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인도영화 'PK'를 보고 (편지)

운농 박중기 2016. 1. 16. 12:24

인도 영화  'PK'

너무 재미있게 봤습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스토리는 인도가 아니면 나오지 않겠지요?  적어도 인구 몇 억은 되야 이런 스토리가 나오겠죠?

 

영화를 보면서 2007년과 2008년에 걸친(연말 년시) 인도에서의 한 달간 여행이 생각났습니다.

적어도 여행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도는 온통 종교의 색채에 뒤덮혀 있고, 종교의 냄새에 절어 있으며 종교없이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는 나라라고 보여지는데  이런 영화가 만들어진다는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지요?

그런데 꼭 이와 같은 기분을 당시의 여행에서 느꼈더랬습니다.

인도 바라나시의 극장에서 영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물론 영어 자막도 없었고(있어도 알아 듣지 못했겠지만)

순전히 힌디어로만 된 영화 였는데 너무도 단순한 줄거리라 그 스토리는 다 알 수 있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영화의 제목은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가난한 젊은 남녀가 서로 사랑하다가, 남자가 영화 배우가 되면서 서로의 사이가 멀어지게 됩니다.

남자는 옛 사랑을 소홀히 하게 되고 출세에만, 유명세에만 탐닉하게 되는데, 이를 보다 못한 동료들이 힘을 합쳐

그를 응징하고, 그 남자의 주변에서 그를 조종하고 있던 부자들을 타도한다는 그런 내용인데......

영화 막판에 그 남자 배우와 그 주변의 부자들을 응징한 후 가난한 사람들이 환호하자 객석의 젊은이들이 일제히

일어나 마구 환호성을 지르는 통에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치 우리의 영화관에서 60년대나 70년대에 볼 수 있는 그런 광경이었습니다.

그 당시엔 권선징악 영화가 많았는데 (또는 과도한 애국심을 강요하는) 영화 말미에 악이 응징을 당하면 우리네

관객들도 일제히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더랬습니다.

꼭 그 같은 광경이 인도의 영화관에서 벌어졌던겁니다.

그것도 한동안 약 2-3분 동안 박수와 환호와 휘파람 소리, 의자를 두들기는 등등......   

(인도에 가시면 반드시 영화관에 가셔서 영화 한편을 보시기 바랍니다. 재미 있습니다.)

 

신분이 고착화 되어있고, 종교가 그것을 상쇄하고 있으며, 얼핏 보기에는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는듯한 그들에게서

그런 환호가 터져 나온다는것은 무얼 말 할까요?

그들 속에도 저항의 기운은 면면히 가지고 있다는 얘기고, 평등에 대한 절박함도 가지고 있다는 얘기 아닐까요?

참 희한한 경험이었지요.

'PK'에서 얘기하는 그들의 종교, 국가간의(인도와 파키스탄은 거의 원수지간 나라 아닙니까) 갈등도 그들은 다

이해하고 있다는 얘기지요.

결국, 지구상의 어느 누구도 자신이 소속된 집단속에 용해되어 있으면서도 그 모순에 의한 불평등에 대해 분노

하고 있다는 게지요.

어느 나라건 종교와 정치 권력, 언론, 자본이 그것을 누르고 있는건 똑 같고요.

 

너무 재미있게 봤습니다.

지극히 인도적인 얘기이면서도, 또 한편으론 전혀 인도적이지 않은 얘기 같은.....

주인공의 그 코미디언 같은 외계인 연기가 익살스럽기도 하면서도 잘 어울렸습니다.

다소 유치한 면과, 약간은 교조적인 면도 있고 지극히 '인도'스러운 화면이 좀 부담되었지만요. 

 

 그렇지만 한가지 영 아닌것은...... 델리 시내가 쓰레기 하나없이 깨끗한 것이 ^ ^

델리 시내는 어딜가도(대통령 궁 주변 빼고는) 쓰레기 천지고, 지저분의 극치인데, 영화 속의 델리는 너무도

깨끗해서 ^ ^......

(최근의 여행자들도 옛날과 똑 같다고  얘기 합디다)

 

그래서 결국은 지극히 인도적인 그런 영화였습니다.

덕분에 너무 재미있게 봤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