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이탈리아, 그리고 부다페스트(10)
4월 14일 (토) 오르비에토
로마에서도 그랬지만, 이곳 오르비에토(Orvieto)에서 또 약국에 들러 목이 아프다, 몸살기운이
있다......해서 처방받은 약을 먹었지만 별 차도가 없다.
로마의 한인 민박에서 만난 우리네 여행객에게서 받은 종합 감기약은 하루 이틀 정도는 차도가 있어
좀 나았었는데, 이 나라 약은 우리네와 맞지 않아서일까?
기운은 계속 빠지고 콧물과 목아픔은 여전하다.
이상하게 추운 4월의 날씨이기도 하지만 로마에선 방안의 싸늘한 기운이 지친 몸에 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것 같다.
로마도 그렇고 이곳 오르비에토에도 좀 이상하리만치 약국이 많다. 약국(Pharmacia)이라고 씌인
간판이 유달리 많이 눈에 띈다.
300미터 높이의 고원에 자리한 오르비에토는 한때 교황의 은거지였다고 하는데 조용하고 느슨한
분위기가 차분해서 좋다.
오전엔 60여미터 깊이의 산 파트라치오 우물(Pozzodi San Patrazio)을 관람하고, 오후엔 오르비에토
지하도시(Orvieto Underground), 그리고 서쪽 끝머리의 성벽 마을을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르비에토는 두오모를 중심으로 가까이 있는 상가지역과 끄트머리에 있는 주택가가 있었는데, 여기
오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두오모 근처만 서성이다 간다.
처음 푸니쿨라를 타고 올랐을땐 조금 실망하는 기분이었지만 서쪽 끝머리의 주택가의 전망은 정말
훌륭하다.
이곳의 지형상 깍아지른 높지않은 절벽에 성벽을 두른 곳에는 조용하고 섬세하며 아기자기한 주택
들이 빼곡히 밀집해 있었는데, 이곳의 주택들과 성벽 아래로 보이는 전원풍경은 왜 오르비에토에
와야 하는지를 말해 주고 있었다.
이 풍경 하나만으로도 오르비에토에 갈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작은 소도시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다만 이 서쪽 끝머리에서는 여행객들을 한사람도 만나지 못한것이 이상했다.
두오모 앞에 꽤 많던 여행객들을 이곳에서는 한사람도 보지 못했다. 이곳을 보지 않고 오르비에토를
떠난다는건 .......
아마도 일본 에니메이션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의 무대가 되었던 오르비에토 인근의 치비타 디
바뇨레지오(Civita di Bagnoregio)에 가기 위한 중간 도시쯤으로 여기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지만,
영화 촬영지 어쩌고 하는 곳엔 별 관심이 없다.
가이드북에도 우물과 지하도시 외에는 서쪽 끝머리의 성벽과 마을에 대해서는 언급이없어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멋진 풍광이 오르비에토의 대표적 명소가 되고 있지 못하다는게 이상하다.
지하도시는 그 규모가 어마어마 하지만 사실 볼 수 있는, 공개된 지역은 극히 일부분이므로 별다른
감흥을 주진 못했다.
산 파트라치오 우물은 프랑스에 침공 당한 로마의 교황이 피신하기 위해 판 규모가 큰 우물로, 내부에
창문이 70여개 있는 등 신기하고 특이한 점이 있지만 오르내리는 수고에 비해 특별한 가치를 두기엔
부족했다.
오르비에토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우물도, 지하도시도 아닌 Via Ripa Medici에서 부터 시작되는 성벽
길로 광장 Piazza Gonzaga 까지의 길이 정말 좋았다.
내일은 시에나(Siena)로 가야 하는데 자고 나면 감기 기운이 좀 나아질런지 걱정이다.
산골의 적막에 싸여 살다가 혼잡의 로마에 날아 든 혹독한 대가다.
이제 다시 로마를 찾지 않을것 같다. 로마에 머문 2016년의 6일 동안에도 춥고, 날은 시종 흐렸고,
2년후 찾은 로마 역시 비는 계속 내리고 습하고 추운 날씨로 날 반기지 않는 눈치였다.
더구나 로마는 2년전과 같이 지저분하고 소란스러우며 을씨년스럽고 불친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