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난로에 첫 불을 지피며.... 생명을 보다.

운농 박중기 2013. 10. 20. 07:24

 

 

10월 중순, 올해도 난로에 첫불을 지핍니다.

난로의 주변을 깨끗이 하고 연도에 뜨거운 도치를 한참 디밀어 데운다음 내열유리의 습기도 없애주고 난

다음 쏘시개로 얹어놓은 가지에 불을 붙히면 가물거리던 불이 이내 활활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쏘시개 위에는 불이 잘 붙는 소나무 한 토막과 낙엽송 한토막을 올린 탓에 망설일 것 없는 불꽃이 피어

납니다.

몇개월 불기운 없는 채로 있던 난로는 자그마하게 딱딱거리며 뜨겁다고 앙탈입니다.

난로위 주전자 두개에 가득 부운 물을 올립니다.

이 물은 우리 둘과 어머니 아침 세수용으로 쓰면 제격입니다.

10분쯤 지나면 열기가 바깥으로 느껴집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생명'을 봅니다.

사람도 저 장작들의 몸들과 같습니다.

소나무는 쏘시개에 불을 붙히면 곧 제 몸을 태웁니다.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제 온 몸에 불을 날개처럼 매달며 타오릅니다. 제 몸을 전혀 아끼지 않습니다.

다른 장작들이 이제사 본격적으로 불을 매달즘에 거의 절정에 이릅니다.

나중엔 다른 장작들이 맹렬히 타오를때쯤 마지막 불꽃을 피우며 사그라질 준비를 합니다.

낙엽송도 비슷합니다.

그렇지만 박달나무, 왕벚꽃 나무, 참나무는 다릅니다.

그것들은 불이 잘 붙지 않지만 붙기 시작하면 서서히, 아주 서서히 타오릅니다.

그래서 다른 장작들이 다 사그라진 이후에도 맹렬히 탑니다. 그리고는 아주 오랫동안 불꽃을 매달고

영원히 꺼지지 않을 기세로 건재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들도 때가 옵니다.

이윽고 꺼질듯 하면서도 꺼지지 않고 몸 가득 열기를 품고 있다가 마침내 서서히, 아주 서서히 꺼져

갑니다. 오랫동안 타지만......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네 생명을 장작불 속에서 봅니다.

쉽게 불 붙어 맹렬히 타다가 갑자기 사그라지는 생명이 있는가 하면 쉽게 타진 않다가 오랫동안

제 불꽃을 붙들고 있는 생명도 있습니다.

 

나는 어느쪽 일까요? 우리는 어느쪽 일까요?

소나무나 낙엽송 일까요? 아니면 박달나무나 참나무 일까요?

우리네 생명이라는 것도, 몸이라는 것도.......

 

장작불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