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두번째 이탈리아, 그리고 부다페스트(5)

운농 박중기 2018. 5. 31. 11:19

4월 9일 (월) 로마


아침 일찍부터 내리기 시작한 봄비가 추적 추적 하루종일 내린다.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내리 이틀 강행군 했더니 좀 무리가 됐는지 감기기운이 있어 하루종일

쉬기로 했다.

이제 몸상태가 예전 같지 않아 조금 무리한다 싶으면 여지없이 여기저기 고장이 났다는 신호를

보낸다.

앞으론 장기여행은 못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경험칙에 의하면 몸상태가 시원치 않을때에도 일단 떠나고 보면 그런대로 적응하고 괜찮은 상태로

복원되곤 했는데 이젠 아니다.

늙는다는게 인간의 몸 속에 저장된 일정량의 정기가(에너지가) 이제 거의 소진되어가고 있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소로우는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세상을 하직했지만, 스코트 니어링은 100세를 누리며

자신의 주체를 끊임없이 단련하고 확인하지 않았는가.

그는 'Living the Good Life'를 쓰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성찰했다.

그에겐 늙음이라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죽음을 앞두고 '이 생에서 충분히 만족하며 살았고,

그것을 자랑스러워 하노라'며 생을 마쳤다.

노동과 사색, 외부 강연과 여행을 하며 자기를 완성한 철인 같은 통찰력을 온전히 닮을순 없지만

다만 '늙음'이라는 것에 초연하고 '무관심'해 질 수 있었으면 한다.


숙소 젊은 주인에게 남부투어를 신청했다.

아무래도 이탈리아의 남쪽까지 돌아보긴 무리다 싶어 일정에서 제외했지만, 소렌토, 나폴리, 폼페이

아말피, 포지타노 등은 스쳐 지나가더라도 눈에 담고 싶었다.

물론 시칠리섬에 갈 순 없지만 ......

언젠가 시칠리는 기회를 봐서 시칠리만 단독여행을 해 보고 싶지만 그런 기회가 올런지.

적은 경비로 이탈리아 숙소들이 만든 투어를 우리네 작은 회사가 주관해서 하는 투어인데 아침 일찍

출발해서 밤 늦게까 지 진행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