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또 다시 라오스(2)

운농 박중기 2019. 12. 29. 13:41

2019 11. 20 (비엔티엔)


6년전의, 3년전의 비엔티엔과 오늘의 비엔티엔은 겉으로 보기에 전혀 변하지 않았다.

하긴 여기는 '다이나믹 코리아'가 아니니까.

도시의 어설픈 구성도, 사람들의 다소 왜소한 느낌도, 전봇대의 어마어마하게 어지러운 선들도

다 똑 같다.

다만 나만이 이곳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다 옛 시골집에 온 듯한 익숙하고도 낯선,묘한 기분이다.

하긴 도시라는게 구도심을 제외하고나면 서울이나 부산, 이스탄불이나 로마, 루앙프라방이 뭐가

그리 다르랴.

문화가 조금, 기반시설이 조금, 사람들의 행색이 조금 다를뿐 거기서 거기다. 그것을 알아차리는데

20년 가까이 걸렸다.

3년전에 와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왓시므앙 사원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경내에 앉아있는

노인도 그때 그 노인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

툭툭을 몰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의 눈빛도, 그들의 간절함도 그대로다.


이 사회는 내가 사는 곳과 너무도 다르지만 수년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게 참 신기하다.

그래서 '예측할 수 없는 미래' 때문에 한국 땅에 사는 사람들은 불행하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처연해 보이지만 불행하지 않은것인지도 모른다.


이 작은 호텔의 젊은 종업원은 '한국말을 조금 한다'며 아는척을 한다.

그 빌어먹을 K-POP 때문일까? 아니면 한국 드라마 때문일까?

그 애의 선량한 눈망울이 참 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