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관광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을 다녀와서.

운농 박중기 2017. 5. 28. 22:24

4월 11일 부터 4월 22일까지 관광을 다녀왔습니다.

'관광'이라고 표현하는 까닭은 다녀온 후 그것이 '관광'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애초에 스페인과 모로코 여행을 계획했었습니다.

스페인으로 날아가 차를 렌트해서 주로 스페인의 중남부를 여행한 뒤 다시 동쪽 위로 올라가 바로셀로나에서

귀국하는 일정이었고, 스페인의 남쪽 끝머리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북아프리카의 모로코로 건너가 탕헤르와

패스를 보고 올 요량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계획을 잡는것이 미루어지고, 이번은 그만 포기할까 하는 시기에 이 '패키지

여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패키지 여행이라...... 도무지 구미가 당기지 않던 것이고 좀 생뚱 맞다고 생각했지만 '그래, 한번 해 보는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같이 움직이고 같이 먹고, 같이 관광하는 것도 어쩌면 재미있을지도 몰라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여행사(참좋은 여행사)의 일정은 '살인적'이었습니다.

11박 12일, 출발과 귀국일을 빼면 불과 9일의 기간에 엄청난 일정의 도시들로 채워 놓았고, 그중 모로코는 

2박 3일에 불과했습니다.

찝찝한 가운데 여행경비를 입금하고 보니 그때부턴 에라 모르겠다, 한번 해보자 하고는 찝찝함을 털어냈습니다.


마드리드에 도착해 프라도 미술관과 마요르 광장, 그리고 스페인 광장을 돌아 보았고, 톨레도로 옮겨 대성당과

산토토메 교회를 봤습니다.

다시 콘수에그라로 옮겨 풍차마을과 라만차 평원을 본 다음, 포르투갈로 한참을 달려 파티마에 도착했습니다.

마침 파티마는 성모발현 100주년이 되는해인 올해 5월 13일에서 딱 한달전인 4월 13일에 도착했습니다.

파티마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다녀 온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도시입니다.

성모가 발현했다는 곳엔 작고 개방적인 성당을 지어 많은 이들이 운집해 있었고, 그 위에는 규모가 큰 별도의 

성당이 있었는데 참 아름다웠습니다. 경건한 기운이 성당 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에 감돌았습니다.

새벽에 숙소를 뺘져나와 다시 그 엄청나게 넓은 광장을 찾았을 정도로 인상 깊은 곳이었습니다.


그곳을 떠나 카보다르카로 가 대서양을 보고 리스본으로 내려 왔습니다.

제로니모스 수도원, 벨렘탑, 로시우 광장을 보고 다시 스페인으로 들어와 세비야의 대성당과 황금의 탑, 마리아 

루시아 공원을 거쳤는데 역시 세비야 대성당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세비야에서는 옵션으로 플라멩고를 관람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한 춤이었습니다.

열정과 기교, 힘과 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폼생폼사' 춤이었습니다. 볼만 했습니다.

다시 론다에서 누에보 다리를 관광하고 토로스 투우장도 겉만 구경했습니다.

다시 내려와 타리파에서 여객선을 타고 북아프리카의 탕헤르로 건너 갔습니다.

엄청 기대했던 탕헤르는 밤에 도착해 어두운 창밖을 보고는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온갖 공사들이 벌어지고

있었고, 온통 건축공사가 진행되는 '개발중'의 모습은 너무 건조하고 삭막했습니다. 

그토록 기대했던 구시가지는 가보지도 못한채 패스로 옮겨 왕궁과 미로로 알려진 메디나를 한시간쯤 헤메다 

TV에서 흔히 보아 온 가죽제품 생산지인 테러니를 관광했습니다만 생각보다 냄새는 강하지 않아 견딜만

했습니다.

패스에서 다시 라바트, 다시 카사블랑카로 옮겨 그곳에서 숙박했습니다. 숙박을 위한 카사블랑카 였으므로

시내는 버스 차창으로만 볼 수밖에 없었지만 그 도시 이름에는 풍기는 묘한 (아마 영화 탓) 로망은 그곳엔

없었습니다.

다시 탕헤르로 올라와 지브롤터를 건너 스페인으로 돌아와 미하스로 갔는데, 미하스는 예쁜, 하얀집들이 많은

휴양도시였습니다.

말라가를 거쳐 코르도바. 대단히 아름다운 메스키다 사원을 관광하고 유대인의 거리와 꽃길이라고 불리우는 

골목을 관광했는데 그중 메스키다 사원은 압권이었습니다.

코르도바를 떠나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이 있는 곳입니다.

