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 (토) 베로나 - 베네치아
이른 아침 채비하고 베로나 역으로 향했다.
여러가지 편리하고 깨끗한 숙소를 떠나니 좀 아쉽다.
이번 여정에서 가장 괜찮은 숙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Maison la torre',' 마이손의 탑'
이라는 뜻인가? 아파트가 탑 처럼 생기긴 했다.
완행열차 레지오날레(Regionale)는 역이란 역은 모두 정차한 끝에 베네치아의 산타 루치아 역에
당도했다.
2016년의 비내리는 베네치아만 보다가 역 앞에 부서지는 햇빛을 보니 느낌이 좀 다르다.
하지만 역 옆의 관광안내소가 없어진 것 말고는 예전 그대로다.
그런데 안내소는 왜 없어진걸까? 아쉬운 크기이기는 하나 베네치아 시가지 지도를 얻을 수 있었는데.
수많은 여행객들이 막 도착해서 가방을 끌고, 줄지어 바포레토(Vaporetto;수상버스)를 타는 선착장
으로 향하고 있고, 바닷물은 별로 맑지 않다. 산마르코 쪽으로 가면 맑아지겠지.
버스 정류장 쪽에서 넘어가는 구름다리는 짐을 끌고 다니는 여행객에겐 전혀 친절하지 않아서 계단으로
짐을 들고 오르내려야 했다.
2016년에도 그랬지만 저 구름다리에 가방을 옮겨 끌수있는 평탄길을 1미터 정도만 만들어 놓아도
저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고생하지 않아도 될텐데.
전동장치를 만들어 놓을것 까진 바라지 않지만 철판을 깔아 조금만 시설해 두면 될텐데, 역시 이탈리아
에선 어림없는 얘기겠지?
버스를 타고 숙소로 예약한 베네토 쪽으로 가는데 버스의 전광판은 켜져 있지 않고, 정류장에 도착해도
안내방송 따윈 나오지 않는다. 차가 정차하는 정류장에도 정류장 명칭이 없어 운전기사에게 가서 내가
정차해야 할 'Vallenari' 정류장을 물었지만 쳐다 보지도 않고 손사래를 친다.
휴대폰을 꺼내 'Vallenari' 크게 적어서 보여 줬더니 그만 짜증을 내며 대꾸를 하지 않는다.
'아니, 이 친구는 매일 이 길로 차를 끌고 다니면서 정류장 이름을 모른다는 거야, 아니면 귀찮으니 묻지
말라는 거야?'하곤, 승객들에게 물었으나 모두 고개를 갸우뚱 한다.
이탈리아에 온 이후로 도무지 이 극도로 불친절한 시스템에 이골이 났었지만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낯선 승객이 정류장을 알 방법이 아무것도 없었다.
버스 운전기사 녀석의 머리위에 있는 'Next stop"이라고 씌인, 다음 정류장 전광판은 작동하지 않고,
기사 녀석은 모른다며 짜증내고, 정류장엔 정류장 표식이 없고......
하는수 없이 구글에서 검색할때 '27분쯤 지나서' 라는 소요시간만 믿고 내렸다.
베네치아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주로 숙소를 정할때 본섬안이나 베네치아의 육지쪽인 메스뜨레에 숙소를
정하는데 나는 메스뜨레(2016년에 잤던)에서 더 떨어진 베네토에 예약했다.
메스뜨레는 당시 지내본 결과 숙소 주변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었고, 어차피 본섬으로 갈려면 버스를
타야 하는데 5분에서 10분 정도 더 걸리는 베네토가 외곽지역이라 숙박비가 가격대비 더 좋다고 생각해
예약했던 것이다. 또, 무엇보다 외곽지역이 조용하기 때문이다.
베네토는 여행객들이 거의 없는, 베네치아의 베드타운 같은 곳으로 버스 승객 대부분이 현지 이탈리아인들이
사는 지역이다. 그러므로 이 마을버스 역활의 버스 기사가 밀려드는 여행객들 때문에 '관광객 피로증'을
느낄 그런 지역도 아니다. 그리고 버스 통행상 길이 혼잡하지도 않고 거저 시골길 같은 길을 달리는, 상당히
여유로운 운행조건이다. 잊을만 하면 당하는 이 치들의 행태에 진저리가 난다.
'흥, 그래봤자 이제 네 녀석들 나라는 베네치아가 끝이야!'
다행히 적당히 짐작하고 내린 정류장이 숙소와 그리 멀지 않아 물어 물어 겨우 찾을수 있었다.
세바스찬과 바르바라 부부는 반갑게 맞았다. 부부가 같이 반기는 숙소는 여기가 처음이다.
반지하 방이지만 넓고 그런대로 괜찮았다.
주방과 화장실, 난방 등에 관한 설명을 듣고, 베네치아에서 부다페스트 행 보딩패스의 프린트 출력을 부탁
했더니 칼라로 출력해 준다.
출력된 보딩패스를 받아드니 이제 안심이다.
베네치아에서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로 갈땐 유럽 저가항공인 라이언 에어를 예약했는데 이 항공사는 저가인
대신에 이티켓을 제출하면 보딩패스를 주는게 아니라, 메일로 보딩패스를 출발 일주일전쯤에 보내주고,
숭객이 직접 큐코드가 찍힌 보딩패스를 출력해서 공항에 오도록 하고 있다.
보딩패스 출력없이 오면 벌과금을 비싸게 부과한다.
출국전에 키위닷컴을 통해 라이언 에어를 예약했는데 20킬로의 수화물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이티켓을
보내주는 바람에 몇번이고 전화해서 수정하는 등 애를 먹었기 때문에 이런것들이 일단락 된 것이 다행스러
웠던 것이다.
라이언 에어는 미리 수화물을 명시하지 않으면 이 또한 과중한 벌과금을 물린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
이다.
베네치아에서의 4박5일,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물가의 고장이지만 숙소에서 1킬로쯤 떨어진 수퍼마켓의
식재료는 싸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극 자본주의가 활개치는 이곳에서 이것저것 눈 돌리지말고, 이곳 옛사람들이 이룩해
놓은 거대한 역사만 보기로 하자.
이들의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불가사이한 대역사를 보는것 만으로도 4박 5일은 턱없이 짧을거라는걸
잘 안다.
산 마르코 성당의 2층에서 바라보는 바다쪽 풍광이 화려하게 다시 전개되길 기대한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불가사이한 이 도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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