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 (토)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의 '영웅광장'은 근사하다.
그들의 영웅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우람한 근육질의 사내가 아닌 가브리엘 천사상이 높은 탑 위에
멋지게 서 있다.
이들의 역사가 굉장한 질곡을 거쳤다고 들었다.
1차 대전때 패해서 많은 국토를 잃고 전전긍긍 하다가 2차 대전땐 잃은 국토를 찾겠다고 독일 편에
섰다가 다시 패했고, 이때 연합군으로 부터 폭격을 받아 부다페스트의 대부분이 파괴되었다가 다시
재건해야 했다 한다.
사회주의 국가 체제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네에 못지 않은 수난을 겪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들의 예술혼과 장인정신 때문에 도시는 근사하게 재건 되었고 도시 곳곳에 근사한 동상들과
건물, 기념물 등이 서 있다.
공원들도 잘 단장되어 있어 쉬기에 좋다.
영웅광장 오른쪽의 예술궁전에 들러 이들의 고유 의상, 악기, 장신구, 목공예품, 수공예품 등을 전시해
놓은 것들을 돌아봤는데 참 특이하고,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이들 조상들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느껴
졌다.
부다페스트를 사람들이 얘기할때 '야경(夜景)'을 손꼽는다.
마차시 성당과 왕궁이 있는 부다 지역에서 국회의사당이 있는 페스트 지역의 야경도 좋았지만, 역시
두 지역을 합친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겔레르트 언덕에서 보는 야경이 단연 최고다.
언덕에서 보면, 도시 왼쪽부터 왕궁의 짙은 황금빛 조명을 받은 야경이 오른쪽으로 세체니 다리를 거쳐
강변의 가로등 불빛을 지나 오른편으로 국회의사당과 페스트 지역 강변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는
겔레르트 언덕엔 야경을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숙소에서 부터 걷기 시작해서 40여분 걸려 도착한 언덕은 해발 235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부다페스트 전역을 내려다 보기에 충분했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뭐랄까...... 깊은 정서가 느껴지고 가볍지 않은, 묵직한 질감이 있다.
글루미 선데이의 선율이 이 언덕에서 흐른다면 잘 어울릴 것 같지만 자살자가 많이 나올까봐(!) 음악을
들려 주진 않을 것 같다.
글루미 선데이의 선율을 듣고 실제로 170여명이 자살했고, 그 곡을 작곡한 레죄 세레쉬도 자살 했다니
이 음울한 선율에 어떤 마력이라도 있었던 걸까?
레죄 세레쉬가 작곡해서 연주 했다는 얘기가 있는 'Kispipa' 레스토랑이 마침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아
찾아 갔지만 기대했던 분위기는 전혀 아니고, 벽면에 있다는 그의 사진도 볼 수 없었다.
젊은애들이 몇이서 영업하는, 가벼운 동네 Bar에 가까워 그만 나와 버렸다.
아마 주인이 바뀌면서 평범한 술집으로 변신한 것 같아 아쉽지만 어쩔수 없다. 이번 여정에서 별로
고급스런 식당에서 그럴듯한 식사를 한 적이 없어 큰 맘 먹었지만......
또, 영화 글루미 선데이를 촬영했다는 레스토랑을 찾아 봤지만 몇몇이 찾아 간 후 평가가 좋지 않았다는
인터넷 글 들을 보곤 포기 해버렸다.
영화는 픽션인 것이다.
그들은 '글루미 선데이'를 다 잊었는데 나만 잊지 않고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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