알함브라 궁전은 무지 아름다웠습니다. 이슬람 사원을 가면 늘 느꼈던, 그 에로틱한 분위기가 정교한 세공과

함께 관람자들을 압도했습니다.

그라나다를 떠나 발렌시아를 거쳐 몬세라트에서 성당과 수도원을 관광했는데, 그 기이하고도 우람한 바위들과

아름다운 성당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도착지는 바로셀로나였습니다. 람블라스 거리를 잠시 돌아 다니다 마침내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 성당)

에 도착했습니다.

성당의 외양은 TV등에서 워낙 많이 보아 온 그대로였습니다만, 내부는 상상을 초월하게 아름다웠습니다.

마치 '외계인이 건설한 천국 같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가우디가 왜 천재라고 불리우는지

알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성당 내부로 들어 갔을때는 오후 3시와 4시 사이였는데 마침 서쪽으로 들어온 햇빛이 넓은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과해 성당 내부를 물들이고 있었는데, 기울어진 기둥들, 천정의 조각들과 어울려 너무나 아름답게

어울렸습니다. 성당을 들어서는 누구나 아! 하는 탄성을 지를만 했습니다. 극단의 아름다움을 본 것 같아 한동안

멍 했습니다. 스페인 관광은 역시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절정이었습니다.


바로셀로나를 끝으로 귀국했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로코 관광은 대충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여행'이 아니라 ' 그야말로 '관광'이었으므로 도시들을 거치면서 특별한 감회나 에피소드, 그리고 내 자신의

감흥은 없었습니다.

감흥이라는게 끼어들 소지가 아예 없었습니다.


'감흥이 끼어들 소지가 없는' 이유로


우선, 인솔자와 가이드의 끊임없는 설명과 주저리 주저리 역사해설, '너는 아무 생각마! 내가 다 설명 할테니까!'

하는 친절함(!)이 원인입니다.

'제발 좀 가만히 두었으면' 하지만 이들의 친절함은 멈출줄을 몰랐습니다.

도시간을 옮기는 버스내에서 가이드는 이동시간의 80%를 멈추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 끝없는 스페인의 평원을 달리며 수많은 올리브 나무와 오렌지 

나무를 보면서 상념에 잠길 시간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저 입을 좀 틀어 막았으면.... 하지만 그들은 줄기차게 멈추지 않았습니다.

3일이 지나자 그들의 입이 멈추기를 포기하게 되더군요. 자포자기...... 보라면 보고, 내리라면 내리고, 먹으라면

먹고, 자라면 자고, 버스에 타라면 타고....... 무슨 놈의 상념이 끼어들까요......

아아, 나는 그들에게 돈을 주며 이리로 끌고 오라고 했으니까요. 포기할 밖에요......


'그렇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저는 역시 바로셀로나의 성가족 성당 내부의 아름다움과 세비야의 대성당과 역시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 그리고

포르투갈 파티마의 성모 발현지 성당, 그리고 라만차 평원. 코르도바의 메스키다 사원 등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성가족 성당 내부와 파티마가 가장 좋았습니다. 세비야의 스페인 광장도 참 좋았습니다.


주마간산 식으로 돌아본 이번 관광은 피곤과 잠 부족, 무지 긴 버스 탑승, 가이드의 끊임없는 주절거림으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다시는 패키지 관광 따위는 하지 않을것입니다.

그곳의 전설이나 역사, 연대기 등을 모르면 어떻습니까. 그곳에서 느끼는 영감, 그리고 느낌, 특별한 감흥만 있으면

되는거지요.

물론 관광이 좋은 점도 있습니다.

내일 일정을 들춰보고, 내일은 어느 숙소를 예약할까 고민하며 검색하지 않아도 되고, 내일 옮길 곳으로 출발하는 

차는 어디서 타야하나를 미리 알아보지 않아도 되며, 차려진 음식 먹으면 되고, 준비된 차를 올라타기만 하면 되며,

호텔 룸 키를 받아 정해진 잠자리에 들기만 하면 되니 뭐 통 메리트가 없는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이따위 웃기는 짓은 다신 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여행'과 '관광'은 다릅니다.


여행과 관광은 너무나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관광은 지극히 객관적이고 여행은 지극히 주관적입니다.

그 성격은 너무나 내겐 다릅니다.

내 성격에 맞는 '여행'을 하겠습니다.

너무나 억울했던건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을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15점을 본 것이었습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하루를 보낸것이 아니라 30분을 보낸것입니다. 참 바보같은 짓을 16시간의 비행(환승 포함)

끝에 했던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 또한 내가 선택했으니...... 이것도 소중한 경험이라고 여기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