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일
짐을 꾸려 이틀전 약속했던 남쏙 게스트하우스로 옮겼다.
주인 아줌마는 배낭을 메고 들어서는 나를 보자 반색을 했는데, 아마 그녀는 내가
빈 말로 약속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는지 아주 반가워한다.
'이보슈. 난 그렇게 빈 말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쑥티웡 보다 방과 욕실은 작았지만 이부자리가 청결하고 실내 청소가 잘 되어있다.
다리가 뭉쳐 아프기도 했지만 컨디션 조절을 위해 하루 종일 외출을 하지 않고
빈둥거렸다.
근처의 여행사에서 비엔티엔행 국내선 비행기를 미리 예약해 두고, 내친 김에 내일
꽝시폭포와 빡우 동굴 투어도 예약했다.
비엔티엔행 국내선은 라오항공과 라오 센트럴 항공이 있었는데 가격차가 35% 정도
차이가 났다. 라오항공은 우리 돈 10만원 정도, 라오센트럴은 6만 5천원 정도.
라오 센트럴이 신생 항공사라 가격할인을 한다지만 30분의 비행시간에 가격 차이가
그렇게 나는것은 좀 이해하기 힘들다.
당연히 센트럴 항공으로 하고 싶었지만 귀국할 국제선 출발시간과 임박한 것이
게름칙해 넉넉한 시간이 되는 라오항공으로 예약했다.
라오스를 들어올때도 하노이에서 비엔티엔행 라오항공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40분
이나 지연 출발하는 경험을 한지라 이들을 좀 믿기 힘들었던 까닭이다.
2013년 11월 3일
오늘은 여행사에 신청한 두 군데 투어를 다녀오는 날.
오전엔 빡우동굴(Pak ou Cave).
여행사에서 주선한 배를 타고 메콩강을 거슬러 올라 가는데 약간 쌀쌀하다. 생각했던
것 보다 이동시간이 길어 약 1시간 동안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마침내 우 강(Nam Ou)
과 합류하는 지점에 이르자 빡우 동굴이다.
여느 동굴과는 달리 절벽아래 만들어진 대나무 선착장에 동굴입구가 있다.
말하자면 강 옆에 솟아있는 절벽의 아래에 동굴이 뚫려 있는 것이다. 동굴안에는
불상이 가득 있었는데 '붓다 동굴'이라는 별칭답게 4,000개의 불상이라고 한다.
동굴은 아래 쪽에 있는 탐 띵(Tham Ting), 위쪽에 있는 탐 풍(Tham Phum) 동굴 등
2개가 있었는데, 동굴로서의 볼거리는 사실 별로 없다.
다만, 메콩강을 거슬러 오르내리는 강 양안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것이 더 좋았다.
메콩강 양안의 풍경은 우리가 '강'이라는 곳에서 느끼는 일반적 풍경과는 좀 다르다.
우선 물빛이 황토빛으로 생소하고, 강의 폭이 상당히 넓고 양안의 풍경이 서정적이다.
메콩강을 거슬러 올라가다 잠깐 '몽'족 이라는 소수민족 마을에 배를 세워 주었는데
그들의 가난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렇지만 그들의평화는 견고해 보였다.
가난하지만 그들 나름으로 행복하게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소수민족, 또는 문명을
등지고(완벽히 그런 민족은 존재하지도 않겠지만) 사는 사람들 속에 문명인들을 풀어
구경꺼리로 만드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게 하면 되는 것이고, 그들에게 자꾸만
다가가서 '우리가 문명인들 인것'을 안도하고, 그들보다 우월감을 갖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TV에서 수시로 보여주는, 문명을 등지고 사는 사람들을 발굴하여 그들의
생활과, 그들의 적나라한 모습과 그들의 치부와 약점 등을 까발리는 새디스트 같은
짓은 그만해야 한다는 얘기다.
불편하고 불쾌한 기분과,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안고 그 마을을 떠나야 했다.
멋모르고 내려 무례한 구경꾼이 되어 버린 꼴이다.
꽝시폭포(Kuang Si Waterfalls)는 굉장히 아름다웠고 대단한 스케일이었다.
가이드북에는 꽝시폭포가 별로 대수롭지 않게 평가되어 있었지만 내 느낌은 전혀
달랐다.
공원 입구에서 숲속을 들어서자 빽빽한 밀림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조금은 어두운
빽빽한 숲속을 조금 더 오르자 숲속 바닥에서 푸른 빛이 나는 듯 하여 자세히 살피니
냇물이다. 어두운 숲에서 마치 요정의 샘물처럼 빛나는 코발트색과도 같고 옥색 같기도
한 물빛은 신비롭다. 아마 물에 석회석이 녹아 밀키 블루색을 띄는것 같다.
환상적이다.
햇빛은 거대한 숲속을 파고 들고, 그 속의 사람들은 평화롭고 따스하게 빛났다.
이렇게 공원으로 개발되기 전 누군가 처음 발견한 사람은 얼마나 놀랍고 황홀했을까.
계속 오르자 작은 층계형 폭포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는데 마치 터키의 파묵칼레와
비슷한 형태다.
작은 폭포들의 군집을 지나 계속 오르자 마침내 큰 폭포가 눈 앞에 나타난다.
참으로 아름다운 폭포다. 여태껏 수많은 폭포를 봤지만 폭포 자체 보다는 그 주변의
경관들로 인해 아름답다고 여긴 적은 있지만 이곳처럼 폭포 그 자체가 아름다운 곳은
처음인 것 같다.
곳곳에 천연 풀장이 이뤄져 있고, 남녀노소 물속에서 즐겁다.
어느 곳엔 큰 나무에 계단을 만들고 줄을 매달아 놓아 줄을 잡고 흔들다 물 속으로 뛰어
들고 웃음소리가 왁짜하다. 사람들 속으론 빽빽한 숲을 뚫고 들어온 햇빛이 비춰들고......
흘러내리는 물은 마치 숲속을 푸르고 길디 긴 치마자락을 끌며 내려가는 요정 같다.
참 근사한 풍경이다.
한국을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면서 몸은 나아버렸고 지금껏 멀쩡하다. 두 달 동안 그토록
괴롭히던 기운은 어디로 갔을까?
과연 정신적 문제를 앓고 있는 것일까?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글귀들을 머리맡에 두고
살아야 하는 이유다.
'떠나고 싶은 욕구'가 만들어 낸 '자기 괴롭힘 형 몸살'이었다는 얘긴데, 자꾸만 짜증이
나고 마치 화가 난 사람처럼 굳어 있고...... 분명 정신병증 문제가 맞다고 볼 수 밖에.
나에게 '떠남'은'어떤 의미이고 어떤 무게를 가지고 있는지 깊이 살필 일이다.
그렇다면 이번 여행은 '치유의 여행'이 된 것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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