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난리(편지)
'스틸 라이프, 그리고 '케이크 메이커' 참 좋은 영화더군요. 좋은 영화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엔 참 많은 영화가 있지만 마음에 와 닿는 영화가 그리 많지는 않지요?
그렇지만 두 영화는 정말 좋았습니다.
비가 참 많이도 옵니다.
처음엔 그러려니 하다가 차츰 걱정이 되더니 요즘은 슬슬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2050년이 지구의 마지막 인류 세대가 될 것이라는 기후, 생태학자들의 예측들이 요즘 부쩍 주목을 받더군요.
2050년이면 딱 한 세대가 남았다는 얘긴데 사실상 우리들 세대에서 끝이 날거라는 예측을 심각하게
합디다.
이미 7-80년 전부터 경고 했지만 이미 임계치를 넘겨 버려서 이제 인류가 어떤 개선을 하더라도 돌이킬수 없는
지경에 와 버렸다는 얘기더군요.
사실이든 아니든, 황당한 예측에 불과하든 으스스 하군요.
하긴, 현재의 인류도 그전 수억년 전에 소멸했던 지구의 생물(문명이 있었는지도) 뒤에 새로이 생긴 생물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환경적 현상도 '끊임없는 소비와 생산 위주, 끊임없는 파괴와 건설 위주의 자본주의 태동 때문' 이라고
진단하는 중앙대 김누리 교수의 유튜브 강연을 요즘 많이 듣고 있습니다.
산업혁명을 거쳐 풍족한 소비의 시대에 쾌재를 부른 지구촌 세계가 그 한계에 왔다는 겁니다.
자본주의니 사회주의니 공산주의니 하는 '이즘'의 얘기가 아니라 이제는 생존의 문제로서 '이즘'을
봐야 한다는 얘깁니다.
한달 넘게 계속되는 폭우로 우리 집은 19년만의 장애를 겪었습니다.
30년후의 인류의 문제가 아닌, 코앞에 닥친 작은 재앙(!)입니다.
물론 수해로 난리도 아닌 분들이 보면 황당할 정도로 작은 문제이긴 합니다.
집밖에 설치된, 지하수를 끌어 올리는 전기 배전함과 집으로 물을 공급하는 모터가 물에 잠겨 물 공급이 끊겼습니다.
모터와 배전함을 물 속에서 철거하여 말리고 고장을 수리해서 다시 설치를 해야 하는데 계속해서 내리는
비 때문에 설치를 할 수 없다가 오늘 오전에 잠시 비가 멈춘 틈을 타서 새벽 5시에 일어나 5시간 동안
고생해서 겨우 설치 했습니다.
나흘 동안 화장실 아웃, 개수대, 샤워..... 모두 아웃 입니다.
차에 물통을 싣고 이웃에 가서 설겆이용, 세면용, 화장실용 물을 날랐습니다.
금방 동이 나고 또 싣고.....
물이 그렇게 많이 소모 되는 줄 몰랐습니다.
우리가 물을 이렇게나 많이 썼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하수를 퍼올려 쓴 까닭에 수도요금 고지가 없으니 물을 그냥 펑펑 썼던 것 같습니다.
나흘 동안 물없이 산다는게 얼마나 힘든건지,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쏟아진다는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
도시에 사시니 큰 피해는 없으셨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긴 장마 끝 몸조심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