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영화 '국가의 탄생'을 보고 (편지)

운농 박중기 2017. 2. 26. 11:28

'국가의 탄생'(The birth of a Nation)......

전부터 이 영화의 제목과 좋은 평가는 읽은적이 있었지만 본적은 없었는데 보내 주셔서

참 반가웠습니다.

처음엔 이 영화의 제목이 왜 이렇지? 하며 봤는데, 후반부에 가니 제목을 정한 의도를

제 나름으로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불의에 직면한 한 소수의 집단이 이에 저항하기 위해 리더를 중심으로 모여 뜻을 같이 한다면

그것이 곧 또하나의 국가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본 것이 아닐까요?

아니면, 미국이라는 나라의 탄생 과정의 한 우울한 단면을 보여준 것일수도 있겠지요. 

너무 주관적인 제 해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뻔한 얘기를 이렇게 몰입하게 만들었을까요? 주인공의 뛰어난 연기도 좋았지만

감독의 역량이 대단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미국이라는 '국가의 탄생'이 이민자들이 건너가 이룬, 그리고 구교의 박해를 피해

건너간 신교(개신교)인들이 이룬 나라라는 것을 알고있는 우리들로서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당시의 경제적 여건(노동 집약적인 산업이었을때 흑인을 통한 이익 창출)도 있었겠지만

턱도 없는 백인 우월주의적 사고를 아무 꺼리낌 없이 향유한 그들의 행태가 어이 없습니다.

그들의 역사를 단순히 재단하고 규정할순 없겠지만, 참 부끄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화가 주는 감동도 한 몫 했겠지만 몰입도 높은, 잘 만든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끔찍한 노동의 일상과 일방적인 지배구조의 폭력성을 여과없이 보여주면서도 이 영화에는

'품격'도 살아 있다고 보았습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도 느꼈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대한 느낌도 있었고요.

좋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어떤 얘기를 시나리오로 쓰고, 어떤 음악을 넣으면 좋을까?. 어떤 배우를 기용하면 적당할까?

이런 행복한 고민들을 할테니까요.

어떤 흑백사진에 데이비드 린 감독이 스탭들과 배우, 장비들을 뒤로하고 앉아있는 것을

봤을때 무척 부럽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여긴 봄기운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며칠 있다가 감자밭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겨우내 깔려있던 마른 풀들을 걷어내고 삽으로

흙을 뒤집어 경운을 하고, 거름을 뿌린 뒤 이랑을 만들어 두어야 합니다.

고지대이므로 아랫동네 보다는 보름 정도 늦게 심어야 합니다.

움추려 있던 근육을 혹사 시켜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 감자 심을 시기가 가장 몸을 고되게 하는 기간입니다.

겨울내 걷기운동 외에는 한게 없으므로 봄철 온 근육을 쓰게 되면 몸 전체가 몸살을 앓습니다.

그러다 감자를 심고나서 다른 밭들을 정리하고 나면 조금씩 풀리게 됩니다.

그렇지만 봄의 밭은 아름답습니다.

연두색 싹들이 올라오고, 아지랑이가 밭 골을 타고 올라오면 황홀합니다.

완벽한 신천지를 알리는 봄기운은 그 힘이 위대합니다.

그 때문에 이 고독한 곳을 그나마 지키게 됩니다.


일상의 얘기들 참 정겹게 들었습니다.

건강하세요, 그리고 좋은 영화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