장한 볼거리겠다.
아닌게 아니라 여성 고객들이 많다.
유리로 만들수 있는 모든것이 있었고, 이런 아름다운 유리제품을 본 적은 처음이다.
유리 공예품 뿐만 아니라 무라노는 본 섬보다 한적해서 섬 특유의 정취가 짙다.
또 섬 전체가 굉장히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오히려 본 섬보다 베네치아의 정취를 느끼기엔
여기가 더 좋다.
숙소를 본 섬보다 무라노에 정하는 것이 훨씬 나을거 같다.
본 섬까지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으므로 베네치아에 일주일 이상 체류 한다면 무라노가 훨씬
좋을 수 있겠다.
무라노에서 5시가 넘어 바포레토를 타고 본 섬으로 건너 가려고 티켓 판매소에 가니 문을 닫았다.
티켓을 살 곳이 없다. 들어올때 티켓 판매소를 봐 두었으므로 당연히 나갈때 티켓을 사면 되겠거니
한 것이 실수였다.
바포레토의 운행시간은 오후 9시 넘어서 까지로 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그때 까지 판매소도 문을
열거라고 생각한게...... 그토록 이탈리아를 경험하고서도......
찬찬히 보니 티켓 판매소는 5시에 문을 닫는다고 되어있다.
그럼 표가 없는 사람은? 뭐 달리 대책이 없다. 무임승차를 해서 적발되면 50유로의 벌과금을 내야
한다.
이 사람들은 왜 이런 시스템을 해 두었을까?
판매소가 그 시간에 문을 닫아야 한다면 인근의 가게들이 엄청 많은데 게중 가까운 한군데를 지정해서
판매소 닫은 이후에 티켓을 판매하면 될텐데...... 아니면 무인 자동판매기를 설치해 두던지.
하긴 이런 생각은 한국인인 내 생각이다.
이들의 머리엔 당황하는 여행객은 애초에 염두에 없다.
하는수 없이 무임승차를 해서 본 섬으로 건너 갔다. 티켓을 점검하는 녀석을 한번도 보지 못하긴 했다.
본 섬에서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San Giorgio Maggiore)과 산타 마리아 살루테 성당(Santa Maria
della Salute)을 관람하고 저녁을 먹고 리알토 다리를 건너 버스 정류장으로 갔는데 티켓 판매소가 문을
닫았다. 근처에 티켓을 파는 곳은 없다.
운전기사에게 표를 사니 1.5유로인 티켓을 3유로 달라고 한다. 왜?, 이유없다. 미리 표를 사 놓지
않아 기사를 귀찮게(!) 했으므로 곱배기를 내란다.
룰을 아는 사람들은 미리 표를 준비해 두겠지만 대다수 낙천적 여행자들은 뭐 어쩔수 없다.
산 마르코 성당 인근의 카페에서 점심을 먹는데, 음식의 질이나 양으로 따지자면 우리네의 4배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식비라더니 실감난다.
이제 내일이면 이 나라를 떠난다.
당초 생각한대로 '이 나라에선 이들의 조상을 볼 것이지 현재의 이탈리아인은 보지 말자'고 했지만
그게 맘대로 되나? 패키지 관광을 왔다면 이런 꼴 저런 꼴 보지 않아도 될 것을 참 많이도 보고 있다.
바가지와 불친절, 도시 인프라(이 굉장한 고대, 중세도시에서!)의 형편없음, 불합리(우리네 기준에서)
등과 끊임없이 만나게 된다.
이 굉장한 역사와 문화, 대단하고 찬란한 유적들이 산재해 있는 나라가 왜 이 모양이 됐을까?
이들의 조상들이 이룩한 대역사, 그리고 그것을 보겠다고 찾아 든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이렇게
형편없는 사람들로 치부되게 만든게 아닐까? 나를 포함해서......
로마, 시에나, 오르비에토, 베로나, 베네치아에서 여행객 말고, 이곳 현지 멋쟁이들(이탈리아인 중에
멋지게 차려입고 세련미를 뽐내는 사람은 금방 알아 볼 수 있다. 그만큼 이들 중 근사하게 차려 입은
사람은 배우들 뺨치게 멋있다) 만큼 세련된 나라가 되었으면 좋을텐데......
다시 되낸다. '난 이들의 조상을 보러 왔어!'
저녁 숙소의 와이파이 존에 들어서니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예약한 숙소 호스트에게서 메일이 왔다.
장황하게 늘어놓은 말을 읽어 보자면,
'당신이 갖고 있는 주소대로 찾아가면 넌 빨간 문 앞에 있을거다. 문 옆의 기계에 34Key 7123이라는
코드를 입력해라, 문에 열쇠가 있는것은 아니고 코드만 입력하면 문이 열린다. 4층으로 올라가서 왼쪽
으로 돌아서 가다가 두번째 코너에 9번 플랫이 있다. 그 첫번째 창에 검고 작은 박스가 있을거다. 8893
이라는 코드를 입력하면 Key를 손에 넣을수 있다. Key중에 빨간것은 첫번째 문, 녹색은 두번째 문의
열쇠다'
이건 뭐 간첩 접선하는것도 아니고......
요컨데 이 숙소의 주인은 부다페스트 인근에 살지도 않으면서, 제 손으로 문을 열어 주지도, 안내도
없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숙소 전화번호도 국가번호가 헝가리 36이 아니라, 39인걸 보면 헝가리에 살지도 않고,
이탈리아에 살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이 암호문 같은 간첩 접선식 문을 열고 숙소에 무사히 들어 간다 해도 결정적인 불편사항이
있다면 해결이 불가하다는 얘기다.
Booking.com에서 보증 했으니 염려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좀 거시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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