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두번째 이탈리아, 그리고 부다페스트(22)

운농 박중기 2018. 6. 14. 20:10

4월 26일 (목) 부다페스트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

참 좋아하는 영화다. 자유, 속박에 대한 저항, 사랑을 대하는 자유로운 소통 방식, 상대에 대한

끝없는 인정과 배려, 그리고 너무도 아름다운 음악, 신비로운 여자 배우와 남자 배우.

여자를 사랑한 젊은 연인은 너무도 치욕스런 상황을 마주하자 그들에게 모욕을 안겨 준 군인의

권총을 빼앗아 자살하고 만다.

남은 친구들은 그를 잊지 않고, 모욕을 안겨 준 그들을 독살하여 복수한다.

영화 전편에 흐르던 '글루미 선데이'의 음률은 부다페스트의 밤과 낮을 적시고, 그 음울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을 자꾸만 읍조리게 만든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무대 부다페스트에 와 보고 싶었다.

수년전 독일과 체코,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서, 당초엔 헝가리를 계획에 포함 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들리지 못해 아쉬웠던 까닭이 있기도 했다. 

마차시 성당에서 내려다 본 두나 강과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아주 화려하진 않았지만 가볍지 않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고, 차분하고도 깊은 정서가 묻어나는 풍경이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 도로는 비에 젖었고, 젖은 도로위를 카페의 주홍색 불빛이 길게 드리워져 있다.

두나 강 양 옆으로 솟아있는 탑들과 시청사(市廳舍)의 불빛은 강물에 흔들리고 있다.

이곳의 야경을 찬양하는 이들이 많은 것의 이유를 알 것 같다.

약간은 처연하면서도 음울한 글루미 선데이의 음률이 잘 어울릴것 같은........

돌아가면 영화를 다시 한번 봐야겠다. 5-6차례 봤지만, 볼때마다 질리지 않던 영화, '글루미 선데이'.

우울한 일요일 이라는 영화 제목이 잘 어울리지만, 속박을 향한 증오를 속으로 간직하다 마지막에 복수

하는 주인공들의 의연한 모습이 인상적이던 영화.

그 영화 때문에 이곳에 오고 싶었던 것이다. 


부다페스트는 일단 기분을 차분하게 했고, 이탈리아와는 비교 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으며, 도시의 시스템이 잘 정비되고 작동도 원활했다.

사회의 기반 시스템을 아무도 관리하는 이 없이 방치하고 있는 것 같은 로마와는 달리, 누군가 치밀하고

용의주도하게 관리하고 있는 듯한 부다페스트가 일단 좋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여유가 있으며, 이탈리아 처럼 오만 방자함이 없는듯 보인다.

이틀 동안 거리에서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묻곤 했지만, 이탈리아인들 처럼 듣지도 않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사람은 없었다.

며칠 더 있어봐야 알겠지만 첫 느낌이 좋다.

부다페스트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 사회로 옮아 온지가 얼마되지 않았고, 2차 대전때 독일편을 든

까닭에 연합군에게 엄청난 폭격을 맞아 시내가 거의 파괴되어 전후(戰後)에 다시 도시를 재건해서 건물들이

로마에 비해 낡은것이 별로 없는 탓에 더 깨끗해 보이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행정력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던

로마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지하철 아스토리아 역 인근에 숙소가 있는 탓에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게 될것 같다.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경사가 심하고 엄청 길다. 꼭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 같다.

사회주의 시절, 모스크바 지하철을 모델로 했나 생각했지만 기록을 보니 유럽에서 지하철이 가장 먼저 운행

되었다고 하니 그것도 아닌가? 

어쨋던 부다페스트의 둘쨋날, 이곳이 마음에 든다.


마차시 성당은 외양도 아름답지만 내부의 문양과 전체적인 색감이 아주 좋다. 가볍지 않지만 화려하고,

천정과 벽의 문양이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단정하고 진중한 느낌을 준다.

이곳 역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다. 어딜가도 이들의 인해전술식 단체 관광객을 피할 수 없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도 많지만 중국인들에 비할바는 아니다.


유튜브에 들어가 '글루미 선데이'의 주제곡을 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