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3)발리, 그리고 우붓

운농 박중기 2017. 11. 3. 11:40

2017. 10. 14 (꾸따 - 우붓)


어제 약속한 니오만 디디트(Nyoman didit)를 호텔 앞에서 만나 그의 차로 우붓을 향했다.

니오만은 성실해 뵈고 착한 운전자였다.

1시간 20분 동안 우붓으로 향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역시 동남 아시아인들과는 그럭저럭 영어가 잘 통한다. 그들이나 나 역시 서툰 영어가 오히려 부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양인들과는 달리 또박또박 의사 전달에 주력하는 대화를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서양인들은 대체로 제 할 말 만하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기 때문에 능숙한 그들의 어휘가 오히려

알아듣기 힘들다. 상대야 알아 듣던 말든 대체로 빠르게 얘기하는 버릇은 그들 특유의 버릇이다.

니오만은 중학교에 다니는 14살 딸을 키우는 홀아비라고 했다.

7년전에 아내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고, 그는 재혼을 하지 않은채 딸을 키우고 있다 한다.

그도 역시 중국인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많이 가진듯 했다.

중국인들의 얘기가 나오자 한숨을 쉬며 그들은 말 많고, 시끄럽고, 남 생각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하지만 그의 주요 고객이 거의 중국인들인 점을 감안하면 딱한 노릇이다.

한국인들에 대해선 대체로 호감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인도네시아의 젊은이들을 흔든 K팝과

한류 드라마도 많은 영향을 주는둣 했다.

그는 '이민호'라는 한국 드라마 배우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정작 나는 그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 

내년에 내가 다시 자기를 찾는다면 자기가 올 데이 드라이버를 하겠다며 이곳 저곳 좋은 경관과 

볼거리들을 추천하며 명함을 건넸다.

우붓이 가까워 오자 차는 막히고, 숙소를 찾지 못해 애를 먹는 바람에 우붓까지 30만 루삐에 약속 

했지만 좀 더 얹어 주려했지만 적당한 잔돈이 없어 조금밖에 주지 못해 미안했다.


숙소 그리야 스리웨다리(Griya sriwedari)는 두 아줌마가 맞이 하는데 영어를 못해 영 불편하다.

저녁이 되니 주인이 나타나 예약한 호텔스닷컴의 출력물을 보여 주는데, 그의 출력물에는 조식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내가 출력한 것은 조식이 포함되어 있고.

돌아가서 호텔스닷컴에 항의하기로 하고 이틀치 조식비를 할인해서 10만루삐를 지불했다.

젊은 주인은 계산에 밝고 냉정하게 느껴지는 사람이었지만 그는 저녁나절에 내 방으로 와서 저녁

식사에 초대하겠다며 나를 그의 마당으로 이끌었다.

장기체류자인 독일인과 자기 아들이 바다로 나가 잡았다며 거의 1미터가 넘는 물고기의 사진을

보여주곤 그 물고기를 구웠다며 큼직한 접시에 담아서 내왔다. 빈땅과 함께.

빈땅은 인도네시아의 맥주. '빈땅'은 별을 뜻한다고 하는데 맛이 좋다.

역시 한국 맥주보다 맛없는 어느나라의 맥주는 없다.

그들의 호기심 어린 질문들을 받으며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그들은 이 어중간하게 늙은 동양인이

왜 혼자서 이 동네로 흘러 들어왔는지 궁금해 하는 눈치다.

'우붓의 미술관들과 갤러리들을 보러 왔어'

그들은 내 말을 100%  믿는 눈치는 아닌것 같다.


낮에 둘러 본 우붓은 일단 내가 상상하던 우붓은 아니었다.

가장 번화한 곳을 들러긴 했지만 너무 복잡하고, 엄청 더웠고 오토바이가 너무 많아 어지러웠다.

꾸따를 벗어나면 우붓은 고지대라 별로 덥지 않을줄 알았는데 왠걸, 엄청 덥고 습해서 조금

걸었지만 속옷까지 젖고 말았다.

우붓 왕궁에서 몽키 포레스트 까지는 복잡하다. 치앙마이와 비슷하다. 그렇지만 치앙마이의 다소 

거친 분위기와는 달리 세련된 느낌이다.

길가의 빼곡한 레스토랑과 상점, 맛사지샵, 선물가게 등은 마찬가지지만......


이 숙소는 조명이 너무 어둡고 숲속에 있어 다소 갑갑하게 느껴져서 옆 게스트 하우스를 기웃거렸더니

주인이 나와서 맞는다.

아무래도 일주일 정도는 한 곳에 있으면서 맘 편히 지내는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즉석에서 일주일을

예약하니 하루에 20만 루삐, 우리 돈으로 1만 8천원 정도를 제시한다. 물론 아침식사 포함해서.

그가 보여주는 숙소는 이층이어서 주변 집들과 정원들이 내려다 보이고 꽂들이 만발한 나무가

탁자와 의자가 놓인 베란다까지 넘보고 있어 쾌적하게 보였다.

침대는 넓고 하얀 린넨이 깔려있어 정갈하며 그리야와 같이 역시 대리석 바닥이다.

이곳은 가격 대비 숙소가 정말 괜찮다.

숙소의 가격과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높은 식비가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지만. 

선금을 지불하고 벼르던 맛사지 가게엘 갔다.

이상하게도 이번 여행 초기부터 정신이 산만하여 평소에 하지 않던 실수를 연발하고 정신도 명쾌하지

못해 계속된 몸살기운 탓인가 했지만 이제 그 기운도 없는지라 정신적 릴렉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맛사지를 생각했던 것이다.

90분 동안의 맛사지는 충분히 효과가 있었다.

맛사지 하는 젊은이는 솜씨가 별로 신통치 않고 손마디의 힘도 없어서 맛사지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가만히 누워 산만해져 있는 정신을 가라 앉히는 데에 큰 효과가 있었던데에 만족했다.


숙소의 마당에는 이웃들이 몰려와서 수다 삼매경이다.

역시 수다는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삶의 강장제 같다.

왁자지껄 하지만 좀 있으면 잠잠할 터.

도로와 한참 떨어진 숲속에 자리한 숙소라 조용할 것이다.

호텔스닷컴에 예약할때 이용자 리뷰를 보니 조용해서 좋았다는 평을 보고 예약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