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6) 웃지않는 사람들, 러시아

운농 박중기 2015. 9. 26. 10:10

9월 5일. 토요일 (뻬쩨르부르그)

 

 이삭 성당은 대단한 규모다.

높이가 100미터가 넘고, 넓이가 4,000평이나 된다고 한다. 정말 입이 떡 벌어지게 크다.

황금빛으로 칠해진 맨 꼭대기의 돔과 첨탑은 100Kg의 황금이 들어 갔다고 하니 이  성당을 짓기 위해

엄청난 자금과 인력이 동원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긴 뻬쩨르부르그 전체가 계획도시로 건설되었다니 그 일부인 이 성당은 조족지혈이었겠지.

거대한 외형 못지 않게 내부 역시 굉장하다.

터키의 아야 소피아 보다는 작지만 러시아 정교의 성당 중 가장 크다고 한다.

그렇지만 벽면의 모서리 마다 금박을 칠한것이 너무 많아, 태국의 모조품 장식이 생각나 눈에 거슬린다.

빛나는 황금이나 은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천박해 보이는 법이다.

그렇지만 오후에 관람한 피의 구세주 성당은 달랐다. 외부의 건축양식은 좀 독특한 형태(특히 지붕이)

로 마치 디즈니 동화에 나오는 궁전 같은 스타일로 얼핏 보면 무슬림들의 성전 같기도 하다.

성당의 내부는 바닥을 제외한 벽면과 천정이 모두 모자이크 성화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그 색상의

찬란함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피의 구세주 성당을 지나오며 거리 화가의 그림을 한 점 사고, 식사를 하고나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카잔 성당쪽으로 오니 배가 살살 아파온다. 마침 카잔 성당 뒷편에 이동식 화장실이 생각나 그 쪽으로

갔더니 예외없이 할머니가 앉아서 30루블을 달란다.

할머니에게 30루블 동전을 주고서 화장실 손잡이를 당겼더니 잠겨있다. 다른 곳에서도 돈을 지불하면

할머니가 스윗치를 눌러 빗장을 풀어주면 들어 갔던 기억이 나서였다. 할머니에게 문을 열라고 손짓을

하니 내게 뭐라고 크게 얘기 하시며 손사래를 친다.

'대체 뭐라고 하시는게야? 열어주기나 하시지 급한데......'

다시 손잡이를 당기며 열라고 손짓하니 할머니는 이번엔 일어나서 내게 마구 소리친다.

아이구, 왼쪽 문은 안되니 오른쪽 문을 열라는거야? 이번에는 오른쪽 문을 열었다. 그런데 오른쪽

문도 열리지 않는다.

'아, 이거 급해 죽겠는데 이 할머니 왜 이러지' 하면서 돈이 모자라서 그러나 해서 할머니 앞에 내가 놔 둔

돈을 세어보니 분명 30루블이 맞다. 할머니는 또 다시 내게 삿대질까지 해대며 뭐라고 하시는데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

이때 오른쪽과 왼쪽문이 거의 동시에 열리면서 젊은 아가씨가 양쪽에서 나오는것이 아닌가.

이 아가씨들은 킥킥 웃으며 광장쪽으로 황급히 뛰어 가버렸다. 안에서 할머니와 나의 실랑이(?)를 다 듣고

얼마나 웃었을까.

이런 제길! 할머니는 두 군데 다 볼 일 보는 사람이 있으니 나더러 기다리라는 얘긴데......

볼 일 보면서도 배실배실 웃음이 난다.

'저 녀석 그렇게 얘길해도 알아듣지 못하다니 정말 멍청한 녀석이야!' 하셨겠지만 러시아 인삿말도 외우지

못하고 들어간 나 같은 인간에게 러시아 말로 떠들어 댄 할머니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돌아 오는 버스 속에서 계속 웃음이 나는걸 참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